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권’ 잠룡 속내 들여다 보기
여권 ‘대권’ 잠룡 속내 들여다 보기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9-13 16:11
  • 승인 2010.09.13 16:11
  • 호수 85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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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이재오- 김문수 연대 격돌하나?
박근혜 - 이재오 - 김문수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대두되고 있는 것이 차기 대권구도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구체적인 대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중이라면, 여권 친이계는 이미 유력 후보들이 대권 행보를 밟아나가고 있다. 청문회 이후 이재오 의원은 특임장관이라는 날개를 달고 착실히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방선거 이후 자신의 주가를 키워놓은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정에 전념하며 점수를 따놓고 있다. ‘박근혜 대항마’로 떠오를 차기 친이계 대권 주자들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이명박 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여권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정권 재창출이다. 슬슬 대권 후보 정리에 나설 때다. 이를 의식한 듯 여권 친이계의 대권 주자들은 본격적으로 장기 마라톤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이재오 의원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며 광폭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7·28 재보선을 통해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한강을 넘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자칫 한강 다리를 건너려다 ‘익사(溺死)’ 할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가 지나가면 기회가 온다고 했다. 이 의원이 이런 경우다. 국회에 다시 들어오자마자 ‘왕’으로부터 ‘콜’이 들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의원을 특임장관으로 임명했다. 특임장관이라는 자리는 쉽게 말해 대통령의 ‘특수부대’와 같은 위치다.

특별히 정해진 업무가 없다. 대신 ‘특임’이라는 말처럼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국무위원 중 1명이다.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의 ‘밀실’을 오가는 정권 실세 중에 실세가 됐다.


이재오 ‘실세’의 속내는?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을 향해 “대권을 바라보는 것 아니냐”며 그를 떠봤다. 이 의원은 당연히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물어봤던 사람들은 이 말을 믿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라고 해도 계속 물어봤다.

이 의원에게 과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월 재보선 직전 “출마 할 것이냐”는 물음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자신의 속내를 숨겼다.

그러나 막판에 출사표를 던진 뒤 여의도 입성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오랜 습관이었다고 하지만 이른 새벽부터 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맞은 뒤 목욕탕에 들렀고, 개운한 마음으로 뚜벅뚜벅 동네를 도는 게 전부였다.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의 지원부대도 돌려보냈다.

이 의원은 ‘나홀로 선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화려하게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그의 선거 전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치밀하고도 신선했다는 평가를 했다.

이 의원은 지난 9월 10일 한 뉴스전문채널에 출연해 대권과 관련된 질문에 “아직 그런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아직’이라는 여운을 남기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인물은 김문수 경기지사다. 6·2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큰 표 차이로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 등으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날선 대립각을 세워왔다.

김태호 전 지사는 총리로 내정됐다가 청문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통과만 했다면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됐을 인물이다.

이완구 전 지사 역시 김 지사와 수도권규제완화와 세종시 문제로 ‘끝장 대립’을 벌였고, 결국 지사직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김 지사와 한판 붙었던 유력 인사들이 모두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된 셈이다.

김 지사는 기세를 몰아 정권을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권 말미에 목청을 키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판 성향이 강한 20~30대 젊은층과 코드를 동기화 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김 지사는 지난 9월 10일 한나라당 차명진, 김세연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너무 (대통령에) 집중돼있다. 대통령 권력을 국회에 더 많이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말 하면 대권행보 하려고,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분들이 있던데, 그런 것이 아니고 평소 느끼고 말씀드리던 것”이라며 자신의 대권 행보에 대한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미 지역 정가에서는 김 지사의 대권도전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후보를 근소한 표차이로 누르고 재선 고지를 밟았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곳을 민주당에 내주고 얻은 자리다.


오세훈 조용한 행보 이유는?

오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지옥’을 경험한 만큼 최근 조용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시의 현안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며 점수를 따놓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은 대권 1순위로 거론되는 자리인 만큼 향후 오 시장의 행보는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여권 친이계에서는 대권 주자 ‘빅3(이재오-김문수-오세훈)외에도 홍준표·나경원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도 잠재적 대권 주자 반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의원과 김 지사가 전략적 제휴를 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차기 대선에선 이재오-김문수 통합후보에 박근혜가 격돌할 것이란 것이다. 야권은 아직 차기 대권 구도를 짜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의 영원한 대권 후보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친이계의 ‘잠룡’들이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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