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문가들 “박근혜 VS 손학규 구도 유력”

여·야의 차기 주자들이 대권을 향한 장기 마라톤에 돌입했다. 2012년 대선까지 아직 2년 이상이 남았지만 현 정부 임기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시선도 차기 주자들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이재오, 김문수 등 친이계 거물들이 용트림을 준비하고 있다. 친이계에서는 이미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차기 주자를 선정하는 물밑작업을 벌이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당권경쟁에 뛰어든 ‘빅3’와 486 주자들이 대권을 향한 장기 레이스를 시작했다. 점차 윤곽이 드러나는 차기 대권 구도를 따라가봤다.
여권은 차기 대선주자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상승세를 타며 유력한 차기 주자로 뿌리 내렸고,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가 유력한 박근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거론되는 양상이다.
정중동 행보를 보여 왔던 박 전 대표는 최근 행보가 눈에 띄게 대외적으로 변모했다. 우선 복지와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또한 지난 10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초청한 한나라당 전체 의원 만찬에 참석, 이 대통령의 왼쪽 자리에 앉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조해진·김영우·강승규 의원 등 친이계 핵심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고, 나경원 최고위원이 주선한 여성의원들 오찬 모임에도 참석했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외부 인사와의 관계를 폭넓게 설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7·28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하자마자 특임장관이라는 날개를 단 이 장관은 ‘MB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유의 ‘90도 인사’를 전매특허화 한 그는 매일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며 친서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 당시 계파 갈등의 선봉에 위치했지만 계파 화합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왕의 남자’가 아닌 ‘왕’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해서는 “2년 6개월이나 남은 얘기지 않느냐. 그런 얘기는 천천히 해도 늦지 않는다”며 여지를 남겼다.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대권 주자 반열이 확실시 된 김 지사는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김문수 소신 발언, 대권 겨냥?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 등으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김 지사는 기세를 몰아 정권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차기 대권을 향해 비판성향이 강한 20~30대 젊은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9월 10일 한나라당 차명진, 김세연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너무 (대통령에) 집중돼있다. 대통령 권력을 국회에 더 많이 나눠줘야 한다”고 정권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정 전 대표는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대표직을 사퇴, 정치일선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구 활동과 올해 12월 결정되는 2020년 월드컵 한국 유치를 위한 해외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의 본격적인 차기 행보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밖에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 친서민 정책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홍준표 최고위원,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7월 전당대회에서 대중성과 정치력을 보여준 나경원 최고위원 등도 잠재력을 보유한 차기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야권은 차기 대권 구도의 틀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양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빅3’가 부각되고 있지만 전대 결과와 함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시도될 ‘야권 재구성’ 문제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우선 10·3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한 인물이 차기 대권 가도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손학규·정동영 고문, 정세균 전 대표 등 ‘빅3’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당권 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손 고문은 이번 전대에서 당권을 거머쥐고 대권 주자로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비호남 출신’이라는 점과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낙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변수다.
정 의원은 “다들 ‘집권, 집권’ 하는데 의지만 있고 전략이 없다”면서 ‘복지국가와 복지연합’을 집권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2007년 대통령 후보로 나서 역대 대선 사상 최다 표차(530만표)로 패배한 것에 대한 ‘책임론’과 지난해 4월 민주당 탈당 이력이 정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전대를 통해 외연 확대와 야권 연대 등을 거쳐 정권 탈환의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6·2 지방선거 승리로 패배에 젖어있던 민주당 분위기를 상쇄시켰지만 무난한 이미지를 탈피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인영,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486 후보들도 차기 대권반열에 조심스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최대 변수”
정치전문가들은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 대체적으로 박 전 대표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박근혜 대 ‘박근혜 대항마’ 구도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대선을 앞두고 친이계가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나눠지면서 계파 구도가 재구성 될 것이고,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전체 세력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손 고문과 정 고문 중 한사람이 나오면 유시민 전 장관 등 야권 후보들과 단일화 과정을 거쳐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 한나라당 의원은 “여당에서는 박근혜, 이재오, 김문수 3명이 대선주자로 부상할 것으로 본다. 박 전 대표는 도전이 확실시 되고 김 지사와 이 장관도 이미 뜻을 굳힌 것으로 주변에서 이야기가 나온다”며 “야권에서는 ‘빅3’에 486주자가 추가되는 양상이지만 대세는 손 고문 쪽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결국 이재오 김문수 단일후보가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것이고 박근혜-손학규 구도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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