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탈리아, 국채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증시에 악재
- 유로존 재정 위기로 주요국 도미노 타격 우려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사임 후 지난 13일 마리오 몬티 새 총리가 지명돼 이탈리아의 재정 상태 추스르기에 나섰다.
현재 이탈리아의 부채는 GDP의 120%, 3년간 7000억 유로로 그리스의 6배 수준이다. 자칫하면 해당 부채의 채권을 쥐고 있는 프랑스 시중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다음으로 점쳐지는 스페인과 한 고비 넘긴 그리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러한 유로존 위기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유로존 위기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다시금 환기시킨 것은 이탈리아 국채 금리 급등이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한계선으로 불리는 7%대를 넘어섬으로 인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던 세계 증시는 다시 한 번 급락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9일 7.46%로 폭등한 후 익일에는 7% 아래로 떨어졌지만 4거래일 만에 다시 7%대로 재진입하는 등 계속해서 ‘7%의 선’을 넘나드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스페인도 뒤를 이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7일 한때 7.09%까지 치솟았고, 평균 금리는 6.975%였다. 시장에서 국채 수익률 7%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구제금융으로 가는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악재를 그대로 반영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로의 위기 전염은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악재라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이 컸고 이것이 증시에 바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에 따르면 당장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이탈리아 국채의 원금과 이자는 1700억 유로에 달한다. 특히 이탈리아 문제가 악화될 경우 지금까지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들은 모두 허사가 될 뿐만 아니라 당장 대응할 만한 정책적 수단 역시 마땅치 않다는 점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수 낙폭이 기존보다 줄었고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본지 [일요서울 907호 - 흔들리는 유로존, 그리스는 빙산의 일각일 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최근 대두된 유로존과 그리스 위기설의 진원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이었다.
독일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월 10일 독일 정부가 그리스 디폴트에 대비해 은행 지원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같은 달 12일 발간한 독일 일간지 디 벨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orderly default)’ 가능성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같은 달 14일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과 3위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꼴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강등했다. 무디스는 “두 은행이 그리스에 빌려준 돈은 전체 대출금 가운데 적지 않은 수준으로 최악의 경우 두 은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유럽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고 추석 연휴가 끝나자 국내 증시도 그 직격탄을 맞았다. 폭락한 그리스 국채값은 전일 기준 1년 만기 수익률이 100%를 넘었고 2년 만기 수익률은 70%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본지 [일요서울 제906호 - 9월 위기설, 그 실체는?]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재 세계의 눈은 유럽 재정위기에 쏠려 있는 상태다. 특히 유럽의 민간은행들은 유로화 출범 이후 유럽 국가들의 국채투자 과정에서 급속하게 성장해 왔고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유럽 국가들의 채무조정이 유럽 은행들의 위기와 직결되며 그리스는 그 시작에 불과한 이유다.
또한 유럽 재정위기 심화는 유럽 금융기관과 민간 기업들의 위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은행들의 생존을 위한 투자자산 회수는 주식과 부동산의 동반 폭락을 가져오고, 은행들의 대출 축소와 중단은 기업들의 부도로 이어지며, 은행들의 자본 부족은 예금자들의 불안을 증폭시켜 대량 예금인출사태인 뱅크런(Bank Run)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불안한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프랑스의 주요 은행 일부에 대해 실제로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는 스페인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역시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은 유럽 은행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제 프랑스가 시발점이 돼 다른 유럽 은행이나 국가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유로존 위기에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과연 금융당국은 제대로 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가”라고 대책을 촉구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