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차명계좌’발언 국감 쟁점 비화‘조짐’
‘노무현 차명계좌’발언 국감 쟁점 비화‘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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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9-13 16:55
  • 승인 2010.09.13 16:55
  • 호수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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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국회로 간 까닭은?
조현오 경찰청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여부가 정국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국정 감사의 최대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차명계좌 논란의 단초가 된 조현오 경찰청장 고소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데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변호사(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를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논란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조현오 경찰청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조 청장은 지난 3월 서울지방경찰청 강단에서 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전날 검찰에서 차명계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유족 측은 즉각 반발하며 조 청장을 사자명예훼손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9월 9일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인 문재인 변호사를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문 변호사와 곽 변호사는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발언은 가치 없는 이야기”라며 “차명계좌는 없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우선 곽 변호사와 문 변호사를 상대로 고소·고발 취지와 주장의 핵심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법률적 검토에 돌입, 이후 조 청장의 조사 방법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검찰은 조 청장이 경찰조직의 총수인 점 등을 감안해 서면조사를 실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요에 따라 조 청장을 직접 소환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직 조 청장에 대한 조사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다.


검찰 수사 핵심은?

조 청장에 대한 조사가 서면이든 직접심문이든 이뤄지게 된다면 검찰 수사의 핵심은 차명계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말할 경우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 처벌의 경중이 다를 뿐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자명예훼손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로만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검찰 수사 핵심은 차명계좌의 실체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를 밝히기 위해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내사종결했던 사건의 수사 파일을 다시 검토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당시 수사 자료는 대검찰청에 보관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수사 자료를 들춰보는 일은 검찰로서도 부담이 따른다. 당시 전직 대통령을 자살까지 몰고 간 것에 대한 검찰 내외부의 비난 여론을 감안할 때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것. 검찰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재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조 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지난 8월 2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저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한다”면서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께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유족 여러분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굳이 과거 사건을 들춰내 재조사를 하지 않아도 이미 허위로 결론 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반면 조 후보자의 위법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이번 사건을 무혐의 처분이나 기소를 하는 등 결론을 내려면 어떻게든 사건의 진실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특검’ 발언 속내는?

이와 관련,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발언도 주목된다. 홍 의원은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서 차명계좌 존부(存否)에 자신이 있으니까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제안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말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홍 의원의 발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선 차명계좌 실체를 증명할 만한 자료를 조 청장이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단 홍 최고위원은 특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특검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중론이다. 만약 특검 결과 차명계좌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거나 허위로 나올 경우 여권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책임 문제도 뒤따르게 된다. 차명계좌의 존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날 경우 이번 인사를 단행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야권의 파상공세에 직면하게 된다.

부담이 되기는 야권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검이 아니라 별검이라도 하자”면서 맞불을 놓고 있지만, 만약 특검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오거나 차명계좌 존재가 사실로 결론 날 경우 부담이 따르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조 청장 고소·고발 사건으로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논란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검찰 조직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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