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구니 속 빼빼로 몇 개에 3만 원은 기본
- 적극적 마케팅 안 한다던 롯데제과, TV광고에 이벤트까지 진행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빼빼로데이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이제는 보편화된 ‘데이’다. 그동안 이런 ‘데이’는 대부분 중고등학생에서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들과 연인들이 챙기는 날이었다. 괜히 이런 데이에 조그만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받지 못하면 인기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며 선물을 받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먼저 선물을 줘야만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빼빼로데이는 천년 만에 한번 있는 이른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제과회사에서부터 중소업체들까지 마케팅에 뛰어들며 희한한 선물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선물을 준비하는 연령대도 낮아져 이제는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들에게까지 번져 학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엄마의 손을 잡고 선물가게 앞에 선 한 아이가 대형 바구니를 가리키며 엄마에게 사달라고 조른다. 5~6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가리키는 바구니 안에는 대형 빼빼로 2개와 소형 박스 빼빼로 3개 그리고 곰 인형 하나가 들어 있다. 가격은 5만 원이다.
엄마는 가격에 놀라는 표정이지만 아이가 하도 사달라고 보채니 안 사줄 수도 없고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빼빼로데이를 며칠 앞둔 동네에서는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모습이다.
1990년대 중반 부산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것에서 시작된 빼빼로데이는 이제는 남녀노소가 모두 아는 특별한 날로 자리매김했다.
한 여자중학교에서 시작된 빼빼로데이는 직장인들에게도 널리 확산돼 올해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빼빼로데이에 선물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을 5500원으로 조사됐다.
일반형 빼빼로가 대형마트에서 79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니 5500원이면 7개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결국 과다지출을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잘 나가는 원조 빼빼로, 유사상품 매출도 높아
빼빼로데이는 실제 매출액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조 빼빼로를 생산하고 있는 롯데제과는 올해 빼빼로 매출액을 85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중 9월~11월까지의 매출액이 전체의 50%가 넘는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올해도 9~11월까지의 매출액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빼빼로데이 열풍이 거세짐에 따라 빼빼로 유사품의 매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해태제과의 ‘아띠’도 10월부터의 매출이 다른 달에 비해 배가 넘고 있다. 하지만 오리온의 경우 ‘통크’와 ‘후레이키’라는 제품을 묶어서 판매하고 있지만 매출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부 중소업체들 비위생적 빼빼로 생산
빼빼로데이를 겨냥하는 것은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 등 대형 제과회사들만이 아니다. 중소 제과회사들도 매출 상승을 기대하며 다양한 형태의 빼빼로데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소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중 일부에서 문제가 생겼다.
실제로 서울시가 수능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판매가 급증하는 초콜릿, 떡, 엿 등의 제조·판매업소 1465개소에 대해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위생점검을 실시해 3곳의 위반업소를 발견하고 행정처분했다.
이들 업체는 원료수불부와 작업일지를 기재하지 않았고, 기재한 것 또한 보관하지 않았다. 결국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지 모르는 제품을 그대로 출하한 것이다. 자칫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꿈보다 해몽
2011년 11월 11일은 1이 여섯 번이나 겹친다고 해서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욕을 자극했다.
롯데제과 홍보실 관계자는 “밀레니엄이라는 의미가 희소가치도 있고 재미도 부과돼 만들게 됐다”며 “우리는 TV광고 외에는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현수막을 걸고 별도의 판매대를 설치하는 것은 해당 점주들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계자의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를 맞아 TV광고와 더불어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6개 도시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은 후 홈페이지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20돈 짜리 황금 빼빼로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 11월 11일은 천년에 한번 있는 대단한 날일까?
이에 대해 한 역술인은 “1이 6번이 있는 11월 11일이 좋은 날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대단한 길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마디 지속되는 ‘데이’에 대한 지적
현재 우리나라에는 두 달에 한번 꼴로 ‘데이’가 있다. 이 모든 ‘데이’들은 하나같이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거나 아니면 국적불명인 행사가 되고 있다.
연인들끼리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알려진 발렌타인데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변색되었다. 심지어 특정 회사의 과자명인 빼빼로를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 빼빼로데이도 갈수록 상술로 젖어들고 있다.
가격이 얼마 되지 않는 과자보다는 다른 부수제품과 장식을 통해 가격만 높이는 빼빼로데이는 결국 제과회사들의 책임이라며 회사 스스로가 이를 조장하면 안 된다는 지적은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이런 지적은 올해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SNS 상에서는 빼빼로데이를 지적하는 트윗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기가수 이효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피 빼빼로데이? 음… 뭘 축하하는 건지 당췌 모르것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MINZY27은 트위터를 통해 “빼빼로데이 없애고 싶다. 농민의 날인데…”라는 멘션을 올렸으며, Barunsori6는 “우리 쌀~ 우리 농민들을 위해 11월 11일 농민의 날… 빼빼로데이가 아닌 가래떡데이로 만들어 봅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tararyong1212는 “11월 11일은 농민의 날, 가래떡데이, 빼빼로데이,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는 글을 올려 다양하게 해석되는 11월 11일을 열거했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가래떡데이 행사를 갖았다. 이 자리에서 소비자단체들은 가래떡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통해 농민의 날을 알렸다.
하지만 빼빼로데이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namyeop는 트위터에 “빼빼로데이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건 맞지만 애들이 좋아서 주고받으며 즐기는데 나쁠 건 없지 않은가”라는 글을 올렸으며, CAPsicola는 “미리 홈플러스 가서 빼빼로 사고왔당 천년만에 오는 빼빼로데이”라는 멘션을 등록했다.
단 3개월 매출이 연간 매출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롯데제과의 빼빼로. 전체 매출 중에 빼빼로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다고 해도 롯데제과를 비롯한 제과업체는 이 날을 위해 대대적인 판촉을 벌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잘못 해석되고 있는 이런 무분별한 ‘데이’를 제과업체 스스로가 없애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