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이재용 시대, ‘삼성 2012 전략’
[집중해부] 이재용 시대, ‘삼성 2012 전략’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11-16 15:35
  • 승인 2011.11.16 15:35
  • 호수 915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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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감사에 외부컨설팅 까지 ・・・ ‘하나의 삼성’ 추진

- 내부 감사에 이어 외부컨설팅까지…이 사장 힘 실려
- R&D에 10조 원•신수종에 4조 원…“위기 때 더 공격적”  

삼성의 2012년은 이재용 시대가 열린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본지 [제 914호 - 이재용 사장, 연말 부회장 승진설 ‘모락모락’]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이 사장의 승계 프로젝트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는 시각이다. 연말 임원급 인사의 세대교체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이 사장의 측근인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사장이 승진해 이 사장에게 힘을 보탠다. 또한 이 사장은 사장 승진 직후 국내외 총수들과 면담을 가졌다. 지난 8월 이 사장이 수원의 한 재래시장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도 내부 감사에 이어 외부컨설팅까지 받으며 내부 조직 쇄신과 투자•R&D 역량 모으기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투자 계획도 38조 원으로 사상최대치다. 이로 인해 삼성의 2012년은 ‘하나의 삼성’으로 재정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 중심엔 이 사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요서울]은 ‘2012년 이재용 시대 개막’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이 회장이 직접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해 경영 현안을 챙기며 그룹 내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는 삼성테크윈을 자체 감사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부정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지만, 이면에는 최근 삼성 내에 번지고 있는 기강 해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은 지난 2월부터 120여명의 조사인원을 동원해 삼성테크윈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 일부 임직원의 부정행위를 확인했다. 이 회장은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 사실을 보고받고 “삼성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며 대노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면서 오창석 사장을 불명예 퇴진시켰다. 그동안 삼성이 보여주었던 인재중시론과는 부합되는 행보였다. 삼성은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는 식의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시 인사를 통해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회장의 질타는 창업자인 고 이병철 전 회장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일을 잘하려고 하다가 저지른 실수는 너그럽게 용서하겠지만, 사욕을 위해 부정을 하거나 거짓 보고를 하거나 불성실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용인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에 다 같이 누를 끼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때문에 연말 임원급 인사에도 파장이 미칠지 예의주시 되고 있다. 삼성 주변에선 젊은 경영진의 탄생이 예견되기도 한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의 승진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CEO들의 대거 등용으로 이 사장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 사장의 최측근인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사장이 승진했다. 과거 이학수-김인주 사장이 이 회장을 보좌 했듯 최 부회장과 권 사장이 이 사장을 보좌할 것으로 알려진다.

‘위기를 기회로’ 이 회장의 결단력

최근 들어서는 내부 감사 역량 강화와 함께 외부 컨설팅을 통한 미래전략 수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이 미래경영전략을 짜기 위해 대거 외부기관으로부터 사업 전반에 걸쳐 컨설팅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특히 삼성의 주력사업으로 꼽히는 삼성증권과 삼성물산, 삼성의료원, 삼성 LED 등이 외부컨설팅을 받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작년부터 시작된 컨설팅을 최근 들어 마무리했고, 삼성전자는 사업영역이 워낙 넓어 사업부별로 컨설팅을 받았다”며 “업무프로세스 통합 등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외부기관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계열사는 이 회장이 사옥집무를 시작한 지난 4월 이전에 컨설팅을 받았지만, 재차 컨설팅이나 그룹 경영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삼성그룹의 중장기적인 청사진이 완전히 새로이 탈바꿈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내년 사상 최대 규모인 38조 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내년 사업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기가 살아날 때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판단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이 회장 특유의 과감한 결단이 ‘공격 투자’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비메모리인 시스템LSI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쪽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투자금액은 총 15조 원 안팎. 이중에서 내년 시스템LSI 부문에만 약 8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해, 처음으로 비메모리 투자가 메모리 투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바이오•헬스 등 신수종사업 부문에 4조 원가량을 투자하고, 소프트웨어 등 R&D 부문에 10조 원가량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R&D 투자규모 9조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등 불투명한 경기 상황 속에서도 내년 전 분야에 걸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라며 “특히 비메모리 분야와 OLED 분야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삼성 혹은 독자경영

재계는 이 같은 삼성 행보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면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함을 지적한다.

이 사장이 상무 시절 IT업종에 손을 댔다가 언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장은 신규 창업을 통한 사업(경영) 마인드 배양, 혹은 일명 현장실무 쌓기 단계는 넘어섰다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 요구되는 이 사장의 리더십이 ‘미래 삼성의 리더십' 즉, 현재 삼성 최고경영자 시각에서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을 선두에서 이끌어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이 ‘하나의 삼성'이 될지 아니면 ‘남매간 독자경영체제’로 분리될 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동생인 이부진과 이서현이 에버랜드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고, 경영승계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면 여동생들과의 ‘역할분담'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2년도는 삼성에게도 큰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빠와 동생이 함께 기업을 일궈나갈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발맞춰 2012년 삼성 전략도 주목받는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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