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여야 비례대표 13인 총선 도전기

특명 “지역구를 찾아라”
2012년 총선이 1년6개월이나 남았지만 마음이 바쁜 인사들이 있다. 바로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관리에 들어갔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은 추석날 인사드릴 지역도 유권자도 없다. 정당별 비례대표 의원들을 보면 한나라당 22명, 민주당 15명, 자유선진당 4명, 미래희망연대 8명, 민주노동당 3명, 창조한국당 2명 총 54명이다. 통상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 선출직 국회의원과는 달리 직능별 전문가나 사회에 헌신한 명망가를 영입한다는 점에서 실력과 덕망을 동시에 갖춘 인사들이 다수다. 하지만 정당법상 비례대표는 한 번 밖에 할 수 없다는 점에서 19대 국회 뱃지를 달기위해 지역구를 선택, 살아남아야 한다. 그 애환을 알아봤다.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생존싸움에 공식적인 신호탄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2일 최고회의를 통해 “19대 총선에서 관악을로 출마하겠다”고 비례대표 의원 중 처음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는 올해 42세로 젊은 나이다. 지난해에는 국감에서 변호사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국감 스타로 인정받았다. 정운찬 전 총리 인사청문회장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으로 정 전 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나아가 기무사 불법 민간인 사찰 문제를 제기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여왔다.
이 대표가 선택한 지역구는 민주당 김희철 의원의 지역, 이 대표의 선언으로 김 의원측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진작부터 관악으로 온다는 소문이 돌았기에 옆 지역구인 한나라당 소장파 뉴리더 김성식 의원마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여성 대변인 ‘조윤선 vs 박선영’ 대결 ‘촉각’
민주노동당에 이 대표가 있다면 한나라당에는 조윤선 의원이 있다. 같은 서울대 출신에 깔끔한 외모, 그리고 변호사 출신인 조 의원은 이 의원보다 3살이 많은 45살이다. 하지만 뛰어난 외모로 2002년 이회창 후보 대변인, 한나라당 대변인,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대변인을 맡을 정도로 언변도 뛰어나다. 오 시장측에선 재선에 당선된 이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제안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조 의원은 ‘의정활동’을 빌미로 고사한 사례도 화제가 됐다. ‘스타급’ 대변인인 조 의원이 어느 지역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야 지역구 의원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하지만 조 의원실에서는 “19대 서울에 출마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역구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거주지가 서초구 반포동으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지역구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편 조 의원과 함께 대변인 활동을 한 자유선진당 박선영 비례대표 의원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박 의원은 여성 대변인중 가장 최장수 기록을 가질 정도로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질타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마저 ‘살살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매섭다. 방송기자 출신에 헌법학 교수, 그리고 대변인 특유의 독설 때문에 상대방으로부터 비판을 종종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와 대정부 질문에선 장관들을 진땀나게 할 정도로 논리 정연한 언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박 의원은 공식적으론 “지역구 출마로 전문 정치인이 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의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길을 모색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 의원실 역시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의원이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하고 있어 한나라당 이혜훈(서초갑), 고승덕(서초을) 의원들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이 서초구에 출마할 경우 19대 총선에서 ‘여성 대변인’간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결정된 바 없다’는 창조한국당 이용경 비례대표 의원 역시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해 치열한 현직 국회의원들간 격전지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한나라당 이정현, “광주출마 변함 없다”
조윤선, 이정희, 박선영 여성 3인방이 ‘스타급 의원’으로 상대방을 긴장하케 만든다면 ‘우직하고 조용하게’ 준비하고 있는 비례 대표 의원도 있다. 민주당의 김상희 의원이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지만 이례적으로 부천 소사구 당협위원장이다. 이로 인해 보좌관을 해당 지역에 상주시키다시피해 지역구 민원을 챙기고 인맥을 넓히고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지역인 부천 소사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지역구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차 의원은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또한 ‘제2의 김문수’로 불릴 정도로 호탕하고 김 지사와 자주 독대를 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반면 충남 공주 출신의 김 의원은 여성 민우회 상임대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위원장,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등 사회운동가 출신이다.
여성위원장이기도 한 김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에 있으면서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과 함께 ‘4대강 저격수’로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이런 김 의원실에서는 “차명진 후보를 넘어 김문수 심판장으로 부천 소사를 탈환 하겠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의 경우 독특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이 의원은 당은 한나라당이지만 고향은 전남 곡성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 의원실에선 “광주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며 “지역사무소를 설치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예결위를 통해 지역을 챙기고 있고 2011년 가을쯤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나라당 손숙미 비례대표 의원실에서는 원혜영 부천 오정구와 부산 조경태 의원 지역구를 두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의 경우 가톨릭대 교수로서 인연이 있고 조 의원의 지역구인 경우 경남 거제 출신이지만 부산에서 학교를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7선의 자유선진당 조순형 비례대표 의원은 고령의 나이지만 김태호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내공’을 보여주면서 ‘역시 조순형’이라는 평을 들었다. 조 의원실에선 “결정된 게 없다”면서 옛 지역구인 강북을(민주당 최규식 의원)이나 성북을(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에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감·청문회 스타 ‘최영희·박선숙’ 출마 안해
또한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 정옥임 의원, 민주당 송민순 의원, 최문순 의원 등은 ‘결정된 없다’는 입장으로 공천 관계나 상대 의원 등을 들며 민감해 지역구 선정에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단, 강원도 춘천이 고향이 최 의원실의 경우 “19대 출마를 위해 준비를 할려고 한다”며 “내년 3월즈음에 지역구를 선정해 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현재 일산 대화동에 거주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위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였던 민주당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과 김태호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쓰리박’일원으로 논리적인 질문과 송곳질문을 한 박선숙 의원은 ‘지역구 출마의 뜻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사진=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여·야 비례대표의원 54명 명단
▲ 한나라당
강명순 강성천 김금래 김성동 김소남 김옥이 김장수
나성린 배은희 손숙미 원희목 이두아 이애주 이은재
이정선 이정현 이춘식 임동규 임두성 정옥임 조문환
조윤선
▲ 민주당
김상희 김유정 김진애 김충조 박선숙 박은수 서종표
송민순 신낙균 안규백 이성남 전현희 전혜숙 최문순
최영희
▲ 자유선진당
김용구 박선영 이영애 조순형
▲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김정 김혜성 노철래 송영선 윤상일 정영희
정하균
▲ 민노당
곽정숙 이정희 홍희덕
▲ 창조한국당
유원일 이용경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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