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후보 줄서기 러시 “어찌할꼬”
단체장 후보 줄서기 러시 “어찌할꼬”
  • 이금미 
  • 입력 2006-01-13 09:00
  • 승인 2006.01.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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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를 향한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높은 당 지지율 때문인지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해당 단체장 자리는 ‘떼 놓은 당상’이라는 낙관적인 기류가 각 후보 진영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진영은 광역단체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도전자들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진영도 있으나, 일찌감치 각 지역에 심어 놓은 뿌리를 근거 삼아 세확산에 나서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한나라당 ‘대권 빅3’와 이들의 관계다.

특히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행정공과를 발판으로 대선주자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예비 후보들이 내놓은 방정식은 지방선거는 물론 한나라당 대선 경선 셈법까지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 시장과 손 지사 주변은 조용하기만 하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박근혜 대표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저공비행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추적해 봤다. 지방선거는 대선 경선의 전초전이라는 말이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과 각 지자체장들의 관계와 맞물려 경선의 향배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들의 입장에서 자기 사람을 지자체장으로 거느린다면 이는 곳 대선 경선을 위한 ‘교두보 확보’인 셈이다.

철저한 중립지대 고수

그러나 벌써 한 달째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5·31 지방선거를 향한 비상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빅3 진영에서 물밑 움직임만 감지될 뿐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지방선거 후보들이 출마를 시사하면서부터 대권 주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면서 “굵직한 현안에만 입장차를 보이고 있을 뿐 뚜렷한 자기 색깔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대표적인 현안이 있다면 사학법 개정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에 대한 빅3의 온도차다. 박 대표는 현재 장외투쟁의 선봉에 서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 시장은 중립, 손 지사는 장외투쟁 반대에 무게 중심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신년 행사장에서 예비 후보들과 대권 주자들의 자연스런 만남도 빚어진다. 또한 여의도 정가 주변에서 대권주자와 지방선거 후보들의 비공개 회동도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칠 뿐이다. 대권주자와 후보들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다양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으나, ‘키’를 잡고 있는 대권주자들은 철저한 중립지대를 고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은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이다. 특히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이들의 사전 기싸움은 더욱 치열하다. 대권주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앞선다. 또한 현광역단체장의 조직이 가세한다면 경선의 승리를 낙관할 수도 있다.

대권주자 일정 체크 참석

대권주자들의 후광은 정책과 비전에서도 통한다. 실제로 한나라당 빅3 중 이 시장과 손 지사가 지난 3년6개월간 이룬 공과는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는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먼저 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들의 경쟁과도 무관치 않다. 이들은 청계천 복원공사, 서울숲, 대중교통 개편 등 이 시장의 뒤를 잇는 정책과 비전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 진영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대권주자와의 인연을 내세우기도 한다.

학연·지연 등의 선후배 관계를 비롯해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대권주자들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무용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실제로 광역단체장에 출사표를 던진 모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대권주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알 수 있는 거대한 사진을 장만해 걸어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권주자의 일정 체크도 이뤄진다.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06년 서울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 이날 행사에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이 자리에는 이 시장도 참석했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기도 전에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들인 연결고리는 물론 이 시장이다. 그러나 정작, 이 시장과 손 지사는 차기를 노리는 후보들과의 연대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지방선거 경선 후폭풍 예상

대권주자의 한 측근은 “경선 통과가 유력한 후보와 개인적으로 가깝다고 해도 선뜻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판세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후보를 지지할 경우, 지방선거 경선 후폭풍이 길게 남은 대선레이스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권주자의 경우 대선 경선을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후보들 모두 대선 경선의 표심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또 한명의 유력 대권주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권주자들의 저공비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참모들의 한결같은 관측이다.비록 광역단체장은 아니지만, 이는 박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 체제에서 주요 당직을 거친 인사들 중 광역단체장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의 경우, 일찌감치 “박 대표의 의중이 곧 당심(黨心)”이라며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 대표 주변에선 ‘낭설’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예상치 못한 지방선거 경선 결과의 유탄을 정면으로 맞는다면, 대선레이스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63세 생일파티 성황…정대철 정치재계 ‘신호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정대철 전 의원이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정 전의원은 지난 4일 63회 생일을 맞았다. 이 자리에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정치재개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태형 박사 기념관에서 열린 생일파티에 김원기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등 40여명의 정치인이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정 전의원은 올해 1월1일 김영삼 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했고, 6일에는 83회 생일을 맞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한편, 얼마 전에는 굿모닝시티 윤창열씨의 고백수기 일부분을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배포, ‘옥살이’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곧 출간될 것으로 알려진 윤씨 고백수기 중 정 전의원과 관련된 일부분을 발췌한 글은 △정 전의원과 윤씨의 만남 △검찰의 기획수사로 거짓진술 △정 전의원의 재판과정에서 거짓증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소환 취소-양심선언 기회 물거품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윤씨는 정 전의원의 재판과 관련해 “당시 나의 재판도 진행중이었다. 정대철 의원에 대한 허위진술 내용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받으면서도 양심대로 반복한다는 것은 그당시 분위기로 보아 어려웠다.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검사가 계속 틈을 주지 않았다”면서 “허위로 진술한 기소 내용대로 1심에서는 조사 내용 그대로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덫에 걸려 추락하는 신세가 됐다. 정대철 의원님께 죽을 죄를 지었기에 용서를 빌고 있다”고 회고했다.

정 전의원은 지난해 광복절 사면 이후 정치재개의 높은 관측에도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치권을 향한 그의 보폭이 넓어지면서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여야 정치권의 격변이 예고된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행보는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정 전의원은 5선으로, 원내에 진출한다면 국회의장도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정 전의원 측에선 “예정된 대로 미국 유학길에 오를 것”이라며 “비자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1년 동안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미국생활을 마친 뒤 재외공관 대사 등을 통해 정치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금미  nicky@ilyoseo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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