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신임 대통령실장에 하금열 SBS 상임고문을 내정했다.
하 실장 내정으로 ‘제4기 대통령실’ 체제를 구축한 이번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지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40세대’의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고, 여야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10·26 재보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임태희 대통령실장 후임자 인선은 당초 연말쯤으로 예상됐으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사임하는 등 당이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청와대라도 안정을 찾자는 의미에서 인사가 앞당겨졌다”고 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이 전했다. 하 내정자는 12일 오후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하 내정자를 '내가 굉장히 믿는 사람'이라고 했다"며 "하 내정자가 언론계와 정계에 맺고 있는 풍부한 인맥을 바탕으로 임기 말 국정운영을 원만하게 꾸려가기 위한 소통형 인사"라고 말했다.
하 내정자는 35년간 방송에 몸담아 왔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동래고·고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76년 동아방송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1980년 언론통폐합에 따라 KBS로 옮겼고, 1년 후 MBC에 스카우트돼 10년간 근무했다. 1991년 서울방송(현 SBS) 창사 멤버로 옮겨, 정치부장, 워싱턴지국장, 보도국장, 사장 등을 역임했다. 부인 김혜경(57)씨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현재 고려대 언론인교우회장을 맡고 있다.
사실 하 신임실장 내정자는 그동안 언론의 하마평에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을 만큼 의외의 인물이었다.
청와대는 하 내정자를 후임 대통령실장 후보군에 넣고 검증을 진행하다 지난 9일에야 이 같은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한 데 이어 주말 동안 재산 관계 등 공직 수행에 필요한 도덕성을 최종 확인하고 11일 낮 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대통령은 고용복지수석과 기획관리실장에 각각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과 이동우 청와대 정책기획관을 내정함으로써 정책분야 진용도 새로 짰다.
기능이 강화된 기획관리실장에 장다사로 실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경제신문기자 출신으로 정책 분야를 담당해 온 이동우 정책기획관이 임명됐으며 또한 복지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통으로 꼽히는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고용복지수석에 발탁함으로써 변화를 꾀했다.
이는 임기 후반을 맞아 정무 분야 보다는 그동안 4대강 사업과 같이 핵심 국정과제와 교육과 국방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추진한 개혁 조치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당초 이 대통령은 현 참모진이 새해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는 책임을 지겠다는 복안에 따라 이달 말에나 인사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홍 대표가 ‘디도스 술자리’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지도부가 와해하자 청와대라도 빨리 인사 개편을 단행해 여권의 동요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참모진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수시로 만나 국정을 조율했던 홍 전 대표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예산까지는 마무리하기를 기대했지만 한 축이 무너짐으로써 더 늦출 이유가 없어진 것이며 후임 정책실장을 공석으로 남겨 정무와 정책 기능이 일원화되도록 했다. 그동안 청와대의 양대 기능이 분리됨에 따라 엇박자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가까운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은 이번 개편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총무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통령 기록 정리와 업무편람 작성 등 정권 마무리와 퇴임 후 준비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한편, 김백준 총무기획관의 경우 오랫동안 집사 역할을 해 왔던 만큼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상황 관리를 위해 임무를 받고 물러났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한 문책인사라는 추측도 나왔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