‘40대 총리’ 김태호 낙마에 친이계 ‘괘씸’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해 무드는 친이 잠룡들 관리를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는 말이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8월21일 이명박-박근혜 비밀회동은 김태호 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9명의 장관 내정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때였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40대 총리 기용’은 파격적이었다. 그런만큼 이 대통령의 김 내정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고 청와대 주변에선 말하고 있다. 올해 초 이 대통령은 김 내정자와 독대를 한 바 있다. 김 내정자는 당시 ‘도지사 불출마’ 의사를 이 대통령에게 전했고 이 대통령은 매우 아쉬워했다. 이후 청와대 참모진이 있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중앙정치 무대에 데뷔시켜야 한다”, “앞으로 크게 쓸 인물”이라고 중용의사를 내비쳤다. 급기야 이 대통령이 ‘40대 총리론’를 현실화시켰고 김 내정자는 바로 친이 잠룡군중 ‘대선 주자급 인사’로 급부상했다. ‘세대교체론’까지 나오면서 정몽준-이재오-김문수 등 60대 넘은 인사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내정 21일만에 ‘박연차 그물’에 걸려 자진 사퇴를 해야 했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은 국정 후반기 운영에 크게 차질을 빚었고 ‘령’도 서질 않았다. 또한 차기 대선 주자군을 관리하려던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이 대통령은 김 내정자 ‘자진사퇴’ 배경에 차기 대권을 둘러싼 친이 잠룡군 묵시적 담합과 일부 중진의원들의 ‘나이’를 중시하는 태도가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마저 청와대내에서 흘러나왔다.
친이 통합후보를 바라던 김문수 도지사는 드러내놓고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인사청문회장에서 “김문수 도지사가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서면 적극 지지하겠다”고 거들었다. 청와대는 당시 김 지사를 겨냥해 “낮은 인지도를 돌출발언으로 끌어올리려는 치기가 엿보인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대선 주자급 관리’를 해줘야 할 당내 친이 중진 의원들은 김 내정자가 야권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오히려 동조했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은 정적인 박 전 대표와 긴급 회동해 힘을 실어줌으로써 친이 잠룡군들의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 청와대 주변 정치 평론가의 분석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MB가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등 친이 잠룡군을 대신할 제 3의 후보를 적극 밀것이라는 말마저 흘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잠룡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형세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