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국감서 ‘원수’외나무다리서 만난다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최종원(60)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 유인촌(59)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벼르고 있다. 최 의원과 유 장관은 연극계 선후배 사이다. 각각 ‘콜렉터(1970)’와 연극 ‘오델로(1971)’로 데뷔했다. 이들은 나이뿐만 아니라 데뷔시기도 1년 차이가 난다. 연예계의 선후배이자 동료인 이들의 노선이 달라진 것은 최 의원은 DJ를, 유 장관은 MB를 선택하면서 부터이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신경전을 따라가 봤다.
지난 7·28재보선에서 당선된 최종원 의원이 당선초기부터 줄곧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 의원은 재보선에 당선된 이후 유 장관을 향해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유 장관을 보면 완장 찬 사람의 호기가 느껴진다”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연예계 선후배이자 동료였던 두 사람이 날선 공방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정치적인 이해관계부터 엇갈려 있다.
최 의원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단독으로 찬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돕고 2004년 열린우리당 문화예술특위 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최 의원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유 장관은 대표적인 ‘MB사람’이다. 1990년 KBS-2TV현대건설의 성공신화를 다룬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을 연기한 것이 계기가 되어 두터운 신분을 쌓아왔다.
MB정권 출범 뒤에는 장관직에 등용됐으며, 소위 ‘문화계 좌파인사 척결’을 주도했다. 진보 성향의 일부 연예계 인사들이 유 장관 취임 이후 문광부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둘은 살아온 인생 역정만큼이나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 최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유 장관을 겨냥해 칼을 든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게 연예계 일각의 분석이다.
유인촌 “왜 타지 예술인 공간 탄광촌에…”
유 장관이 최 의원을 먼저 공격했다. 지난 2009년 2월, 강원도 정선군 삼척탄좌를 다녀간 뒤 최 의원이 기획한 페광촌 ‘예술인촌’건립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유 장관은 삼척탄좌를 둘러본 뒤 “현장 분위기를 잘 살려야지 왜 타지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을 폐광촌에 만드냐. 수익성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5월 최 의원이 계획한 ‘고한 예술인촌’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정선군과 문광부는 “수익성이 없다”는 근거를 들어 결국 ‘웰빙 스파’와 숙박시설, 와인바 등이 들어서는 ‘광산 테마 파크’로 사업이 최종 변경됐다.
최 의원은 지난 2005년부터 강원도 정선 폐광촌에 ‘예술인촌’ 건립에 공을 들여왔다. 연극배우를 하기 전 탄광에서 일을 했던 그는 고향인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폐광 ‘삼척탄좌’를 활용해 예술인 전용 창작실, 공연장, 박물관 등을 갖춘 ‘고한 예술인촌’을 세우려 했다.
당시 이광재 의원(현 강원지사)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8년 1월에는 문광부 승인도 떨어졌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유 장관의 한마디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 사건이후 최 의원은 유 장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재보선에 당선되자 마자 유 장관을 향해 ‘독화살’을 퍼부어 대는 이유다.
최 의원은 지난 9월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유 장관과 열띤 신경전을 벌였다.
최 의원은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 압력 의혹을 받은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진퇴 문제와 관련해 “다른 사람은 꼬투리를 잡아 자르면서 조 위원장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고 따지며 신호탄을 쐈다.
최 의원, “유인촌 막말하지 않았냐”
유 장관도 소신발언을 통해 최 의원의 심기를 건드리며 날을 세웠다.
유 장관은 “10개월 정도 의견을 조율하고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조 위원장 진퇴문제), “대질할까요. 지어낸 이야기다”(김 전 관장에게 막말 의혹)면서 최 의원의 질의를 반박했다.
최 의원과 유 장관은 지난 9월 10일 또다시 공방전을 펼쳐 문방위 전체 회의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번에 진행된 2라운드 공방은 대법원 무효 확정판결이 내려진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해임에 대한 사과 문제와 지난 2008년 유 장관이 언급했던 재산기부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최 의원은 이날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에서 법적으로 결론난 부분을 인정한다면 인간적으로 지금까지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해임 처분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을 강조하면서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유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유 장관은 공개적인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최 의원은 또 유 장관의 재산기부 문제를 꼬투리 잡았다. 지난 2008년 유인촌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재산을 연극 등 예술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최 의원은 유 장관이 장관직에서 하차할 전망이었던 지난 8.8 개각 때까지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유 장관은 “예술계통의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쓸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셨고 그래서 그런 의향이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그 부분은 제가 죽기 전에 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최 의원과 유 장관의 신경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의원이 너무 개인적 감정에 치우쳐 의정활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연예계 동료에서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돌변한 두 사람이 화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최 의원과 유 장관의 3라운드 공방은 10월 국정감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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