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대통령 비서실장, 밤엔 국회의원”
“낮엔 대통령 비서실장, 밤엔 국회의원”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9-29 10:40
  • 승인 2010.09.29 10:40
  • 호수 857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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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대통령실장 ‘투잡’구설수 오른 내막

임태희 대통령 실장의 의원직 유지 건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여야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10월 재보선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정설이다. 9월달내 본회의 상정이 안될 경우 내년 4월에나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입법권과 행정권 견제차원에서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를 당연시했다는 점에서 비견된다. 무엇보다 임 실장 뱃지 유지 배경에는 명목상 여야간 묵시적 합의 때문이다. 아울러 과반 의석을 훌쩍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내 정치적 셈법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직을 사퇴하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되는데 공천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고, 자칫 패할 경우 이명박 정권의 중간심판으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질 게 뻔하다는 점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임 실장이 금뱃지를 유지하는 배경을 추적해 봤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지난 7월부터 내년 4월까지 10개월간 ‘투잡’을 할 전망이다. 공식 직함은 청와대 대통령 실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무소속으로 분당을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다. 입법부 특성상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이지만 임 실장의 경우 행정부 수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이율배반 적이 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임 실장은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제출해 무소속인 상황이다. 분당을 당협 위원장 자리는 공석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탈당계를 제출해 지역구가 사고지구당으로 분류됐다”면서도 “하지만 당분간 당협위원장 공모절차를 밟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사고지구당으로 분류될 경우 후임 위원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정치적 고려’로 인해 임명 절차를 미루고 있는 셈이다. 분당을 지역구민은 내년 4월까지 10개월간 당협위원장도 국회의원도 없는 희한한 지역구로 남을 전망이다.

임 실장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데는 여야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한몫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의 경우 10월 3일 새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새로운 지도부는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을 지역구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경우 패색이 짙어 아예 내년 4월로 미뤄 부담을 덜 만들지 말자는 속셈이다. 또한 분당을 지역구에 나설 민주당 후보군도 마땅치 않다는 점 역시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보다 더 복잡하다. 외형상 180여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으로서 한 석이 늘어나나 줄어드나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재보선을 개최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공감대도 퍼져 있다.

‘공천=당선’이라는 점에서 공천과정에 당내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자칫 패할 경우 이명박 정권의 중간심판으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질 게 뻔하다는 점에서 소극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강재섭 전 대표 때문이라는 데 토를 달지 않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무소속 의원’ 투잡 중

강 전 대표는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분당을 지역구로 주소지를 옮겼다. 분당을 지역구가 공석으로 될 경우 한나라당내 공천에서 ‘0’순위 후보자인 셈이다. 또한 5선인 강 전 대표가 재보선에서 뱃지를 달 경우 6선으로 당내 몇 안되는 중진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하지만 강 전 대표의 국회입성에 못마땅한 인사들이 있다. 바로 안상수 당 대표와 김무성 원내 대표다.

4선의 안 대표의 경우 한때 하반기 국회의장직에 도전할려고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없었다면 입법부 수장 자리를 노려볼 만 했다. 하지만 박 국회의장이 하반기 입법부 수장이 된 만큼 그로선 당 대표 이후 19대 입법부 수장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이 된다면 국회의장직은 ‘떼논 당상’이고 원내 2당으로 전락해도 국회 부의장을 할 위치가 된다. 그러나 5선의 강 전 대표가 국회로 들어온다면 그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강 전 대표의 국회입성을 달갑지 않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사감마저 엿보인다. 두 인사 모두 한때 친박이였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전후로 강 전 대표는 친이로,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좌장으로 남아 있었다. 이때부터 사이가 벌어졌다.

두 인사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강 전 대표가 대표로 있으면서 ‘친박 공천 학살’에 일조해 틈이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공천 탈락한 김 원내대표는 18대 총선전에 “공천에 책임 있는 강재섭, 이재오 두 인사는 정계를 은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 역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강 전 대표를 겨냥했고 급기야 그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강 전 대표 역시 총선이 끝난 이후 ‘친박 복당은 내 임기에는 없다’고 맞서 친박과 강 전 대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계기가 됐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친박 무소속 연대를 꾸려 18대 총선에 나서 당당히 금뱃지를 달았다. 김 원내대표는 강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표와 ‘정치적 결별 수순’을 밟았지만 집권 여당 원내 대표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강 전 대표의 경우 총선 불출마 선언이후 정부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지만 야인으로 남아있는 처지다.


정치사 새옹지마, 뒤바뀐 김무성-강재섭

‘앙금’이 남아있는 김무성 원내대표로선 강재섭 전 대표의 출마가 확실한 분당을 지역구 재보선에 적극적이지 않다. 강 전 대표는 임태희 실장 의원직 사퇴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9월 17일 본회의 개최하기전인 11일에 김 원내표와 만남을 가졌다.

과거 앙금을 풀고 10월 재보선에서 분당을 지역구를 포함시켜달라는 부탁을 하기위함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 씁쓸히 돌아가야 했다.

두 인사의 만남이 성과가 없었다는 점은 나경원 최고위원의 문제 제기로 알 수 있다. 지난 9월 20일 나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 회의 석상에서 “임 실장이 대통령 실장과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의원직 사퇴건을 조속히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나 최고위원은 강 전 대표가 이끌고 있는 ‘동행’의 멤버이자 서울대 법대 후배로 ‘강재섭 계보’로 알려져 있다. 강 전 대표로선 나 최고위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임 실장의 의원직 사퇴건 처리를 주장했다. 친박 성향의 조원진 의원 역시 “임 실장 의원직 사퇴건은 9월 본회의에 처리하는 게 원칙에 맞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9월달내 더 이상 본회의는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임 실장의 의원직 사퇴서는 9월말까지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분당을 재보선은 10월이 아닌 내년 4월에나 실시될 예정이다.

한편 한나라당 일각에선 임 실장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고 뒷짐지고 있는 임 실장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며 “본인이 국회의장에게 빨리 처리하자고 하는 게 이 대통령이 주창한 ‘공정한 사회’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임 실장의 경우 앞으로 ‘총리 기용설’, ‘경기도지사 출마설’로 인해 크게 할 일이 많은 사람인데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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