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전대 룰’ 놓고 신경전?

“한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다”
민주당 당권 ‘빅3’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손학규 상임고문은 오는 10월 3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물밑전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은 향후 전대 향배를 좌우할 ‘전대 룰’ 방식을 놓고 접점을 찾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대 룰’ 방식에 따라 서로 간 이해득실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지방 방문 횟수를 늘려가며 ‘텃밭’ 공략에 나선 민주당 당권 ‘빅3’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한치의 양보도 없다. 오는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정 전 대표와 정·손 상임고문 등 당권 ‘빅3’는 전대 방식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전대 방식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결과에 따라 주자별 이해득실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정 전 대표는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단일성 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방식이다. 정 전 대표가 단일성 지도체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친노·486세력의 등용문을 확대, 친정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당 대표를 따로 선출할 경우 최근 까지 당 대표직을 맡았던 ‘대표 프리미엄’이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반면 경쟁자인 정 고문은 전당원투표제를 들고 나왔다. 현행대로 100% 대의원 투표로 당 대표를 선출했을 경우 프리미엄이 있는 정 전 대표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 고문은 지난 7·28 재보궐선거 지원유세를 벌이면서 전국의 대의원들을 만나 기존 지지 세력을 상당부분 규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여 간 춘천칩거를 정리하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 고문은 정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단일성 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여론조사와 당원여론조사가 전대 룰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타 경쟁자들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손 고문은 이 방식이 채택되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손 고문은 당권, 대권 분리론에 관해선, 차기 지도부의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당권 3인방 집중조명에 당내 비판 제기
이처럼 당권 3인방이 당 내에서 집중 적인 관심을 받다보니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인영 전 의원은 지난 9월 1일 성명서를 통해 “큰 그림을 그려도 모자랄 판에 작은 것에 연연해 소탐대실하면 ‘빅3’는 ‘스몰3’로 추락할 것”이라며 “샅바싸움에 힘 빼지 말고 (정권을 교체할) 기술개발에 힘쓰라”고 말했다.
당 원로모임인 ‘시니어모임’ 소속인 김성순·김영진 의원 등 10명도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전대 룰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도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위원장 선정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갈등도 진행되고 있다.
비주류 측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옆 지역구인 사하갑 지역위원장에 자신과 가까운 인사 대신 주류 측 친노·486 인사가 확정되자 성명서를 내고 “특정계파의 계파놀음으로 조폭과 다를 바 없는 막가파식 운영”이라며 “투쟁본부를 만들고 천막농성까지 해서라도 막겠다”고 비판했다.
다만 계파 대립 등의 이유로 결정이 보류됐던 호남 3곳(광주 남구·신안 무안·전주 완산갑)은 일단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런 가운데 전당대회준비위는 지난 9월 1일부터 정 전 대표와 정, 손 고문 측 인사 등이 참여하는 ‘4인 회의’를 본격 가동하면서 접점 찾기에 나서 ‘빅3’간 주고받기식 ‘빅딜’이 성사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삼자간 공식·비공식 적으로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고문과 손 고문이 전대 룰 방식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손 전 대표 측 김동철 의원은 지난 9월 1일 열린 ‘전대 룰’ 논의기구인 ‘4인 회의’에서 “대표의 권한이 강화되고 대표 부재 시 선거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통합선거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손 고문 측이 그동안 주장했던 단일성 지도체제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통합선거 방식은 정 고문과 박주선·천정배 의원이 주축인 ‘민주희망쇄신연대’에서 주장해오던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당권 도전에 나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대표 선거에서는 떨어져도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손 고문이 정 고문 측이 주장하는 통합선거를 받아들이는 대신 정 고문은 손 전 대표 측이 요구하는 차기대표의 2012년 공천권 행사를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손 고문 측은 이에 대해 “그건 그쪽(김동철 의원 개인) 생각일 뿐”이라면서 부인했다. 손 고문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9월 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통합선거 방식은)전술적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는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단일성 지도체제를 고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 고문이 들고 나온 전당원투표제에 대해서는 “전당원투표제로 할 경우 당원 전체가 동원돼야 하기 때문에 자칫 돈 선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지금은 전당원투표제는 무리이고 국민여론조사, 당원여론조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대의원투표+당원여론조사로 공감대
정·손 양 고문 간의 접촉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 전 대표와 손 고문과의 신경전도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정 전 대표와 손 고문과는 지지기반이 상당부분 겹쳐 유대관계를 형성해왔지만 전대를 앞두고 균열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 9월 2일 대전을 방문,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권, 대권 분리는 당연한 것”이라며 “분리가 안 되면 당 대표가 (2012년 총선) 공천권을 갖고 줄 세우기를 강요, 사당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 대표가 대권 레이스를 하게 되면 공정한 경쟁이 힘들어지고 이는 필패의 길”이라며 “당권, 대권을 분리해 (대선후보 경쟁의) 판을 키워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손 고문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손 고문이 총선 공천권을 관철하려는 행보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대를 앞두고 민주당 당권 ‘빅3’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4인 회의’는 국민여론조사는 제외하고 ‘대의원투표+당원 여론조사 방식으로 경선을 진행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