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식 ‘성과주의’ 국회인사청문회 논란 예상
조현오식 ‘성과주의’ 국회인사청문회 논란 예상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8-17 10:03
  • 승인 2010.08.17 10:03
  • 호수 851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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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당신도 억울한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추궁
경기지방 경찰청이 2009년 1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 도내 35개 경찰서를 상대로 작성한 내부 보고서. 절도사건 검거 건수는 월등히 높지만 강도 등 강력사건 검거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조현오(55)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그동안 끈임 없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경찰 ‘성과주의’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경찰서 피의자 고문사건과 조 청장의 퇴진을 요구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의 하극상 배경에도 조 청장의 성과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야권의 강력한 추궁이 예상되고 있다. 조 청장의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이 될 성과주의의 행보 및 문제점을 짚어봤다.

조 청장은 지난 8월 9일 경찰위원회 임명제청 동의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치안총수 자리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경찰청장 인사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임명제청, 대통령의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확정된다. 최종 관문인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이르면 이달 말 경찰청장으로 임명 된다. 하지만 조 청장이 차기 치안총수 자리에 앉기 까지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의 핵심 치안정책인 ‘성과주의’ 때문이다.

조 청장은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임할 당시부터 성과주의를 강조해왔다. 경찰의 성과주의를 조 청장의 말을 빌려 설명하면, 한마디로 일하는 경찰을 만들자는 것이다. 실적이 우수하면 상을 주지만 반대로 저조한 경우 인사에 불이익이 따른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대규모 쇄신 인사와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실적이 저조한 경위이하 직원 103명에 대해 타 경찰서 전보를 보내거나 보직을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서는 물론 직원들 사이에는 실적 압박으로 인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조 청장이 서울청장 부임 직후인 지난 2월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를 3개 그룹으로 분류 관리하겠다는 ‘경찰서 관서평가’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살인·강도 등 주요범죄 발생건수, 교통사고 현황, 직원 수 등을 고려해 A, B, C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실적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그룹에도 각각 가·나·다로 평가 기준을 마련, 최하위 ‘다’ 등급을 받으면 집중감찰을 받도록 했다.

하극상 파동이 일어났던 서울 강북경찰서도 B그룹에서 4개월 연속 ‘다’를 받아 20일 동안 감찰을 받았다.


실적 챙기기에 온갖 수단 동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일부 부서에서는 실적을 높이기 위한 온갖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지구대 경찰관이 112에 자진신고 하고 출동하는 방법으로 실적을 챙기는 일도 생길 정도다. 특히 실적압박을 가장 많이 받는 일선경찰서 지역형사팀(강력반) 소속 형사들의 경우 대형마트 상황실에서 죽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황실의 CC(폐쇄회로)TV를 주시하고 있다가 절도범을 발견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절도사건은 살인 등 강력사건보다 범인 검거가 용이한데다 여죄가 많아 실적 올리기가 수월하다. 일선 경찰서 형사들에게 절도범들은 ‘노다지’와 다를 바 없다.

살인범 안 잡고 절도범 잡으러 다니는 강력반 형사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같은 실태는 조 청장이 경기지방경찰청장에 재임할 당시 작성된 경찰 내부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이 2009년 1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를 기준으로 도 내 35개 경찰서를 상대로 작성한 ‘서별 강·절도 및 갈취폭력·약취유인 검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검거 실적 6259건 중 절도사건 검거 실적은 5669건으로 전체의 90.57%를 차지했다. 반면 강도·갈취폭력·약취유인 등 강력사건 검거 실적은 각각 213, 299, 78건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실적 데이터를 형사 1인당 검거실적으로 환산해 최종적으로 경찰서 순위를 평가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경기 가평경찰서는 절도사건 검거가 115건에 달했지만 강도사건의 경우 단 2건의 실적 밖에 올리지 못했다. 절도 사건에 ‘올인’ 했다는 뜻이다. 2위에 오른 분당경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절도사건 검거는 321건인 반면, 강도사건은 1건에 불과했다.

경찰이 절도사건에 집중할수록 성과주의의 논란은 거세진다. 과거에는 훈방 조치했던 경미한 생계형 범죄자들도 최근에는 죄다 입건하는 추세다. 전과자를 양산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경찰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전 현직 경찰관들의 인터넷 모임인 ‘무궁화클럽’에는 현재, 조 청장의 차기 경찰청장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 성과주의 우려

대다수가 성과주의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아이디 ‘살모사’는 ‘신임경찰청장에 조현오 현 서울청장 내정’ 이라는 글에서 “다른 곳은 몰라도 경찰조직을 사병으로 생각하면 큰일이다”면서 “조직원 대다수가 반대하고 그동안 수많은 문제점을 도출,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전과자를 양성하는 경찰은 설 곳이 없어진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회원들 역시 “암울하다.”,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물이다.”, “이제 희망을 버릴 때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라며 조 청장에 대한 강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경찰 지휘부와 하위직들과의 소통 부재는 조 청장의 인사청문회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성과주의의 폐단 등을 문제 삼아 인사청문회에서 조 청장에 대한 강한 추궁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이번 경찰청장 인사가 레임덕 차단과 함께 정권 후반기 경찰력 장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면서 야권은 이 부분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치안 사령탑 자리에 한 발짝 다가선 조 청장이 이 같은 논란을 인사청문회에서 어떻게 잠재울지 주목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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