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한 재계 ‘꿈의 카드’ 실체 그림자 일부 포착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 구조상 통용될 수밖에 없다
‘KT의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룸살롱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양문석 의원이 공개 사과를 해 잠시 한 숨을 고르는 듯 했지만 이번 자리가 단순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사용된 자금 출처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함께 참석한 KT의 조 전무가 계산했다면 단순 친목차원보다 대가성에 따른 것이 아니었겠냐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이번에 사용된 결제 카드는 기업 고위층에게만 제공되는 이른바 ‘그린카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카드는 사용한도가 없고, 기업 고위간부들 중에도 극소수에게만 지급되는 ‘꿈의 카드’로 알려진다. 사정당국도 이 카드의 실체 파악을 위해 동분서주한 바 있지만 그 실타래를 풀지 못한 카드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만큼 비밀유지가 잘 되고 그 실체 또한 파악이 어렵다. KT측은 그린카드 실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반박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KT의 기업이미지 신뢰도는 재생이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석채 회장의 ‘윤리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 회장은 최근 발간된 ‘2011 KT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윤리 경영’을 KT의 지속가능경영 키워드로 꼽았다. ‘누구를 만나든 KT의 조직 문화가 깨끗해졌다는 칭찬을 듣는 것’이 목표라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KT는 임원이 위원장을 맡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에서 추진하는 내용은 정기적으로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명문화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무색할 만한 일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오히려 이 회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종원 의원(민주)과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민주당 추천)은 방통위 국정감사를 이틀 앞둔 9월 20일 밤 11시께부터 새벽 1시께까지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근처의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 술값으로 나온 수백만 원은 함께 술을 마신 KT의 조모 전무가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는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 언론특보를 지냈고 2009년 7월 KT에 간부로 입사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대관업무를 맡아왔다. 양 위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을 지낸 후 지난해 7월 민주당 추천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이 됐다.
그런데 조 전무가 사용한 카드 출처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이 카드가 재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떠도는 ‘그린카드’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 그린카드는 카드사용 한도가 없고, 보고도 최고위층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보고되는 카드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KT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에 사용된 카드는 ‘그린카드’일 가능성이 있다. 이 카드는 회사승인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카드다. 하지만 금액은 무한대며, 그 사용내역이 남지 않는다”며 “이 카드에 대한 실체 또한 극소수만 알고 있어 파악조차 어려운 카드”라고 귀띔했다. 실제 취재진이 이 카드의 실체를 확인해 본 결과 유사카드가 존재함을 알 수는 있었지만, KT내에서의 존재여부 파악은 쉽지 않았다.
모 기업 담당자는 “각 기업마다 명칭이 다를 뿐, 그린카드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며 “극소수 임원에게만 지급되고, 그 사용처도 극소수만 알고 있기 때문에 ‘꿈의 카드’로 불린다”고 전했다.
국책기관의 한 관계자도 “일부 1급 고위공무원에게만 지급되는 카드가 있다. 이 카드의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경영진도 그 내역 중 일부만 확인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보안유지가 대단하다는 것.
그는 또한 “(이 카드의) 존재 여부가 불합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구조상 꼭 필요한 카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 카드의 사용 내역은 회장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뭉치 돈이 나갈 경우는 그 목적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그 내막을 회장이 모르게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조 전무의 카드 사용과 관련해서 의원실에서 해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KT 측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일축했다.
피규제기관과 감사기관의 부적절한 만남 ‘구설수’
그렇다면 KT와 양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증폭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술자리가 있던 이틀 후가 국회 문방위의 방통위 국감이 예정돼 있었고, 당시 방통위 국감에서는 KT의 주파수 경매 포기,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이동통신 품질저하 문제와 이에 대한 방통위의 역할이 집중 감사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피(被)규제기관’인 KT, 그리고 ‘감사기관’인 야당 국회의원이 접대의 대명사 격인 룸살롱에 모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성명을 통해 “종편의 출범으로 언론생태계 전체가 대혼란으로 빠져드는 위중한 시기에 이를 막아내야 할 야당 방통위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양 위원을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모임의 성격이 로비와는 관련이 없는 사적인 자리라해도 모임의 성격이나 시점에 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양 의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방통위 조직에 누를 끼친 부분에 대해 사죄의 말을 한다. 공직자로 가서는 안 되는 자리에 갔다.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보다 성숙된 공직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훨씬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 머리 숙여 송구스럽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한다”고도 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태백 현안 때문에 최 의원이 삭발한 날 조 전무가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서 나간 사적인 술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