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직원, “현대판 음서제도 또 있다” 폭로
외교부 직원, “현대판 음서제도 또 있다” 폭로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9-07 09:53
  • 승인 2010.09.07 09:53
  • 호수 85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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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부장관 딸 특별채용 논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5급 사무관 특별채용을 두고 외교 정가가 시끄럽다. 부친이 장관으로 있는 가운데 ‘장관의 딸’이 서류전형-면접으로만 선발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은 논란이 일자 딸에 대한 채용을 전격 취소하면서도 “장관 딸이라는 점을 알 수가 없다”며 해명했다. 하지만 면접관중 2명이 외교부 직원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차 모집공고에서 자격미달로 떨어진 ‘장관의 딸’을 외교부가 자격요건을 갖추기위한 충분한 기간을 줘 2차 모집해 합격시키기위해 의도적으로 유예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고위직 자녀의 특혜는 늘상 있어왔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외교부 직원 A씨는 ‘장관 딸 특혜 논란’이 일자 본지와 인터뷰에서 “외교부 고위직 자녀의 특혜는 그동안 관행을 넘어 토착화된 인사전횡이었다”며 “폐쇄적인 인적교류로 인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외교부 A 직원의 토로는 충격적이었다. 현재 정부산하 단체에 수장으로 근무할 정도로 명망이 있는 외교부 고위직 두 인사의 자녀 역시 특혜 시비가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외교부 조직 자체가 폐쇄적이고 인력이 한정적이라 인사 비리 전횡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YS·DJ정권 외교부 고위인사였던 H씨와 Y씨의 자녀가 특혜로 외무고시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전했다.


자녀 합격위해 ‘과목 교체’ 합격 의혹

무엇보다 외교부 고위직에 있었던 H씨의 경우 그의 권한을 활용해 과목을 변경시키면서까지 자식의 외시 합격을 지원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H씨는 4년 동안 외시에 합격을 못한 자녀의 1차 취약과목을 2차 선택과목으로 돌리고 대신 법을 전공한 아들을 위해 법을 1차로 변경시켰다. 또한 2차 과목에서 취약한 외국어를 필수에서 선택과목으로 하고 2차에 법관련 과목을 추가해 고득점을 얻어 97년도에 합격됐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당시 2차 선택과목에서 과락이 40점인데 70점을 얻어 타과목에서 과락을 넘기면 합격할 수 있게 됐다”며 “당시 외교부 산하 연구원에서 A씨에게만 특강한 내용이 시험에 나왔다는 소문이 돌아 수험생들이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 H씨가 고위직에서 잠시 물러나 후임자가 법보다는 통상을 중시하며 과목 변경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씨가 재차 DJ 정권 때 외교부 고위직으로 영전되면서 기존의 과목 개편안을 취소해 ‘유야무야’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도 했다.


시험제도 변경? ‘그들만의 신의 직장’

또한 Y 고위직 인사의 자녀 역시 외무고시 정시에 합격한 배경에도 아버지 후광이 한몫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또 다른 외교부 고위직 인사인 Y씨 아들의 경우 자녀를 위해 시험제도까지 변경해 채용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며 “Y씨가 YS 정권 외교부 수장으로 있을 당시 시험제도를 바꿨는데 그 배경에도 자녀의 합격을 위한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97년전까지 시험제도는 기존 1차 시험, 2차 시험, 3차 면접으로 정원을 뽑았는데 이후에는 외시1부, 외시2부로 나뉘어 기존 정시를 1부로 2부에선 외국 초등학교 이상 정규학교에서 6년이상 거주한 인사들을 특별채용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물론 Y씨의 자녀는 경쟁률이 낮은 2부에 응시해 98년도에 합격했다. 외시2부는 고위직 외교관들 전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당장 98년도 외시 1부 응시를 보면 2천2백여명이 응시해 27명이 최종 합격했지만 외시2부에는 1백여명이 응시해 3명이 합격했다.

이 인사는 “외시 2부의 국사 시험문제를 보면 가관이다”며 “동학농민운동을일으킨 사람을 묻는 질문을 사지선다형으로 1번 김유신, 2번 이순신, 3번 강감찬, 4번 전봉준 등 외시 수준에 맞지 않게 시험문제를 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는 “유명환 장관은 정시도 아니고 계약직 직원에 딸을 채용한 것은 순진한 편”이라며 “예전에는 더 교묘하고 대범했다”고 평했다. 이에 당시 정기국회 국감장에서 외교부내의 이런 자녀 ‘특혜 채용’의혹을 제기할려고 했지만 정황만 있고 근거자료가 부족해 유야무야됐다.

특히 외교부 직원은 “인턴직원 한명 뽑는데도 서기관, 기획실장, 국장 등 여기저기서 청탁성 전화가 쏟아진다”며 “검찰보다 폐쇄적이고 마피아 조직으로 ‘현대판 음서제도’가 공공연히 횡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딸의 채용관련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유 장관은 금명간 거취표명을 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가 빠듯한 상황에다 청년층 실업률이 높은 가운데 터진 ‘장관의 딸’ 채용 특혜 논란은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성난 네티즌들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정상 운영과 다운을 반복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망신살까지 퍼지게 됐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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