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式 군기잡기’ 공무원들 콧방귀만…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9월 30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이했다. ‘왕의 남자’,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 장관이 이제는 ‘소통의 달인’, ‘공정 전도사’ 등의 별명을 가지게 됐다. 특유의 ‘90도 인사법’과 환한 미소는 이제 정치권에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7·28 재보선을 통해 2년3개월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지 불과 11일 만에 특임장관에 전격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장관이 취임한 뒤 특임장관실은 MB정권의 ‘실세 조직’으로 뜨고 있다. 특임장관실은 최근 이 같은 분위기를 살려 전반적인 조직 보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임장관실을 기피하는 공무원 조직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특임장관실은 지난 9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특임장관실 전입희망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재오 의원이 특임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부족했던 정원을 기관 간 전보인사를 통해 모두 충원하려는 것이다. 조정관 자리 하나를 늘리고 일반행정직 자리 하나를 줄이는 등 조직개편 작업도 일부 병행하고 있다.
현재 특임장관실의 정원은 41명, 하지만 실 근무자수는 30명에 불과하다. 현원이 31명이었던 주호영 특임장관 시절 보다 오히려 1명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특임장관실은 이번 전입희망자 모집 공고를 통해 서기관(과장급), 행정사무관, 행정주사 및 행정주사보 등 각 직급별로 2~3명씩 최대 11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원 자격은 각 직급 공통으로 5~7급 공채 출신 중앙부처 근무 경력자로 제한하고 있다. 중앙부처 근무 경력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국회와 정부 부처를 자주 오가며 교정 기능을 수행하는 특임장관실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과거 주 장관 시절 전입공고를 냈을 때는 70~80명 가량이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전입공고의 경우 마감 하루 전인 지난 9월 29일 현재 지원자 수는 20명 수준에 불과하다. 특임장관실이 과거 주 장관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세 조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반면, 공무원들은 근무처로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이 대거 ‘줄타기 이동’을 시도 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특임장관실 기피 이유는?
그렇다면 공무원들이 특임장관실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정권 레임덕과 맞물려 있다. 현 특임장관실은 ‘이재오 특수’로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을 받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특수의 지속성은 불투명하다. 특임장관실의 공무원들이 일시적인 분위기만 보고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승진이 불투명 하다는 점도 공무원들의 발을 묶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특임장관실은 대통령의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부서인 만큼 타 정부 부처와 달리 뚜렷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특임장관이 정부 정책의 행정실무 능력보다 정치적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이 이런 맥락이다.
현원 30명의 ‘초미니 조직’이라는 점도 기피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각 때 장관이 교체됐을 경우 소속직원들이 체감하는 폭풍의 정도는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작은 조직일수록 변화의 물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기에 ‘이재오 식 군기잡기’도 기피요인으로 한 몫 하고 있다. 이 장관은 특임장관으로서 첫 출근을 하던 날인 지난 8월 31일 오전 6시30분께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했다. 특임장관실 직원 대부분은 오전 7시까지 출근을 마쳤고, 비서진은 오전 6시20분에 나왔다. 남들보다 이른 새벽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이는 이재오 식 근무 패턴을 직원들이 감안한 것이다. 이 장관은 취임 직후 오전 8시30분이었던 간부회의를 1시간가량 앞당겼다. 이 장관은 또 국민권익위 시절 권장했던 ‘5000원 이하 점심식사’ 지침도 다시 내렸다.
특임장관실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승진이 잘 되고 편한 부서를 선호하는데 우리는 승진할 수 있는 조건도 미비하고 아침에 일찍 출근해야 하니까 근무여건과 관련된 소문이 안 좋게 난 것 같다”면서 “주호영 장관 때 모집하면 70~80명 정도 지원했다. 지금은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 우리도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권익위 직원들은 ‘이재오 스타일’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한 스트레스를 외부 지인에게 표출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재오 장관이 권익위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조직이 부각되는 것은 기쁘지만 조기 출근 등 근무환경 변화는 부담스러웠다는 뜻이다.
특임장관실 이재오 측근 5명 불과
이 같은 사실은 특임장관실 현재 조직 현황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권익위에서 이 장관을 따라 특임장관실로 온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이 장관과 함께 특임장관실로 온 인사는 이태복 비서실장, 이완호 수행비서관, 안상희 총무비서, 이정남 비서(운전기사) 등 비서진 4명과 김일호 장관정책보좌관 1명뿐이다. 비서진 4명은 이 장관이 15~16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최 측근들이고, 김 보좌관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에 소속돼 있으면서 이 장관과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통 장관 임기가 만료되면 장관과 동반 퇴진하게 된다.
이 장관은 권익위원장시절부터 7·28 재보선 은평을 선거까지 그 만의 독특한 행동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대중교통 이용한 조기 출근’, ‘나홀로 선거’, ‘90도 인사’ 등이 이목을 끌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쇼’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이 장관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의원 배지에 특임장관이라는 날개를 달고 ‘왕’의 ‘밀실’을 오가는 권력 실세다. 권력에 비해 ‘낮은 자세’ 행보를 보이면서도 광폭행보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런 이 장관의 독특한 행보는 일부 공무원 조직에서 기피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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