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또 양파 총리되나?”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8·8 개각 인사파동 이후 청와대는 인사기준으로 청렴성과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야권이 제기한 의혹들은 이 같은 청와대의 방침과 정면충돌하는 것이어서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다. 여권은 야권의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강경대응 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문희상 전 국회 부의장을 청문특위 위원장으로, 정범구, 김유정, 최영의 의원 등 4명을 청문위원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김 총리 후보자에게 쏠려있는 의혹을 따라가 봤다.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최우선으로 반영했다던 청와대의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맨 처음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직후 내심 환영하던 모습을 보인 것에 비판 여론이 생기자 이를 의식한 듯 고삐를 더욱 당기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청문회에 앞서 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사전 추궁은 직무수행 능력이 아닌 ‘도덕성 의혹’에 집중된 모습이다.
9월 29~30일로 예정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쟁점은 크게 5가지로 정리된다. ▲병역기피 의혹 ▲누나 2명에게 빌린 2억 원에 대한 증여세 탈루 논란 ▲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동신대에 대한 특혜 지원 의혹 ▲감사원 4대강 감사 발표 연기 ▲ 대전지법 서산지원 판사로 재직 당시 위장전입 등이다.
김 후보자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병역기피 의혹은 형이 의사로 있던 병원을 통해 허위 진단을 받았느냐 여부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김 내정자는 1971년 형이 의사로 있던 병원에서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서를 받아 징병을 연기했고, 다음 해 3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체중이 줄고 기억력 혹은 집중력이 떨어지며 심할 경우 고열과 심부전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병으로 알려져 사법시험 준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벌이’에 안 맞는 ‘씀씀이’ 구설수
김 후보자의 과도한 소비도 도마위에 올랐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4일 김 후보자가 제출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기부금 등을 합하면 연간 수입을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공개한 김 후보자의 수입 내역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06년 수입보다 지출이 1328만8521원 많다. 2007년에는 3522만9243원, 2008년 2210만618원, 지난해에는 280만5695원이 더 많았다.
증여세 탈루 의혹은 수입을 초과한 지출금 차액을 누나로부터 보조 받았다면 증여세를 납부 했어야 하지만 그 내역이 없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정 의원은 수입을 초과한 지출금 차액과 관련해서는 “이 (차액) 역시 누나에게 보조받은 것인가”라며 “그렇다면 이 또한 증여의 일부로, 보조받은 것이라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신대 특혜 지원도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김 후보자의 누나인 김필식씨가 이 대학의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김 후보자가 고위직을 맡을 때마다 동신대에 대한 국고지원금이 늘어나 의혹이 불거졌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누나 집안이 설립한 전남 나주 소재 동신대가 김 후보자가 광주지방법원장으로 부임한 2004년 정보통신부로부터 315억 원, 과학기술부로부터 510억 원, 산업자원부로부터 48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았고 2005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누리사업 대형과제 사업자로 선정돼 278억 원을 지원 받았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또 “동신대는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으로 재직한 2008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재정지원사업’으로 71억 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의 지역연구산업 육성사업(40억 원),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기술연구소 지원사업(6억5000만 원),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서비스 청년사업단 지원사업(6억 원) 등에도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증여세 탈루, 동신대에 대한 특혜 지원 의혹은 핵심 관계자로 얽혀 있는 김 후보자의 누나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면 집중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연기도 야권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야권은 김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감사내용을 정권의 편의에 맞게 발표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9월 17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황식 감사원장을 향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감사원은 지난 6월에 종결된 4대강 감사보고서를 아직까지 처리하지 않고 있고,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도 10월쯤에 발표하겠다는 것은 버스가 지나간 뒤 손을 흔드는 격”이라며 “김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불법, 탈법 의혹이 있는 감사내용을 편의적으로 정권의 구미에 맞춰 지연, 발표할 가능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장전입 의혹 청문회서 논란 예고
위장전입 의혹도 제기됐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대전지법 서산지원 판사로 재직하던 1981년 5월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실거주지였던 충남 서산으로 잠시 주민등록을 이전한 뒤 단 8일 만에 다시 서울 논현동으로 재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인사 파동처럼 투기나 자녀 교육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실정법 위반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모두 해명할 방침이다. 여야는 23일 특혜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의 누나인 김필식 동신대 총장과 은진수 감사위원 등 3명을 증인으로, 김 후보자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된 전향수 충북지방병무청 고객지원과장 등 11명을 참고인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한편 여권은 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강경대응 의사를 밝혔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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