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K 가짜 미네르바 김모씨 직격 인터뷰

김씨 “미네르바라는 마약에 빠져 모든 걸 잃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아직도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둘러싼 진위공방이 한창이다. [일요서울]은 지난호(제 818호, 제 819호)를 통해 박씨가 가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한 논객의 주장을 중점적으로 보도한 적 있다. 메이크 파일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이 논객은 지난해 말경 아고라를 통해 박씨가 가짜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전개했다. 그는 박씨를 미네르바라고 밝힌 검찰 수사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해 아고라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메이크 파일이 글을 올린 이후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메이크 파일의 글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주목을 끄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때 진짜 미네르바 행세를 하다 가짜 미네르바인 것으로 드러나 사회에 일대 파장을 일으킨 일명 ‘신동아K’ 김모(34)씨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일요서울]은 박씨가 가짜 미네르바라는 메이크 파일의 주장을 2회에 걸쳐 보도한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4시간에 걸친 김씨와의 직격인터뷰를 통해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 보았다.
2008년 온라인에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인물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그리고 한국경제전망 등을 정확히 집어내 순식간에 최고의 경제전문가로 부상했다.
그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미네르바의 한마디 한마디가 TV뉴스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그의 게시글에 증권시장도 술렁였다. 급기야 정부는 미네르바라는 인물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근거가 불확실한 사실을 유포해 민심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미네르바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무렵인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에 걸쳐 월간지 <신동아>는 자칭 미네르바의 기고문 받아 편집을 거친 뒤 이를 보도했다. 기사는 그야말로 일파만파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미네르바 관련, <신동아>의 마지막 기사가 나간 지 며칠 지나지 않은 2009년 2월 중순 경 검찰은 박씨를 붙잡아 조사한 뒤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라고 발표했다. 미네르바 단독기사로 하늘을 날던 <신동아>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신동아K로 알려진 김씨와 박씨를 둘러싼 미네르바 진위공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꿈같은 나날들의 끝
박씨가 미네르바인 것으로 밝혀지자 <신동아>는 즉시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검찰발표를 의심했다. 박씨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미네르바와 박씨는 다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상상했던 미네르바는 일류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지만, 검찰에 붙잡힌 미네르바는 초라한 학벌에 특별한 직업도 없는 ‘할 일 없는 청춘’이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진짜 미네르바가 맞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네르바 진위논란이 일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그동안 자신을 미네르바라고 주장해온 김씨의 침묵까지 더해지면서 미네르바에 대한 논쟁은 그 정점을 향해 치닫았다.
급기야는 박씨를 가짜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과 박씨 사이에 법정공방까지 벌어졌다. 박씨를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들 중 일부는 김씨를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싸움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지루한 법정다툼이 이어지는 사이 김씨는 슬며시 뒤로 빠져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는 계속 침묵을 지켜왔다.
그런 김씨가 최근 갑자기 다시 등장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월간조선>을 통해서였다. <월간조선> 9월호는 “나는 ‘진짜 미네르바’가 되라고 협박받고 있다”는 제목으로 김씨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김씨는 자신이 왜 미네르바가 됐어야 했는지, 그리고 진짜 미네르바는 박씨이고 자신은 강요에 의해 진짜 미네르바 행세를 한 가짜라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미네르바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김씨는 “나를 미네르바로 행세하게 한 인물이 있다”며 대북사업가로 알려진 권모씨를 최근 검찰에 고소했다.
“진실을 밝히고 싶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달 초 [일요서울]은 어렵게 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휴대폰을 이용하지 않고 공중전화를 통해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그와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일요서울]과 만난 김씨는 매우 불안한 눈빛이었다. 상대와 주변의 눈치를 살피느라 대화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듯 했다. 김씨와 만난 시기는 박씨가 40킬로그램이나 살이 빠져 몰라보게 야윈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된 직후였다. 김씨는 자신도 살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김씨는 “미네르바 사건 이후 거의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오늘도 매우 오랜만에 바깥에 나온 것”이라며 “불안함 때문에 거처를 자주 옮겼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내 거처를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 동안의 근황을 전했다.
김씨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이후 예전보다 훨씬 더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의 각오는 어느 정도 돼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재등장 배경을 묻는 질문에 가책과 분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제 미네르바 사건의 진실을 내 입으로 세상에 알려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전부터 박대성씨와 국민에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재등장에 대한 또 다른 이유 하나를 추가했다.
김씨는 “사실 내가 다시 입을 연 이유는 분노 때문이다”라며 “이번 일을 그냥 평생 무덤에 가져갈까도 고민했지만 어머니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권씨가 ‘어머니가 계신 시골에 찾아가려했다. 그렇게 되면 당신 어머니도 온전하겠나’라고 협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김씨는 미네르바 사건 당시 철저히 함구한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미네르바를 만든 사람들
김씨는 “생각보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당시에는 너무 무서워서 주위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 그렇게 하면 일이 해결되는 줄 알았다”며 “그리고 신동아 기자들에게 나는 가짜 미네르바라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권씨를 비롯한 그 주변 사람들은 계속 ‘김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했다.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그들이 대체 왜 그러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은 사건 당시 김씨를 만났다는 동아일보 관계자에 전화를 걸어 김씨로부터 “나는 가짜 미네르바”라는 고백을 들은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았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 김씨는 신동아 기고 직후 자신이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와 이야기를 해 보고 ‘김씨는 미네르바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었다”며 “당시 김씨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신동아>의 미네르바 오보사건 이후에도 권씨와 메이크 파일 등은 다음 아고라를 통해 끊임없이 박씨는 가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박씨는 미네르바가 맞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소장을 보면 귄씨가 김씨를 협박, 감금, 폭행했다고 적혀 있다. 권씨는 <월간조선>을 통해 해당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녹취록 등 모든 증거가 있다. 진실은 법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네르바 조작 청와대 배후설?
김씨는 자신이 어떻게 미네르바로 가공됐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많은 증거들을 수집한 상태였다.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변이 위험하다고 느껴 권씨 등 주변인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관하고 그들과의 대화내용을 수시로 녹음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일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나 스스로 뭔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개월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증거들을 세상에 꺼낼 생각은 없었다. 세상이 잠잠해지면 그냥 이대로 끝내려고 했는데, 저들(권씨 등)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정상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고소장을 제출하자 권씨도 법적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김씨에게 미네르바가 되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협박이나 감금 폭행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아고라와 언론 등에 밝힌 바 있다.
미네르바 진위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양측의 소송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지경이다. 박씨가 가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고 있는 권씨, 황모씨, 배모씨 등은 박씨 측과 월간조선 등을 상대로 10여 개의 소송을 걸었다. 또 박씨를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김 모씨 등은 반대편을 상대로 10여 개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소송들은 이번 김씨의 고소장 제출로 새로운 측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네르바 논란이 향후 어떻게 결론날 지 네티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아고라에는 “미네르바 사건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네르바 사건은 정권의 사주로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 조작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청와대 김철균 뉴미디어비서관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다음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인터넷 게시판을 조작해 미네르바를 박씨로 둔갑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미네르바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자신이 왜 미네르바 사건을 조작한 핵심 배후세력으로 거론되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주변인들에게 “다음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내가 미네르바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김 비서관은 한때 자신을 음해하는 이들에 대해 법적대응도 검토했지만 공직자로서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우려한 주변인들이 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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