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민심 잡지 못하면 대권없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이른바 ‘빅3’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세를 몰아 486 주자들의 활약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노·486 주자인 백원우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나머지 486 주자인 이인영, 최재성 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킬지 여부도 관심사였으나 최 후보의 완주 선언으로 단일화는 결렬됐다. 일각에서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486주자가 당권을 거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실현 가능성은 부족해 보인다. 주류-비주류 후보들 간 계파 대립 양상도 띄고 있는 민주당 전대 판세를 알아봤다.
민주당 당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민주당 전통 지지세력이 응집돼 있는 호남 대의원들의 마음과 486 주자들의 활약이다. 이번 선거는 임기 1년인 당 대표를 1인2표제로 뽑아야 한다. 호남 대의원들의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지금 차기 총선 공천까지 염두해 둔 상황에서 후보들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저울질 하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와 ‘조직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손학규 상임고문은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이력과 대중적 인지도가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 고문 측은 호남의 지지와 전국적인 대중 지지도가 결합할 경우 대선 고지도 넘볼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비호남 출신이라는 점과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이력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대선 후보 경선을 한 차례 통과한 점, 호남권 주민의 지지로 정계 부활에 성공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40대 기수론’ 빛 보나
또 다른 변수 중 하나는 486 주자들의 약진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40대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대거 당선되면서 ‘40대 기수론’이 급부상했다.
이 기세를 몰아 486주자들은 민주당 ‘컷오프’에서 3명이 본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대의원의 세력 지형이 재편됐다는 것이 당내 공통된 분석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강원지사, 그리고 송영길 인천시장 등 486출신 광역단체장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전 의원이 486 단일후보로 추대돼 486 주자들의 후보단일화 여부도 변수로 꼽혔지만 최재성 의원의 완주 선언 등으로 인해 단일화는 결렬됐다. 486 후보인 백원우 의원은 지난 9월 12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따라서 이번 본선 경쟁은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다. 각 세력간 이합집산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486 출신 3인은 ‘컷오프 순위’에 따라 후보를 단일화 하기로 당초 합의했다. 하지만 컷오프를 3명이 모두 통과한 뒤 당에서 순위를 공개하지 않는 다는 이유를 들어 모두 후보등록을 해버렸다. 이후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백 후보가 총대를 메고 후보직을 사퇴했고, 나머지 이인영·최재성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할 경우 ‘빅3’의 프레임을 넘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최 의원이 지난 9월 15일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주를 선언해 단일화는 사실상 결렬됐다.
애초 최 후보는 정세균 후보 측에 가깝고 이 후보는 손학규 정동영 후보 쪽에서 러브콜을 받는 등 양측의 이해가 엇갈려 두 후보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486 주자들이 끝내 단일화에 실패함에 따라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새로운 세대 정치’를 선언한 486그룹 전체가 비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는 후보 간 노선 공방이다. 이미 주류-비주류 간 계파 전쟁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주류-비주류 합종연횡 조짐
지난 9월 11일 광주, 9월 12일 부산 경남 시도당대회와 TV토론 이후 정세균 후보와 486 후보 대 정동영 후보를 필두로 한 비주류 후보들 간 대립각이 명확해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 정치적 행보 등을 놓고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2일 열린 부산MBC 주최 TV토론에서는 후보자들 간 격한 비판이 오갔다.
‘빅3’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정세균 후보는 “정당 대표는 당 정통성을 온전히 계승해야 한다”면서 손학규 후보를 공격했고, 손 후보는 이에 맞서 “맹호출림(猛虎出林·사나운 호랑이가 숲에서 나온다는 뜻)의 자세로 기세를 압도할 수 있는 민주당 호랑이가 필요하다”며 정 후보를 꼬집었다.
정동영 후보는 손 후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찬성 입장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일치한다”고 공격했다. 한편, 지난 11일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은 계파 간 전대 전초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전대 분위기가 최고조에 오른 가운데 여의도 정가에서는 차기 민주당 당권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금까지 분위기를 보면 정세균 손학규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지 않겠느냐”면서 “그렇다고 정동영 후보가 후보직을 막판에 사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486 주자의 약진 등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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