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 친노직계 그룹이 이른바 ‘유시민 대통령 만들기’ 극비 플랜을 가동시키고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내놓고 있다.여권을 휘감고 있는 ‘1·2 개각’ 후폭풍 정점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가 자리잡고 있다. 유 의원 입각을 반대했던 초재선 소장파 의원 18명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5일 청와대 만찬이 연기됨으로써 청와대와 이들 반대파 의원들간의 정면충돌 위기는 넘겼으나 그 앙금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권 3자구도 등 다목적 포석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이들 소장파의 반발과 그 후폭풍을 예단했음에도 왜 유시민 카드를 고집했을까. 이와관련 정치권 관계자들은 향후 정국운영 구상과 당내 역학·대권구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유력한 차기주자인 정동영·김근태 전장관의 지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게 현실이다. 이대로 가다간 5·31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권도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노 대통령이나 여권 핵심부 입장에서는 어떤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유시민 카드는 바로 이러한 여권의 돌파구와 맞물려 있다. 잘 알려진대로 유 의원은 노 대통령과 정치적 코드가 잘 맞는 몇 안되는 인사중 한 사람이다.
또 당 안팎에서 유 의원을 비토하는 세력들도 적지 않지만 그가 현 정부 출범이후 개혁세력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한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정권재창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러한 유 의원의 이미지와 역할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정·김 두 잠룡이 당에 복귀하면서 대권경쟁이 본격화 될 경우 이들 차기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계파간 줄서기가 심화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 잠룡을 중심으로 한 당내 힘쏠림 현상을 견제할 수 있는 친노직계 세력의 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친노직계 세력과 개혁세력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이들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개혁세력을 대변하는 차기 대권주자 부상이 필요한 시점이다.유시민 카드는 바로 이러한 노 대통령과 친노직계 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 실제로 유 의원은 당 내홍을 떠나 입각과 동시에 차기주자 반열에 올라설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정·김 양자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여권내 대권 레이스는 향후 유 의원이 가담하는 3자 경쟁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대권레이스에 가담할 경우 당내 역학구도와 대권경쟁은 친노 대 반노간 대결구도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친노직계 대반전 노림수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시민 카드 이면에는 노 대통령과 친노직계 그룹의 대반전 노림수가 내포돼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구도에서 친노직계 그룹이 주도권을 장악해 최후 주자로 나서든가 차선으로 확실한 케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게 노림수의 골자다. 여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이른바 ‘유시민 대통령 만들기’ 극비 플랜도 이러한 노림수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실제로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는 정·김 두 잠룡으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외주자인 고건 전총리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등은 20%대의 지지율로 3강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정·김의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권력의 속성상 직계 세력이 아닐 경우 퇴임후 정치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초조감도 노 대통령과 친노직계세력을 짓누르고 있다. 과거 정권은 차치하더라도 김대중 전대통령이 정치적 승계자인 현정권에 적잖은 압박과 고통을 당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초조감을 더해주고 있다.친노세력은 정치성향이나 스타일에 비춰볼 때 정·김 두 주자는 자신들이 대권입지가 확고해질 경우 노 대통령이나 현 정부를 언제든 밟고 갈 수 있을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이 두 후보중 한 사람이 최종 후보가 돼 정권재창출을 이룬다 해도 정치보복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따라서 이들 친노세력은 자신들과 정치생명을 같이할 수 있는 인사를 차기 주자로 내 세울 복안을 가지고 있고, 이 인사중 한 사람이 바로 유 의원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실제로 그동안 당 내에서 정동영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친노 직계그룹인 의정연구센터가 유시민 입각 사태 이후 유 의원이 속한 참여정치실현연대와 연합해 제3의 세력화를 꾀하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유 의원이 차기주자로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아직 능력이나 국정경험 등이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유 의원 카드로 여권내 세력재편과 일정기간 차기주자 관리 등은 가능하겠지만 그가 직접 대권레이스에 참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관측.따라서 이들 관계자들은 유시민 카드는 궁극적으로 ‘이해찬 대망론’을 띄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직계인 이 총리와 유 의원 두 사람을 대권 후보군으로 생각하는 눈치인데, 이 총리가 경륜 등 여러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 아니냐”며 ‘이해찬 대망론’에 무게를 뒀다.이처럼 유 의원 입각 파문 이후 정계개편과 맞물린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유시민 대통령 만들기’ 플랜과 관련한 논란이 연초 정가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또 노 대통령이 유시민 카드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만큼 여권내 세력재편은 급물을 탈 것이고,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도 정계개편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관측된다.
# 신년 차기 대권주자 기상도“시작이 반” vs “아직 멀었다”
병술년 새해를 맞이한 차기 대권주자들의 기상도가 엇갈리고 있다. 각 언론사들이 새해를 맞아 발표한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 결과 고건 전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1.2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두 사람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청계천 특수를 거머쥔 이 시장은 강단있는 추진력을 지닌 지도자로 부각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눈에 띄는 지지율 반등으로 대권가도에 햇볕이 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은 앞으로 대권행보에서 그간 안정적이고 청렴한 이미지로 부동의 1위자리를 고수해 온 고 전총리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차기 주자’ 지지도에 관한 조사가 실시된 2004년 7월 이후부터 2004년 12월까지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고건 전총리에게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이명박 시장의 급부상으로 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20%대에 근접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두 후보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박 대표는 여전히 유력 후보군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박 대표와 선두 주자간 격차는 최소 2.9%포인트(한국일보 조사)에서 최대 10.2%포인트(조선일보 조사)로 나타났다. 박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보다 다소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재보선 전후와 비교해볼 때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시장의 급반등으로 인해 3위 자리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한편 여당의 대표 주자인 정동영·김근태 전장관과 한나라당 손학규 경기지사는 여전히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해 짙은 먹구름을 안고 신년을 맞이하고 있다.
홍성철,이수향 anderia@ilyoseoul.co.kr,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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