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빅3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대권티켓을 거머쥘 것인가?”

민주당 당권 경쟁 막이 올랐다. 10·3 민주당 전당대회 본선에 나설 주자 9명이 확정됐다. 예상대로 ‘빅3’ 주자인 정세균 전 대표와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이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나머지 본선행 티켓 6장은 친노-486 그룹에 속하는 백원우·최재성 의원, 이인영 전 의원과 비주류 측 박주선·조배숙·천정배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에 따라 차기 당 대표를 포함해 최고위원 6명을 선출하는 민주당 전대는 ‘빅3’의 격돌과 여성 몫을 뺀 나머지 최고위원 두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민주당 전대를 따라 가봤다.
민주당의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나설 본선 주자 9명이 가려졌다. 지난 9월 9일 16명의 예비후보가 예비경선을 벌였다. 컷오프에서 ‘빅3’는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대선 후보 경선을 방불케 했다. 손 전 대표는 “관리를 잘할 것 같은 지도부를 뽑으면 국민은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의석만 야당에 줄 것”이라며 ‘관리자형 지도자’를 강조한 정 전 대표를 맹렬히 비판했다. 이에 맞서 정 전 대표는 “누구나 김대중 노무현을 얘기하지만 아무나 그 철학과 정신을 계승하진 못한다. 정체성이 맞아야 한다”며 손 전 대표의 이력(한나라당 출신)을 건드렸다. 이어 “지금까지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며 정 고문의 탈당 전력도 비판했다. 반면 정 고문은 “민주당에 빚을 많이 졌고 과오도 크다. 반성하고 있다. 빚을 갚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정리하고 고민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빅3’외 변화 기류 486 표심으로
예상대로 ‘빅3’로 꼽힌 정세균 전 대표와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과 비주류인 박주선·천정배 의원이 본선에 진출했다. 여성 배려차원에서 뽑힌 조배숙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486 주자 3인방(최재성·백원우·이인영) 몫으로 돌아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예비경선에서 지역·선수보다 세대교체와 변화에 쏠린 표심이 486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분석이다. 9명의 후보들은 9월 10일 후보등록 후 다음날 광주시당 개편대회를 시작으로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다.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치러진 컷오프는 1인3표제로 진행됐으며, 4분 연설 후 국회의원·지역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315명의 선거인단 투표로 결판이 났다. 16명의 후보 중에서 2년 전 당권에 도전했던 추미애 의원과 3선인 김효석·유선호 의원, 충남도당위원장인 양승조 의원과 부산시당위원장인 조경태 의원, 장성민·정봉주 전 의원 등 7명은 탈락했다. 9명의 본선 진출자 가운데 전대 최다득표자는 대표, 2~6위는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민주당 당권은 단연 ‘빅3’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차기 대권 구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3’ 가운데 정 전 대표는 조직력에서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경쟁자인 손 고문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정 고문은 호남권에서 상당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정 전 대표-손 고문 당권 다툼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세균 조직’과 ‘손학규 대중성’이 격돌하는 가운데 정 고문의 막판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 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대 룰 논의 과정에서 손 고문과 정 고문이 일시적인 ‘동맹’관계를 형성했지만 막상 전대에서는 피튀기는 ‘혈전’을 벌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번 컷오프에서 ‘빅3’ 외에도 486 주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빅3’간 경쟁에 486 후보가 추가되는 구도다.
백원우·최재성 의원과 이인영 전 의원이 모두 전대 본선에 오른 것은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높아졌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최 의원은 정 전 대표 측의 적극적인 지지가, 백 의원은 친노세력의 지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계이면서 중립성향을 보이는 이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골고루 득표했다는 분석이다.
전대 본선 사실상 순위 싸움
이번 민주당 전대는 사실상 순위 싸움이 될 대표와 공산이 높다. 486 후보들이 일단 후보 단일화에 실패, 전원 후보 등록을 마쳤지만 전대 전 막판 단일화가 성사되면 최종 후보는 7명으로 압축되기 때문. 이들은 전대 전까지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선 주류 측에서 정 전 대표와 486 단일후보가, 비주류 측에선 정동영·박주선·천정배 의원이 본선에 진출해 계파 간 세력 다툼도 예상된다. 1인2표제에 따른 후보 간 합종연횡과 배제 투표 등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컷오프에서 예상대로 ‘빅3’ 3인방이 모두 본선에 진출한 것과 달리 이변도 있었다. 추미애 의원의 탈락이다.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당론에 맞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가 2개월간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 등 당내에서 격한 비판에 직면했던 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환노위원과 일부 여성 의원들이 공공연히 낙선 운동을 벌일 정도로 당 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돼 있었다는 평가다. 추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추미애 맞아?’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몸을 낮추고 ‘동행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친노-486 그룹 3인방은 어떻게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이들의 약진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이 대거 당선된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젊은 피 수혈의 필요성이 차기 당 지도부 선출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번 컷오프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중앙위원은(359명)은 기초단체장(99명), 원외 지역위원장(147명) 등으로 구성됐다. 지역위원장 선정을 정 전 대표 측 이미경 사무총장이 주관 했는데, 이것이 민주계 3선인 김효석 의원과 동교동계 장성민 전 의원, 비주류 측 유선호, 조경태 의원등의 탈락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는 차기 당 지도부에서 완전히 배제 됐다. ‘민주당’이란 명칭의 뿌리 격인 민주계도 세력이 약화됐다. 민주당은 이번 전대를 통해 본격 적인 세력 구도 굳히기 작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