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마케팅 ‘뜨고’ 재무•인사 ‘진다’
홍보•마케팅 ‘뜨고’ 재무•인사 ‘진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11-16 15:45
  • 승인 2011.11.16 15:45
  • 호수 915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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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계의 新 풍속도

- ‘소통 경영 중시’ 풍토가 기업 조직 문화 바꿔
- 젊은 3•4세 CEO대거 등용 따른 이미지 활성화 방안

재계 인사 트렌드 변화가 주목받는다. 전통 관리 부서인 재무와 인사라인보다 홍보와 전략•마케팅 전문가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열풍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같은 소통경영이 중시되는 풍토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대기업 총수들의 위기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과거 오너 일가의 재산관리와 불투명한 자금거래를 담당하면서 중용됐던 재무 출신들의 입지가 국내 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해지면서 점차 좁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3•4세로 경영승계가 이뤄지면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외부 악재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홍보•전략 전문가들을 대거 등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의 변화되는 인사 문화를 조명해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예전과 다른 양상의 인사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과거 연말 정기인사에서 한 발 물러서서 참관하던 일부 부서 임직원들의 승진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 기업홍보팀에 재직했던 한 인사는 “홍보부서는 내부에서 땡보(편하게 일을 하는 직책을 가리키는 군대 은어)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부에 나가 기자들을 만나다보니 점심시간을 길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자칫 회사의 안 좋은 기사라도 터지면 부서 전체가 욕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할 정도다. 그만큼 승진은 타 부서에 비해 늦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게다가 최근처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사업이 부진할 경우, 수익을 내는 사업부에 많은 역량이 집중되다보니 타 부서에 밀리는 형편이기도 했다. 기업들이 내년도 예산을 기획할 때 제일 먼저 줄이는 게 ‘광고비’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요기업들이 홍보•전략 전문가들을 대거 승진시키고 있다. 그룹 오너들이 이제는 ‘소통과 경영’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함께 경영전략으로 수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SNS열풍이 점차 확산되면서 ‘기업의 입’ 역할을 하는 홍보와 전략, 마케팅 전문가들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홍보•마케팅 전문가 대거 ‘등용’

대표적인 사례가 3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CJ그룹(회장 이재헌)이다. 지난달 단행된 임원 승진 결과를 보면, 이해선 CJ오쇼핑 총괄부사장을 비롯해 6명의 부사장, 12명의 상무 중 재무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인사 출신인 조성형 그룹 인사팀장•부사장 1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마케팅과 홍보, 전략 및 생산기술 출신들이다. 

특히 그룹 홍보팀의 정길근(43)상무대우는 발탁 승진을 통해 홍보실장인 권인태 부사장과 그룹 홍보를 담당하게 됐다. 또한 장영석(43) CJ오쇼핑  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CJ제일제당 홍보담당 상무보로 승진하는 등 홍보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는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단행한 조직 개편은 회사의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플랫폼 사업 중심인 SK 플래닛이 출범하면서 사내독립기업(CIC) 부문의 유지 필요성이 작아졌고, 이에 따라 통신사업에 대한 운영을 책임지는 ‘사업총괄’과 전사 최적화•효율화를 지원하는 ‘코퍼레이트센터’ 체계로 전환했다.

모 기업인 SK그룹도 최 회장 일가의 검찰 수사로 연말정기인사가 늦춰지고 있지만, 과거부터 ‘홍보부’를 ‘브랜드관리실’로 명칭을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도 ‘홍보부’가 아닌 ‘커뮤니케이션팀’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2개의 실이었던 홍보실을 3개의 실로 늘렸다. 문화일보 출신으로 해외정책 부문을 맡고 있던 공영운 상무를 1실장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언론담당, 홍보지원, 지방언론과 사내홍보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해 전문화시켰다.

‘소통 경영’ 일체된 리더십 발휘

이 같은 주요 기업들의 인사 트렌드 변화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대기업 총수들의 위기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오너 일가의 재산관리와 불투명한 자금거래를 담당하면서 중용됐던 재무 출신들의 입지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해지면서 점차 좁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금융권과의 관계와 자금조달 측면에서 기업이 우위로 돌아서면서 재무 라인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3•4세로 경영승계가 이뤄지면서 혹시 모를 오너 일가의 악영향을 끼칠 문제점에 대해 사전에 정지작업을 위한 임원승진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언론에 문제제기가 되면 그 누구보다 홍보담당자와 전략전문가들이 그에 따른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모 기업의 경우 경영 승계 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과 언론보도에 따른 대처방안 보고서를 암암리에 작성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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