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황당사건’ 친박내 암투 ‘지쳤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이 최근 탈박선언을 공식화 했다. 외형상 ‘신사’, ‘양반’으로 통하는 그지만 지인들은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 한때 친박계로 낙인찍힐 당시 그는 박 전 대표와 독대를 하는 몇 안되는 인사로 측근중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 6·2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진 의원은 변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지쳤다’는 것이었다.진영 의원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진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인연을 맺은 것은 박 전 대표가 2004년 3월 대표로 합의추대된 직후라고 밝혔다. 대표직에 오른 박 전 대표가 진영 의원을 찾아와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진 의원은 “생각해 보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다음날 전여옥 대변인이 당직개편안 기자회견을 통해 ‘진영 비서시실장’을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진 의원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인사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와 경선을 할 즈음이다. 역시 박 전 대표가 연락해와 “캠프에 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고사하고 “외곽에서 돕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박 전 대표 의원회관으로 출근하다시피하면서 도왔다. 당시 이명박 후보로보터 ‘러브콜’이 왔지만 박 전 대표와의 의리를 생각해 고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경선 캠프에 근무하는 인사들은 “진 의원은 진짜 친박이 아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도 진 의원은 비판적인 시각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제는 2007년 7월 23일 치러진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다. 진영 의원은 서울시당 출마를 위해 한창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립성향의 권영세 의원이 출마를 하면서 헝클어졌다. 당시 경쟁자는 친박에서 친정몽준계로 옮겨 간 전여옥 전 최고위원이었다. 그런데 친박 의원들중 진 의원의 경선캠프때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재차 ‘진짜 친박이 아니다’라는 온갖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서일까. 박 전 대표 의원실에서 보좌관과 함께 쉬고 있는 사이 박 전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서지 마세요”라고 짧은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진 의원으로서 박 전 대표로부터 당한 두 번째 황당한 상황이었다. 이후 친박계라는 이유로 올해초 정두언 의원에게 돌아간 ‘지방선거기획위원장’ 자리 역시 자신의 몫이었지만 양보해야 했다. 진 의원으로선 ‘친박계’라는 낙인으로 인해 ‘하고 싶은 자리’조차 못가면서 내부에서는 ‘진짜, 가짜 친박 논란’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셈이다.
이 지인은 진영의원이 탈박 선언을 한 이후 사석에서 “‘친박계 하다 아무것도 안된다. 운신의 폭이 너무 좁고 지쳤다’고 언급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친박계에서 탈박한 이후 진 의원은 첫 번째로 이재오 후보가 나선 은평을 재보선에서 와이프까지 대동해 적극 도왔다. 또한 정몽준 전 대표도 자유롭게 돕고 있다. 한껏 자유로움을 느끼며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 의원은 ‘탈박 선언’이후 8월 중순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런 심경을 그대로 표현했다. 진 의원은 “이젠 언론에서 의원들 계파 성향을 분류할 때 나를 ‘친박'이 아니라 ‘중립'으로 해달라”며 “나도 이젠 ‘친박’이란 울타리에서 좀 자유로워지려고…”라고 언급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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