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 5인방…복잡해진 대권 구도
여권 잠룡 5인방…복잡해진 대권 구도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8-31 09:57
  • 승인 2010.08.31 09:57
  • 호수 853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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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침묵 - 김문수 강공 - 이재오 변수 - 오세훈 조용 - 김태호 ?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여권의 대권 ‘잠룡’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김문수·오세훈 등 기존 라인에서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대권 주자 반열에 포함됐다. 특히 이 후보자와 김 총리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대권과 관련된 질문이 등장하면서 정치권의 차기 대선을 보는 ‘신기류’를 가늠케 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침묵을,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청와대를 향해 쓴 소리를 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대권주자 탄생을 의식하며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별다른 움직임 없이 절제 행보를 보이고 있다. 8·8 개각 이후 정치권에서 꿈틀대는 ‘잠룡’들의 꼼수를 내다봤다.

차기 여권의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대표가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26일 열린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 불참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19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과 관련한 재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등 평소 상임위 활동을 거른 적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청문회 불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청문회 불참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동을 통해 두 사람은 정권의 성공과 재창출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 박 전 대표가 나서 이 대통령이 내세운 인사에 대한 검증을 할 경우 친이-친박계 간 화합 모드로 돌아선 최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의원실은 청문회 관련 자료 요청을 하지 않았으며, 의원실 자체적으로도 청문회 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평소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하는데다 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작용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20일 당내 이공계 출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도 청문회와 관련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대권캠프 가동설 ‘모락모락’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근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정권을 향해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제34차 한나라포럼에 참석해 당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대권행보가 아니냐, 어떻게 대통령을 비판하느냐고 하는데 저는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비판할 것은 하면서 살아왔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도지사가 되면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는 “무엇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우리나라가 더 잘돼야 한다”면서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누구 손을 잡고 누구와 맞설지 혼미하다”며 현 정권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을 향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 경기도 지역 정가에서는 이미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미 캠프를 가동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지사와 가까운 축에 속하는 모 방송사 부장급 간부도 비밀리에 김 지사 대권캠프 합류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김 지사의 측근들이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김 지사는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즉답을 피하며 모호한 답변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이재오 대권경쟁 변수 급부상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나홀로 선거’로 2년여 만에 한강을 건너 여의도에 복귀한 이 후보자가 대권경쟁 변수로 급부상 한 것.

이 후보자는 ‘정권 2인자’ 답게 청문회에서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정권 실세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청문회에서 나온 이 후보자의 발언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직접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모호한 답변을 하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후보자가 지난 2년 여 간의 여의도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당분간 정권 후반기 조직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지난 7·28 재보궐선거 직전까지 출마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의 차기 대권 도전설은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8·8 개각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였다. 청문회 본류는 총리로서의 ‘자질’이었지만, 지류는 대권 후보로서의 ‘검증’이었다. 김 후보자는 각종 부적절한 비리 의혹으로 얼굴에 먹칠을 했지만 대권 출마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김태호, 청문회 낙마하면 대권도 없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월 24일 열린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권에 관해 사실상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스스로 대권 반열에 들었다고 생각하느냐’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날 열린 청문회에서도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대권에 대해 생각 없다고 했는데 2007년 사석에서 대선 출마 생각한적 있다고 말한 적 있다”고 지적하자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망신살’을 뻗친 만큼 대권 도전 여부보다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마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총리에서 낙마하면 대권도 없다는 뜻이다.


오세훈, 조용한 시정 행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자도 빼놓을 수 없는 대권 후보자다. 우여곡절 끝에 재선에 성공했지만 대권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은 시정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각종 현안사업 추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점수를 따놓겠다는 심산이다. 한편 지난 8월 2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차기 여야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26.9%로 1위를 지켰고, 2위는 12.1%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가 10.4%로 그 뒤를 이었다. 4위는 10.1%로 김문수 지사가, 오세훈 시장은 9.4%로 5위를 기록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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