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단독 회동 숨은 비밀
박근혜-이명박 단독 회동 숨은 비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8-31 09:48
  • 승인 2010.08.31 09:48
  • 호수 85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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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통령제 개헌 임박? ‘박근혜 대통령· 친이 부통령’ 빅딜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8월 21일 비밀 회동을 가졌다. 95분간의 긴 만남이었지만 대화 내용은 전혀 나오질 않고 있다. 다만 ‘성공적 회담이었다’는 게 전부고 나머지는 모두 추측성 내용이다. 하지만 청와대 및 친박 진영의 관측을 종합해보면 ‘개헌 빅딜설’이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안상수 당 대표, 이재오 특임 장관 내정자 역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진영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반면 친이 진영에선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함으로써 ‘박근혜 고립화’라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두 진영의 평행선을 단독 회동 모양새로 풀어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향후 개헌 논의가 11개월만에 조성한 두 인사간의 평화 무드를 해칠 수 있을 정도로 그 후폭풍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단독 회동과 관련해 흘러나오는 발언은 너무나 원론적인 내용들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MB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국정 동반자 관계가 시작됐고 MB 정부 하반기 국정운영에 박 전 대표가 일조하기로 했다” 등이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한다거나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협력할 지는 베일속에 감춰져 있다. 그나마 구체적으로 나오는 내용이 한반도를 둘러싼 냉기류를 타파하기 위해 박근혜 대중특사나 대북 특사 역할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전 대표의 ‘대북 특사설’에 앞서 ‘대중 특사설’이 나오는 배경은 여러 가지다. 천안함 사태이후 악화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선 중국의 역할이 선제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분위기에서 대북 특사는 시기상조라는 게 MB 정부의 입장 역시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미 박 전 대표는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지난 2008년 1월 중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현재권력 No. 1 미래권력 No. 2 ‘뭉치나’

또한 한나라당은 신한국당 시절부터 중국 공산당과 자매 결연을 맺고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대표 시절에 중국공산당의 초청으로 2005년 5월에 5박6일간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방중 기간에 후진타오 주석과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도 올해 2월초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 청와대 조찬에서 “한나라당과 중국 공산당이 자매결연 돼있다”면서 “중국과 관계를 깊이 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중국과 통상이 많은 만큼 국회가 끝나면 당에서 중국과 정식으로 교류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만약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가시적인 효과를 낼 경우 박 전 대표는 국제적 지도자로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박 전 대표가 연이어 대북 특사로 나서 북한 핵문제 타결 및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그 열매는 고스란이 박 전 대표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로서 거절하기 힘든 ‘당근’이자 MB 정부 역시 하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천군마마’를 얻는 격이다.

또한 8·8개각에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이 포함되고 박근혜 좌장 역할을 한 인사가 특별감형을 받은 점 역시 두 인사의 화해무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비실실장 역할을 했던 유정복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두 인사간 ‘핫 라인’을 구축한 게 아니냐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아울러 8·15특별사면 명단에 서청원 전 대표가 포함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이 대통령이 막판 특별 감형을 해 준 것 역시 박 전 대표측의 요구로 이뤄졌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이 강경파 이재오-김문수 ‘연합전선’

당내 No. 1과 No. 2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친이 진영의 ‘통합후보’로 나서길 바라는 인사들로서는 탐탁치 않을 수밖에 없다. 대중지지도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선 ‘현재 권력’이 적극 지지할 경우 여타 잠룡군에 비해 차기 대권 가도에 단연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 잠룡중의 한 명인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측이 이명박-박근혜 회동 관련해 쓴소리를 내는 배경이다. 경기도지사측 인사는 두 인사 회동에 대해 “회동 결과를 양측이 공동으로 브리핑하지 않는 건 추후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당장 친박계는 ‘정권재창출에 노력한다’는 대화 내용을 놓고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고 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회동 이후 가진 이재오 신임 특임장관 인사청문회장에서 이 내정자가 김 지사를 ‘지지하겠다’는 발언 역시 ‘박근혜 견제 심리’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이 내정자는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의 “동지적 관점에서 김 지사가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적극 지지할 것인가”라는 돌발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이 내정자는 이어 “대권 후보로서의 김 지사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지금 그것을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훌륭한 분”이라며 “오랫동안 같은 생각을 해왔고, 상당히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재오-김문수 두 진영의 공동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관련해 ‘개헌 빅딜설’까지 나오면서 친이 잠룡군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개헌 빅딜’이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개헌론의 시각차를 좁혀 ‘4년 중임 정부통령제’로 합의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온 것이다. 미국식 대통령제로 대통령은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부통령은 미국내에서 상원의장이며, 상원내의 찬반이 동일할 경우 결정권을 던질수 있는 캐스팅보터(Casting voter)같은 역할을 가진다.

또한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사임할 경우 가장 첫 순위로 대통령을 승계할 권한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그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를 승계하는 형식을 가진다. 대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고 국회는 입법, 예산, 감사권을 갖고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돼 있다.

이럴 경우 다음 대선에 출마가 유력한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친이·친박 후보 중 한명을 부통령으로 임명해 다음 대선에서 한번 더 하거나 아님 부통령에게 대권을 물려줄 수 있다. ‘킹’이 되려는 친이 잠룡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친이 강경파 진영에서 주장해오던 개헌 골자는 권력 분산을 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내치는 총리가 외교, 안보, 국방은 대통령이 담당하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것으로 이원집정부제라 불리기도 한다.


4년중임 정·부통령제 개헌 본격 논의?

반면 박 전 대표는 1998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개헌 관련해 ‘4년 중임제’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개헌에 찬성이지만 박 전 대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개헌 논의가 권력 구조를 재편한다는 점에서 정당별, 계파별, 대권주자별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여당내 야당’으로 불리는 50여 명의 친박 의원들이 찬성을 하지 않을 경우 ‘개헌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4년 중임 정부통령제’로 묵시적으로 합의했다면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밖에 없다. 미래희망연대 의원들까지 합하면 한나라당 의석수는 180석이다. 여기에 무소속 의원들과 야권내 반란표까지 감안한다면 개헌 통과 의석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숨겨져 있다. 개헌안 국회 통과수는 재적인원 3분에 2로 196석이상이면 된다.

물론 김 지사나 이 내정자, 오세훈 서울 시장,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 잠룡들의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가겠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딴죽을 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유력한 친이 후보군은 광역단체장으로 묶여 있고 여타 후보는 당내외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성공적인 회동’으로 자평하는 배경에는 원론적인 ‘다짐’보다 각론에서 ‘현재 권력’ 이 대통령과 ‘미래권력’ 박 전 대표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이 ‘개헌 빅딜설’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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