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세 정치인 “정치도 세습한다”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을 받은 유명환 전 외교부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파문이 전 정부 부처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 민심 역시 “외교부 뿐인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사정기관에 고위직 자녀의 특채 의혹 제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채 시비로 인해 정부부처 산하 자녀들은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보란 듯이 2세 정치인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세습정치’라는 비판과 함께 ‘정치 명문가’라는 극과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부모나 인척이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2세 인사들을 알아봤다.
18대 현직 국회의원 중 국회의원 자녀로 태어나 2세 정치인으로 살고 있는 인사들이 적잖은 편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고 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다. 경인일보 명예회장이자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남 전 의원은 1998년 3월 별세했다. 이 빈자리를 경인일보 기자 출신으로 34세의 젊은 나이에 장남인 남경필 의원이 수원 팔달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그해 7월 치러진 재보선에 출마해 무난히 당선됐다. 전형적인 2세 정치인으로 4선임에도 나이는 45세로 한창이다.
아버지 넘는 2세 정치인 드물어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은 아버지가 고 정석모 전 의원이다. 내무부장관 출신으로 6선인 정 전 장관은 충남 공주·논산에서 4번 민정, 민자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두 번 했다. 아버지 별세이후 충남 공주 지역구를 물려받은 정 수석은 16, 17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18대에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있다가 2010년 7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들어가면서 금뱃지를 뗐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또한 대표적인 정치2세다. 아버지가 고 이중재 전 의원으로 이 의원은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 전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6, 7, 8, 9, 12,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6선 의원이다. 특히 1963년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의원에 입문해 신민당 부총재, 평민당 부총재, 민주당 상임고문,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맡았다. 이 전 의원은 12대 총선 당시 강남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같은 지역을 아들인 이 의원이 물려받아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의 아버지는 유수호 전 의원이다. 차남으로 태어난 유 의원의 지역구는 대구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유 전 의원은 12, 14대 대구 중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민당 최고위원, 신민당 최고위원, 자민련 상임고문을 맡았다. 반면 17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유 의원은 18대 대구동으로 출마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정문헌 청와대 통일비서관의 부친은 정재철 전 의원이다. 정무 제1장관을 지낸 정 전 의원은 11, 12대 총선에서 강원도 고성·인제·양구·속초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14, 15대 연이어 뱃지를 달았다. 하지만 16대 같은 지역에 출마했지만 현 무소속 송훈석 의원에 패배해 지금은 대통령 자문 국민원로회의 위원으로 있다. 정 비서관은 아버지 지역구인 속초·고성·양양·인제 지역위원장을 물려받아 17대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다. 송 의원에게 패배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지역구를 탈환한 셈이다.
한나라당 고 김윤환 전 의원의 동생인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 역시 2세 정치인이다. 2003년 12월15일 별세한 허주 김 전 의원은 정무 장관 출신으로 10, 11, 13,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5대 경북 구미로 지역구를 옮긴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16대 민주국민당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하면서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다. 김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구미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밖에도 고 김진재 의원의 아들이자 한승수 전 총리의 사위인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 부산 사상에 출마해 권철현 주일 대사를 꺾고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아버지의 후광이 적잖이 작용했다. 2005년 10월24일 별세한 김 전 의원은 11, 13, 14, 15, 16대 국회의원으로 부산 금정에서만 내리 4선을 했다.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부친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또한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이자 제 6·9·10·11·12대 국회의원의 장남인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18대 송파을로 출마해 당선됐다. 부친은 경기도 평택이 지역구였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의 경우 2세 정치인중 1세대로 꼽히고 있다. 조 의원은 비례대표 2번을 포함해 7선 의원이 됐다. 부친인 고 조병옥 박사는 제 3, 4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960년 제4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바 있다.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노웅래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18대 총선에서 낙마해 대를 잇지 못했다.
임태희·이혜훈 직계 대신 방계가 승계 ‘행운’
한편 대통령의 자식으로 태어나 정치 운명이 엇갈린 경우도 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표는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한나라당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과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각각 15·16대,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지만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경우 18대 총선 당시 부친의 고향인 경남 거제 출마를 노렸지만 공천을 받지 못해 정치적 꿈을 19대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부모의 정치적 후광이 아닌 처가나 외가쪽 유명인사로 정치에 입문한 케이스도 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서초갑)의 경우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태호 전 의원의 며느리로 정치에 입문한 케이스다. 반대로 임태희 대통령 실장의 경우 장인이 한나라당 부총재이자 4선의 권익현 한나라당 고문으로 재경부 과장출신이지만 분당을 노른자위 지역에 공천을 받았다. 각각 자식이 있었음에도 정치에 뜻이 없어 대신 뱃지를 다는 행운을 누렸다.
반면 국회의원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빛을 보지 못한 케이스도 부지기수다.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 김영호 전 민주당 대변인,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 권노갑 전 의원의 아들 권정민, 박실 전 의원 아들 박석원, 최훈 전 의원 아들 최호석, 조윤형 전 의원 아들 조성범씨 등이 2세 정치인을 꿈꾸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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