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 검찰수사 등 구설수 곤혹…비슷한 행보 ‘주목’
정치권 줄 되기 논란 속 서 사장 경영지고, 남 사장 경영 떴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올해로 12년째를 맞았다. ‘대우 전성기’를 이끈 핵심 멤버 중 상당수는 고령의 나이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일부는 경영 일선에서 활동중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다. 공교롭게도 두 경영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수장이라는 점과 검찰 수사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도 유명 블로그에는 두 사람의 '연임 로비 의혹'이라는 연관검색어가 거론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서 사장과 남 사장의 경영성적표는 정반대다. 서 사장이 이끄는 대우건설은 서 사장 취임 후 계속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남 사장의 대우조선해양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명하게 대조적이다. 때문에 두 경영인에 대한 리더십 평가도 자연스레 비교된다.
대우건설이 또 다시 검찰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이 ‘거가대교 특혜비리’와 관련, 시공사를 검찰에 고소할 뜻을 지난 23일 밝혔다.
대우건설은 사업시행자인 GK해상도로㈜로부터 사업을 수주 받아 이 공사에 참여했는데 부당한 임대료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자신의 토지(통영시 34만9963㎡)를 GK해상도로㈜로부터 공사도 시작하기 18개월 전(2003.10~2005.3) 매월 3억7000만 원을 임대료로 받아 총 66억60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전했다. 또한 “공사비 이중계산을 통해 166억 원의 이득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서 사장 취임 후인 5년 동안 대우건설이 바람 잘 날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했다.
서 사장의 경영성적표가 초라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따갑게 조명한 것이기도 하다.
본지 [제901호 -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흔들린다] 제하의 기사에서도 당시 국토해양부의 경영실적 비교 자료를 토대로 서 사장의 경영성적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본지는 “서 사장이 2007년 말 취임 후 3년 간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맞아 매출 성장률이 둔화됐다. 지난해에는 무려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남겼다. 2011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는 작년보다 두 계단 하락한 6위로 ‘빅5’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실제 지난 7월말 발표된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839개 종합건설업체, 4만3660개 전문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2011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현대건설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삼성물산과 GS건설도 각각 지난해와 같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위였던 대우건설은 2단계 하락한 6위를 차지했다.
대우건설로서는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설업체에 대한 시공능력평가제도는 국토부와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3년 간의 건설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7월 말 발표한다. 또한 이 순위는 공사수주에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평가순위를 올리기 위해 로비 전담부서를 가동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11년 평가순위 결과에 대해 “시공능력평가제도는 평가기준 자체가 매년 바뀌고 이를 자사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로비를 많이 한다”며 “과거에는 임원급이 이 업무를 담당했으나 지금은 이 제도에 대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자료제공을 위한 직원만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번 꺾인 순위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서 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언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또한 올해 초에는 서 서장이 연임에 얽힌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다. 연임에 성공하자 일각에서는 서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 동문인데다 TK 및 이상득 계 인맥으로 분류된 정권 실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경우 산업은행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현 정부와의 밀접하다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남 사장이 이끄는 대우조선해양과도 닮은꼴이다. 대우조선행양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다.
다만 두 기업이 다른 것은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성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가입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성적표는 매각 태풍과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이런저런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는 남 사장이 주인 없는 회사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직원들에게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후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전직 고위 임원은 “남 사장의 경우 연임과정에서 어떤 잡음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경영능력이 있는 최고경영자 중 한사람이며 그것이 실적향상에 보탬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우 토종맨의 엇갈린 운명
대우에 능통한 한 원로는 “과거 ‘대우’의 심장부가 건설과 해양사업이었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에 승승장구하다보니 두 경영진이 잦은 비교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비교되다 보니 우위를 점하지 못한 대우건설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올 연말 김우중 전 대우회장에 대한 사면논의설이 슬슬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진 추측에 지나지 않는 단계다. 김 전 회장이 베트남에서 사업 재편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지켜볼 단계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때문에 ‘대우'라는 명칭을 쓰는 계열사들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