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대우맨’ 근본 의심 받는 사연
‘토종 대우맨’ 근본 의심 받는 사연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12-06 10:54
  • 승인 2011.12.06 10:54
  • 호수 918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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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욱, 김우중의 대우심장을 팔다?


대우 상징물 대우건설 사옥 매각 결정 ‘구설수’ 올라
사업보다 정치 관심 많다는 ‘설’ 나돌아 심기 불편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김우중 전 회장의 대우에서 성장했다. 김 전 회장 당시 그는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 김 전 회장이 대우가 부실기업으로 해체되기 전 ‘세계경영’을 주도할 당시에도 서 사장이 있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떠난 현재 서 사장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하다. 서 사장이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오히려 대우의 창업 정신이 깃든 일부 사업 철수에 서 사장의 결정이 있었다는 주장들이 나오면서 역풍 맞을 태세다. 전문경영인이기에 앞서 대우맨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서 사장이 사업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내부 비판론도 조심스레 고개 들고 있다. 서 사장의 대우정신을 짚어본다.


대우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전 회장이 베트남에서 활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도 12년 만에 후배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과거 대우 명성을 찾기 위한 분주한 정황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히려 대우의 전통이 깃든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대우'의 향수가 남아 있는 것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 상징물이었던 서울역 앞 대우빌딩은 주인이 세 번 변경되어 현재는 ‘서울스퀘어’ CI가 붙어있다. 김 전 회장이 분주히 활동하는 베트남에서도 ‘대우호텔’ 빌딩도 베트남 정부 소유 기업으로 이전됐다.

일부는 대우의 심장은 김우중 전 회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도 고령인데다 현재는 국내 사정기관과의 풀지 못한 숙제(?)들로 인해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통 대우맨의 활약상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우 전성기'를 이끈 핵심 멤버 상당수가 고령의 나이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일부는 경영 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대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발 맞춰 서 사장도 ‘대우명가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지만 미비하다는 평이 더 많다. 오히려 국내에서 ‘대우’가 철수하는 사업마다 서 사장의 결정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우의 상징물인 대우건설 사옥과 베트남 호텔 매각도 서 사장 부임 당시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 사장 책임론도 일부 고개 들고 있을 정도다.

특히 일부 호사가들은 확인되지 않는 일화를 빗대어 서 사장을 공격하기도 한다. 대우건설이 금호로 넘어갈 당시 서 사장이 ‘대우의 심장부를 매각'하는데 동의했고, 지금의 서소문 금호빌딩을 임차할 때도 불평등하게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롯데건설로 자리를 옮긴 전임 박창규 사장은 금호 인수 후 직원 구조조정을 할 때 사표를 던지면서까지 ‘대우’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것과는 상반된 행동이다.

대우의 전직 임원은 “대우맨이면 사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재권자였기에 결재 사인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최고경영자일뿐 대우맨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대우건설이 재매각되는 과정에도 서 사장의 경영성과가 지적된 바 있다.

서 서장의 경영능력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적악화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그런데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자 대우건설이 대한통운에게 1조2000억 원의 지급보증을 서게 했다. 아직 800억 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해야하는 처지다.

지난달 대우건설을 재매입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1조 원을 투입했다. 1조 원은 대우건설 재건에 필요한 자금인 것이다. 산업은행은 유상증자로 대우건설의 보유지분이 50%를 넘어 대주주가 되었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되었다 해도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우건설로 인해 손실을 입으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

조배숙 민주당 의원은 올초 서 사장 연임과 관련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산업은행이 인수한 대우건설의 지난해 경영실적 악화를 서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서 사장이 연임하면 민주당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내놓기도 했다.

대우의 자존심 세울까

이에 따라 일각에선 지금 대우부실 책임 중심에 서 사장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우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서 사장이 이를 잘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이 발판을 만들어 놓았던 베트남에서조차 최근 수주 내역이 미비하다. 실제 베트남에서 현대건설은 38층 건물 준공을, 롯데는 복합타운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호 역시 아시아나프라자를 시공하고 있지만 대우건설은 뚜렷한 실적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동종업계에서 “김우중의 세계경영이 닦아 놓은 과실을 하나도 따먹지 못한다"는 비아냥거림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서 사장의 경영성적표가 대우 명가 재건의 큰 걸림돌이 될지 성장의 초석이 될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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