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이재오 빈자리에 ‘박형준’ 하마평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와 어윤대 KB 금융회장이 맡았던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브랜드위원회 수장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었던 두 인사이니만큼 내부에서는 ‘실세 인사’가 낙점되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민권익위의 경우 ‘왕의 남자’로 불리던 이 내정자가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공포의 부서’로 불릴 만큼 공무원들의 기강을 잡는 데 한몫했다. 작년 초 출범한 국가브랜드위원회 또한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맡아 1년 넘게 해오면서 ‘MB의 측근’으로 인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 인사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KB 금융회장과 특임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두 부서는 후임자가 누가 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와 어윤대 KB 금융회장이 물러난 이후 두달이 넘도록 수장이 없어 곤혹스런 위원회가 있다. 바로 이 내정자와 어 회장이 직전 일을 했던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브랜드위원회다. 이 내정자는 ‘MB의 남자’, ‘친이계 좌장’, ‘정권 2인자’로 불릴 정도로 실세 중에 실세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6·3 항쟁’때부터 친분을 맺어 왔다. 이 대통령이 취임전까지는 ‘형님’으로 부를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고 함께 국회에 있을 당시에는 이 대통령이 경부운하 건설 제안을 두고 ‘형님은 대통령하슈’라며 출마를 권유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재오 빠진 권익위 “이빨 빠진 호랑이?”
이후 이 내정자는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의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맡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MB 정권 출범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이재오 살생부’라는 공천 파동으로 선거에서 낙마하는 불운에 처했다. 이 내정자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1년 동안 미국 연수를 떠나 2009년 3월 한직이라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국민권익위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등의 기능을 합쳐 2008년 2월 출범한 기관이다. 이 위원회에 실세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이 내정자의 취임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세 중의 실세부서로 탈바꿈했다.
이 내정자는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국민권익위 600명 직원은 어사 박문수가 되라’며 공직사회에서 ‘공포의 부서’로 자리매김을 시켰다. 무엇보다 ‘부패 없는 사회가 국가발전을 이끈다’는 모토를 내세워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반분패 연석회의, 조사권 부여 등 사정기관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나아가 이 내정자는 총리실 산하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추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수처 신설관련 김준규 검찰총장은 “새조직을 만들어 어렵게 가느니 저희 조직을 통해 해나가는 것이 낫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권익위·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 5개 반부패 기관간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혀 다시 한번 사정기관을 긴장시켰다. 이어 영장 없는 계좌추적 등 사실상의 수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안 개정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 내정자의 광폭행보는 전국 공무원 사회에서 권익위가 ‘가장 무서운 부서 1순위’로 꼽힐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실세 위원장’으로 오래된 민원 해결에도 앞장서 국민권익위의 위상을 높였다. 이 내정자는 1950년경 실치된 경부선 철도로 인해 생긴 좁은 마을 통로와 철도 소음으로 60년째 불편을 겪어온 경남 밀양시 금호마을 주민들의 민원, 전라선 복선 전철사업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 전북 전주 시내의 한 마을의 30년이 된 민원, 전남 광양시 도월·초남주민들이 매립허가 없이 46년째 개간·경작해오던 공유수면 매립지에 대해 광양시로부터 개간비 보상 민원 등 해묵은 민원을 해소해 실세 위원장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9개월간 이 내정자의 광폭 행보는 지난 6월 30일 임기를 마치면서 유야무야되고 있다. 국민권익위 한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키는 일은 공식적인 논의가 아니였다”며 “이 위원장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발뺌했다. 또한 ‘영장없는 계좌추적’, ‘반부패연석회의’, ‘공수처 신설’ 등에 대해서 “본연의 임무가 아니다”, “추진할 뜻이 없다”는 말로 비켜나갔다. 한편 이 내정자 후임으로는 박형준 전 정무수석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권익위측 반응은 이 내정자보다는 약하지만 그나마 이 위원장의 뜻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전 수석은 정무수석 자리를 두고 권오을 사무총장과 경쟁할 당시 이 내정자의 추천으로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 ‘G20 준비위원회?’
또한 어윤대 KB금융회장이 몸 담았던 국가브랜드 위원장 자리 역시 공석이다. 2009년초 출범한 이 위원회는 MB 정부가 G20 등 굵직굵직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대한민국 브랜드’를 세계 속에 알리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이런 중책에 30년 지기이자 대통령의 측근인 어 회장이 임명된 것이다. 어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이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이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G20(주요 20개국)회의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이 대통령을 수행했다.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총리와 교육부총리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입각엔 실패했다. 또한 어 회장은 1979년부터 고려대 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및 교무처장, 경영대학원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총장 재임 기간에 3500억 원의 대학발전기금을 마련하는 등 ‘최고경영자(CEO) 총장’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KB 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오게 된 배경에도 청와대가 경쟁자들에게 압력을 넣는 등 적극 지원한 의혹이 제기됐다.
국가브랜드위 또한 지난 6월 중순 어 회장이 KB 수장으로 가면서 공석이다. 현재 국가브랜드 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는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2007년 대선 이명박 캠프 공보특보를 시작으로, 인수위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지난 2009년 8월 홍보수석비서관에 임명된 또 한명의 ‘실세 대변인’이다. 하지만 변수도 작용한다. 임태희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공석이 된 분당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출마 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남시장에 나와 낙마한 황준기 전 여성부 차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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