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3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피 튀긴다

10·3 민주당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후보자들 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빅3’ 진영에서는 상대 후보의 결점을 파고드는 발언을 쏟아내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 선관위는 특정 후보자 측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신고와 제보가 잇따르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486 주자들의 갈등이 내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비화되는 민주당 전대를 따라 가봤다.
민주당 ‘빅3’ 들이 당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 등 당권 주자들은 지난 9월 18일 전북도당 대회를 끝으로 전국을 돌며 치러지는 시·도당 개편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시·도당 대회는 향후 민주당 전당대회 판세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예선전 성격이 강하다. 대회 결과는 손학규 고문이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 정 전 대표의 ‘조직력’도 돋보인 반면 상대 진영인 정 고문은 열세를 보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손 고문은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13곳의 시·도당 개편대회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시·도당 위원이 6곳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대 본선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광주를 비롯해 충청과 영남, 강원도에 걸쳐 폭 넓게 자신의 지지세력을 심어놓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2년여 동안 당을 이끌며 전국 254개 중 90여 명에 달하는 지역 위원장을 심어놓았던 정 전 대표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인2표제로 치러지는 전대 본선에서 나머지 1표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는 눈치다. 정 전 대표 측은 이번 시·도당 개편대회에서 손 전 대표 측이 선전한 것은 비주류 연합과 연대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전대 본선에서는 비주류 연합 표가 7명의 비주류 측 후보에게 분산될 것이라는 것. 예를 들면 광주시당 개편대회에서 김재균 의원이 받은 247표는 본선에서 뿔뿔이 흩어지지만 강기정 의원이 확보한 195표는 고스란히 정 전 대표에게로 흘러들어간다는 논리다. 정 고문은 이번 개편대회를 통해 조직의 열세를 재확인 했지만 대의원 여론조사 등 ‘바닥 당심’으로 이를 극복하는 등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빅3’ 상대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
전대 본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빅3’ 주자들은 상대 후보를 향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공세를 높여나가고 있다.
SBS가 지난 9월 20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빅3’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들춰냈다.
정 전 대표는 손 고문과 정 고문을 겨냥해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610만 표를 얻었지만 2008년 총선 때는 505만 표에 그쳤는데 6·2지방선거에서는 930만 표를 얻었다”면서 대선 후보였던 정 고문과 총선 당시 당대표였던 손 고문을 동시에 공격했다.
그는 이어 ‘간판론’을 내세운 손 고문을 향해 “잃어버린 600만 표를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705만 표를 찾아와야 한다”며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정 고문은 손 후보를 향해 “손 후보가 당대표 시절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강하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면서 “손 후보의 주장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어떻게 다른지 명확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대표 공약인 부유세를 반대하는 정 전 대표에게도 “한나라당이 부유세를 반대하는 논리와 어떻게 다르냐”고 따졌다.
반면 손 고문은 본인과 성향이 비슷한 천정배, 조배숙 후보 등을 위주로 토론을 이어나가며 정 전 대표와 정 고문과의 전면전은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열선거 양상 뚜렷 ‘비상’
‘빅3’ 주자들 간의 신경전은 토론회에 앞서 이미 번질대로 번진 상태였다. 당권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상대 후보가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신고와 제보가 당 선관위에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당 선관위는 지난 9월 19일 최근 대의원들이 받은 한 문자메시지의 발신처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메시지는 발신자 표시가 되지 않았는데, 여론조사 결과 ‘빅3’ 가운데 손 고문이 1위를 차지했고 정 고문, 정 전 대표가 뒤를 따르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정 전 대표와 정 고문 측은 “당규를 위반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발끈하면서 문자메시지에 1위로 나온 손 고문 측이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다른 후보측은 손 고문측 차영 전 대변인이 지난 16일 여론조사를 언론에 알리다 김충조 선관위원장에게 제지당한 일까지 재차 거론,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고문 측도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이 대의원을 상대로 “정 전 대표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당규상 후보자 명의로만 5번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데도 정 전 대표측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한 손 고문 측은 정 전 대표 측의 좌장격인 김진표 의원이 지난 9월 15일 기자들과 만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전대 판세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냥 두고 이를 반박한 차 전 대변인만 당 선관이의 경고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정 전 대표와 손 고문측은 정 고문 측에서 여론조사 대상인 ‘당비 당원’ 중 본인을 지지하는 당원이 조사에 더 참여할 수 있도록 당비 납부를 재촉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도록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빅3’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주장에 각각 “사실과 다르다”면서 부인하는 한편 문제를 제기한 상대 후보를 반격하는 등 열띤 신경전을 벌이며 다가올 전대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빅3’ 각 캠프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23일 현재 당권 구도를 ‘손학규 대 정세균’ 또는 ‘손학규 대 정동영’이라고 분석, 민주당 전대 후반 판세가 손 고문을 중심으로 한 양자 대결로 압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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