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턴이 바라는 정기국회 권선택 의원실 인턴 안경은
국회 인턴이 바라는 정기국회 권선택 의원실 인턴 안경은
  • 정치부 기자
  • 입력 2010-09-07 10:51
  • 승인 2010.09.07 10:51
  • 호수 854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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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마음 헤아리는 따뜻한 국회 되길”
내가 국회의사당을 처음 방문한 건 15살 때였다. 서울 구경도 하고, 국회의사당도 구경할 수 있어 흥미로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는 그 곳에서 국회의원이 하는 업무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모의국회의 기회를 가졌다. 안건 주제는 사형제도 폐지 법안. 모의국회는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편과 반대하는 편으로 학생들을 나눠 양측의 토론 후 표결에 부치는 과정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사형제도 폐지 반대를 주장해야 하는 팀에 소속되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등 떠밀려 대표 연설까지 맡게 되었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뻔한데 아 이걸 어찌하나’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한편으로 내 팀이 지기는 싫었다. 이기고 싶었다. 각 팀의 손에는 미리 준비된 찬성 논리와 반대 논리의 종이가 들려 있었다. 읽어보니 어느 쪽도 설득력이 빈약하지는 않았다. 난 탄탄한 논리에 내 자존심을 더해 그럴듯하게 연설을 하였다. 마치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큰일 날 것처럼.

투표 결과를 기다리면서 난 속으로 몹시 초조했다. 아까 청중이 날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애라며 웅성대던 것 같기도 하고, 만약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쪽으로 결과가 나온다면 은근히 창피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거의 두 배의 표 차이로 사형제도 폐지 안건이 부결되었다. 성취감에 기뻤지만 예상 밖의 결과에 적잖이 놀랬다. 이를 통해 실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데에도 국회의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첫 출근일이 때마침 제 294 회 정기국회 첫 날이다. 그런 기념으로 일반인과 다름없는 내 아마추어적인 시각으로 이번 정기국회에 바라는 점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한’ 정기국회였으면 좋겠다.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의 온도를 느낄 수 있고, 현장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챙기는 사람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하였는지에 대한 회상을 나열하며 지금에 안주하는 사람보다 말이다.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은 무슨 까닭이 있어 반대를 하는 것인지, 나라 안팎의 급속한 변화에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는지…자신을 낮추겠다는 겸손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무척 많다. 그렇지만 국민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 또한 많기를 바란다.

둘째, 시대적 흐름을 읽는 ‘예민한’ 정기국회였으면 좋겠다.

국민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서는 국민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을 감청하고 사찰하여 통제하라는 뜻은 아니다.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시대적으로도 그러하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온라인으로 대화할 수 있는 세상에 국민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면 곤란하다. 보통 국회의원들은 신문이나 TV 등 미디어의 필터로 걸러진 민심을 읽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한 쪽에서는 말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듣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마련한다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대표적인 예가 SNS 사용이다. 실시간으로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의 ‘재잘거림’을 들을 수 있는 트위터는 기존의 폐쇄적인 틀을 깨버렸다. 또한 그런 글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완성해 나갈 수 있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SNS라는 도구를 얼마나 값지게 사용할 수 있는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사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 바람은, 마지막으로 꺼낼 내 바람에 비하면 소박하기 짝이 없다. 정말 간절히 바라는 점이 한 가지가 있다. 서두에 내 부끄러운 이야기부터 꺼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경술국치가 딱 100년 전 일이다. 쇄국정책이 나라에 결과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깊이 고뇌했던 지도자가 있었다면, 신하가 있었다면 국가의 존망을 갈랐던 그 날이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회의원은 정기국회에서 역사를 만들어나간다. 그에 대한 사명감과 철학을 갖고서 임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이득과 승리를 추구하는 자리가 아니다. 자존심을 세우는 자리가 아니다. 옳은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근거를 갖고서, 국민과 역사를 위해 일하는 무거운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일꾼들의 치열한 국회를 바란다. 그리고 난 일꾼의 성실한 심부름꾼으로서 이번 정기국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안 경 은

·1986(生)
·정발고(경기 일산소재) 졸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졸
·현)권선택 의원(자유선진당) 인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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