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모델하우스, 그냥 ‘모델’로 전락?
텅 빈 모델하우스, 그냥 ‘모델’로 전락?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11-22 10:34
  • 승인 2011.11.22 10:34
  • 호수 916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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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내년도 텅텅 빌 듯, 지방은 그나마 나아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시름이 날로 더해 가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건설 중인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브랜드를 막론하고 좋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대규모 PF(Project Financing)를 일으킨 사업도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자를 감당하기 쉽지 않아 대규모 부실 사태로 이어질 가망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이에 따라 대규모 감원도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에 마련한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설령 방문객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전언이다.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가 ‘모델’로 전락할 가망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을 위해 만든 모델하우스가 텅텅 비어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아파트의 경우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만, 서울과 인접하고 교통이 편리한 곳은 김포지역과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인원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모델하우스를 열면 길게 장사진을 치며 늘어선 방문객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모델하우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건설사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텅 빈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


인천광역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곳이 송도지구와 청라국제도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Incheon Free Economic Zone, IFEZ)가 주관하고 있는 청라 국제도시, 송도지구, 영종지구 개발 사업은 ‘21세기형 글로벌시티’를 표방하며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2003년부터 시작됐다.

송도지구는 국제업무단지, 지식정보산업단지, 첨단바이오단지 등 새로운 경제구역을 만들어 국내외 기업들의 유치를 끌어내고자 했다. 영종지구는 영종하늘도시라는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물류복합단지를 만들어 영종도국제공항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청라국제도시는 대규모 주거지역과 GM대우청라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 그리고 청라골프장으로 대표되는 여가시설이 복합된 그야말로 살기 좋은 지역을 테마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 곳 중 어느 곳도 현재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곳이 드물다.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현재 주거지역을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인천광역시에서 청라국제도시의 청사진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주거와 투자를 위한 관심이 몰리면서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하지만 현재 몇 군데 남아 있는 모델하우스에는 내방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현재 입주를 해서 살고 있는 거주민들 또한 청라국제도시 조성이 제대로 완료될지를 궁금해 하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청라국제도시를 방문해 보면 고층 대형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지만 기반시설은 미약할 따름이다. 공사가 완공되면 3만 가구 9만 명이 입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정률이 60%인 현재까지 6천 세대가 조금 넘게 입주했고 인구도 1만90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고 29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2년 전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로 향하는 대중교통은 미비할 뿐만 아니라 공항철도 청라역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현재 입주해 있는 주민들은 모델하우스에서 들었던 설명과는 너무 다르다며 건설업체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청라국제도시와 조금 떨어져 있은 검단신도시의 경우에도 수도권매립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와 매일 드나드는 화물차의 먼지로 인해 건설사를 상대로 한 집단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에서 제시한 모든 편의시설이 조만간 시공 또는 완공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방 모델하우스는 그나마 나아


수도권 모델하우스가 파리만 날린다면 지방은 조금 나은 편이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는 부산의 광안리와 해운대에 건설 중인 아파트는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지금까지 1만6000여 명의 방문객들이 다녀가며 분양 열기를 모처럼 느낄 수 있었다.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인해 모델하우스는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으며 거주와 투자를 목적으로 한 방문객들은 아파트 인테리어와 함께 주변 편의시설까지 꼼꼼히 둘러보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세종시의 열기도 대단하다.


세종시 경우에는 중앙행정기관들이 대거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상권이 형성될 수 있으며 주변 환경 또한 좋아 거주를 위해서는 최고의 입지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모델하우스는 연일 방문객들로 들어찼다.


이미 프리미엄마저 붙은 상황이지만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재매입을 위한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 대우건설, LH 등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세종시 특수로 인해 웃음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계약을 중도해지한 삼성물산, 대림산업, 롯데건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은 내년에도 ‘먹구름’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진행된 온라인 취임식에서 “뉴타운에 대해 제일 많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은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두고 진행한 사업이지만 폐해 또한 많아 일부 거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며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뉴타운 사업의 실효성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정도로 뉴타운 사업은 이해의 실타래를 풀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 있었다.


이에 박 시장은 뉴타운 사업을 시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뉴타운 사업을 통해 수도권에서 건설 경기를 일으켜보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던 건설사들로서는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


결국 내년에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건설 경기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의 모델하우스는 한 겨울까지도 파리가 날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 억 원을 들여 준비한 모델하우스가 단순한 ‘모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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