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 안일한 민영화 준비에 방만한 경영 행태까지
- 11개 지점씩 90년? ‘멀어져만 가는 강 회장의 꿈’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의 KDB산업은행(은행장 강만수) 민영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지분 매각 계획은 당초 2013년에서 2014년으로 늦춰졌지만 현재 산업은행의 민영화 추이로 볼 때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중론이다.
최근 산업은행은 HSBC 국내 개인금융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상 지점 수는 11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의 메가뱅크는 90년이나 걸리는 것이냐”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산업은행은 지난 1일 영업프로세스 개선 컨설팅을 완료하고 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개인금융 업무의 본격 취급과 함께 국내 점포망을 확충하는 등 과거 기업금융 전문은행에서 수신기반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이하 강 회장) 취임 이래 과거 국책은행 이미지를 탈바꿈하는데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은행의 민영화 준비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은행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산은금융지주는 기존부터 고수하던 M&A를 통해 수신 기반을 확대한 후 상장하겠다는 계획 대신 기업공개(IPO)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IPO만으로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달성하기 힘들어 M&A 역시 병행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강 회장은 30년 동안 경제 현안을 다루면서 메가뱅크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이로 인한 논란도 많았다. 그런 강 회장이 HSBC 국내 개인금융부문을 산은지주의 M&A 대상으로 택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말했던 메가뱅크가 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냐”면서 다소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본지 [제916호 - 강만수 회장, 실패한 HSBC 따라해도 메가뱅크 성공할까]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산은금융지주에서는 HSBC 국내 개인금융부문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바 있다. 보도 이후 강 회장은 지난달 25일 “HSBC 인수는 실무자 간 협상 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인수일정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 6월 우리금융지주 인수 무산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현재 추세대로 매년 20개씩 지점을 늘려 시중은행 수준인 1000개까지 확대하려면 50년이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HSBC 국내 지점 수는 20개보다도 더 적은 11개에 지나지 않는다.
타 은행 관계자는 “강 회장의 발언에 대입해 보면 1년에 1개 은행을 인수한다고 해도 HSBC 국내 개인금융부문 정도의 규모라면 90년이 소요된다”면서 “이대로 가면 HSBC 국내 개인금융부문 인수는 산업은행 민영화가 먼 길로 돌아가는 걸림돌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화는 ‘첩첩산중’
산업은행의 안일한 민영화 준비와 방만한 경영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원장 양건)이 지난 10월 발표한 정책금융제도 개편 및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 민영화는 지분 매각 혹은 타 금융기관과의 합병 등 그 방법에 따라 추진일정과 경영전략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에서는 신규 지점 개설 계획에 민영화를 염두에 두지 않아 M&A 성사 시 중복 투자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6%로 5개 시중은행 평균인 2.4%에 비해 훨씬 낮고, 예대율은 425%로 타 시중은행의 105~120%에 비해 4배 가량 높아 민영화 이후에도 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은 정부지원을 제외할 경우 현행 ‘A1’ 등급이 아닌 지방은행보다도 낮은 ‘D’ 등급에 불과해 민영화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또한 본지 [제 913호 - 산업은행, 금호생명 주식 고가 인수로 2589억 원 손실 우려]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인 금호생명의 주식을 고가로 인수하여 최대 2589억 원의 손실이 우려되는 등 주식인수 업무 등을 부당하게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산업은행은 타 기업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매각, 상장폐지 위기 기업 여신승인 후 손실 등으로 감사원의 질타를 받았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산업은행의 경영 행태에 대해서는 굳이 금융위와 감사원의 보고서를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라면서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국책은행을 민영화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면 이는 결국 국가와 국민의 손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따로 입장은 없다"면서 “다만 2014년 5월까지 민영화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체질개선을 하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