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한·미 수교에서 2011년 FTA 까지
1882년 한·미 수교에서 2011년 FTA 까지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1-11-30 15:15
  • 승인 2011.11.30 15:15
  • 호수 917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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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11월 22일 국회에서 채택됐다. 내년부터 대한민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과 관세 없이 교역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무역이 국제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미관계는 129년 전인 1882년 5월 양국간의 수호조약으로 시작됐다. 당시 미국이 조선조와 수교한 목적은 통상하기 위한 데 있지 않았다. 미국은 조선인들이 너무 가난한 탓에 자국의 상품을 팔아줄 여력이 전혀 없고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한반도로부터 수입해갈 제품도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국이 수교하게 된 연유는 중국과의 교역을 위해서였다. 한반도 해안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미국 상선들의 항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데 있었다. 해난사고를 당할 때 구조를 받고 석탄과 물을 얻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이 조선조를 중국 항해의 경유지 또는 해난사고 도피처 정도로 간주했다는 사실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훈령을 통해 드러났다. 프레더릭 프리링하이젠 국무장관은 1882년 1월 미국측 협상대표인 로버트 슈펠트 해군제독에게 훈령을 보냈다. 그는 한미수호조약이 “오직 해난구조를 위한 것”이므로 “더 이상 얻으려 하거나 너무 많이 얻어내려 하지 말라”고 했다. 한반도를 미국 상선들의 비상 기착지 혹은 해난 피난처 정도로만 간주했을 뿐임을 밝힌 대목이다.

미국은 수호조약 후 서울에 공사관을 개설했으나 계속 실망과 좌절에 빠져들었다. 조선조에서는 1882년 5월 수교조약이 조인 된지 두 달만에 임오군란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2년만인 1884년 12월 갑신정변이 일어났다. 뒤이어 1894년 동학란, 같은 해 한반도 종주권을 둘러싼 청·일(淸日)전쟁, 1895년 일본인에 의한 민비(閔妃) 시해, 1896년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 한반도 지배를 위한 일·러(일본·러시아)전쟁 등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테어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조선조의 되풀이 되는 내정혼란과 무기력함에 크게 실망했다. 그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조선조가 자기 자신의 방어능력 조차 없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1905년 일본과 ‘태프트-가쯔라 밀약’을 맺어 조선조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해 주었다. 그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된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는게 극동지역의 안정을 위한 길이라고 간주했다. 그는 “조선인들은 자신의 방어를 위해 한 펀치도 날릴 수 없다”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는 조선조가 “일본의 보호국이 되는 길 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은 보따리를 싸고 조선조를 떠났다.

그로부터 40년만인 1945년 미국은 2차대전에서 일본의 항복을 받고 한반도에 상륙해 1948년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1949년 주한미군이 고문단 500명을 남기고 모두 철수하자 북한이 다음 해 6·25 기습남침을 자행, 낙동강까지 점령했다. 미국은 군대를 즉각 파병해 남한을 적화의 위기에서 건져 주었다.

3년간 전쟁 중 미군은 5만여 명의 생명을 잃었다. 전쟁 후 미국은 버터·밀가루·쌀 등 구호물자를 보내 한국인들을 추위와 굶주림에서 구해 냈고 경제재건에 나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내년부터 한미FTA가 발효됨으로써 한미 두 나라는 서로 공동으로 번영하는 무관세 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돌이켜 보건데 129년 전 한국은 찢어지게 가난해 미국의 통상 파트너조차 되지 못했다. 61년 전엔 미국의 희생적인 참전으로 북한의 적화남침을 격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한미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 동등한 주요 교역 대상국으로 우뚝 섰다.

한미FTA를 계기로 129년 양국 관계가 더 한 층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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