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권’체제 강화…이 사장 경영승계 ‘힘’ 실려
2012년 금융권 인사 단행…지주사 전환 시사
삼성(회장 이건희)의 사장단 인사가 단행됐다. 올해는 전례 없는 ‘수시 인사’가 진행된 만큼 인사 폭은 예년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이재용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권오현-최지성 사장이 부회장에 오르면서 확실한 삼성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이 사장에게 힘이 더욱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또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진 금융부문의 인사이동이 있었던 만큼 향후 삼성의 전략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지주회사의 토대 마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이 사장의 측근 인사 승진과 지주회사 체제 강화를 통한 후계구도를 정착시키고 삼성이 2012년 ‘하나의 삼성’을 이뤄 나갈지에 대해 조명해본다.
삼성전자는 권 DS사업총괄 사장이 DS사업총괄 부회장에 오르면서 2년 만에 최 부회장 원톱체제에서 권 신임 부회장과 삼성전자 최 부회장의 투톱체제를 형성했다. 최 부회장은 완제품을, 권 부회장은 부품총괄을 맡는다.
삼성그룹은 지난 7일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6명, 이동ㆍ위촉업무 변경 9명 등 총 17명 규모의 ‘2012년 정기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2012년 정기 사장단 인사 폭은 작년(부회장 1명, 사장 9명, 전보 7명)보다 적었지만, 올해는 인사 요인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인사를 해왔기 때문에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삼성 측은 밝혔다.
이번 인사로 사장단 평균연령은 56.3세에서 55.8세로 0.5세 낮아졌다. 이 회장이 앞서 말한 대로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일각에 관심을 모았던 여성 사장은 나오지 않았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권 DS사업총괄 사장과 삼성물산 정연주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중국본사 강호문 부회장을 삼성전자로 이동시키는 등 ‘중핵 경영진’을 보강해 ‘시니어 리더십’을 대폭 강화했다.
삼성 관계자는 “부회장단의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성공 방정식’을 뉴 리더의 창조적 에너지와 결합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주변에서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이 사장에 대한 힘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 회장의 젊은 인재론도 이 사장에게 맞춘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있던 상태였다. 실제 삼성 내부에서도 ‘권-최 부회장’은 이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이 사장의 2012년 삼성을 위한 포석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또한 금융부문 인사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안에 삼성의 2012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부문 인사 = 2012 전략
이 회장이 올해 들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말로 수시로 ‘삼성의 위기론’을 강조할 때마다 이 회장에 성에 차지 않는 계열사가 금융부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수년 전부터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는 말로 금융 계열사의 혁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삼성 인사에서 주목 받은 부문도 자연스레 ‘금융부문’이었다. 기존의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에 이어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내정자, 김석 삼성증권 사장 내정자 등 삼성의 타 계열사에서의 해외영업과 글로벌 투자은행 근무경력 등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던 이들을 포진시켰다. 더욱이 김창수 사장의 경우 지난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주로 인사와 감사 분야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부터 삼성물산 기계플랜트본부장으로 재직했다. 금융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김 사장이 삼성물산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것처럼 삼성화재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삼성의 2012 전략 중 하나가 금융부문 강화라는 것에 힘이 실린다. 현재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내세운다는 설이다. 우선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이후 삼성전자(최지성-권오현)와 삼성물산(정연주)을 양 날개로 자회사에 편입하고,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중간 금융지주사에는 삼성생명이 위치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과 관련해 삼성 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 자녀 중에서는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경영총괄 사장만 승진했다. 김 사장은 삼성 엔지니어링의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 측은 “김 사장은 빙상연맹 회장으로 이건희 회장을 보좌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하면서 폭넓은 글로벌 인맥을 쌓았다”며 “해외 수주가 중요한 엔지니어링 사업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김 사장을 경영실적이 양호한 회사에 보내 다양한 경력을 쌓도록 배려한 인사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공교롭게 이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에버랜드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한 회사의 CEO가 모두 바뀐 점을 두고 또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제일모직 경영일선에 나서기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다. 언니인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통해 자기 자리를 굳건히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서현 부사장도 자신을 굳건히 다질 자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향후 계열사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어, 이번 인사의 파장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때문에 2012년 삼성의 변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부에서는 삼성 지주회사를 통해 경영권과 관련, 남매 간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이뤄지는 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