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은둔형 CEO 되나?
정용진 부회장, 은둔형 CEO 되나?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11-08 16:00
  • 승인 2011.11.08 16:00
  • 호수 914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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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해킹, ‘소통경영 리더십’에 제동 걸려

재계의 경영화두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다. 많은 총수들이 직원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젊은 총수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도 일부 노출한다. 그들만의 성역에서 벗어나 일반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함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인기 트위터리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일부 사생활과 경영소신을 밝혀왔다. 일반 소비자들의 불만 목소리도 들어줬다. 하지만 최근 정 부회장이 운영하던 트위터가 해킹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소통 경영 운신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정 부회장이 사생활 노출로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위터 계정(아이디)을 도용당한 정 부회장이 당분간 트위터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정 부회장이 쓰던 트위터 계정(@yjchung68)은 지난달 29일부터 ‘본격 혁명봇'이라는 글귀로 재등록 되어 있다.

정 부회장이 과거에 올린 글들은 모두 사라졌고 “정용진은 가버려라” “자본주의는 파산했다”등의 비방 글이 게재되어 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이 과거 트위터에 올렸던 글은 불분명한 해커에 의해 새로운 계정(@acaiberry56)으로 옮겨졌다. 이 계정도 오래되지 않아 삭제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계정을 옮기거나 삭제한 것은 모두 해커의 소행일 뿐, 정 부회장은 최근 어떤 트위터 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정 부회장이 출퇴근 시 이용한 개인차량도 문제가 됐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위해 고가의 미니버스를 구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정 부회장은 오전 8시~8시 30분을 전후로 해 출근한다. 이 경우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 판교에서 시청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까지 출근하려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하면 30~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어 적잖은 시간이 절약된다.

하지만 상당수 네티즌들은 정 부회장이 혼자 차량을 쓰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고가의 미니버스를 사용한다는 해명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포털 등에서도 주요 검색어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트위터 등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꼼수 논란’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 네티즌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위해 고가의 미니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은 가진 자만의 남용 아니냐”면서 “트위터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던 정 부회장에게 적잖은 실망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판교에서 서울 근교로 출근하는 샐러리맨들의 고충을 안다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다. 돈이 있으면 법을 피해갈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정 부회장은 상견례 사실까지 인터넷 언론을 통해 보도돼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비록 보도한 인터넷 매체 D사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낸 사생활침해행위금지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기사를 삭제하고 1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정 부회장의 쓰라린 마음을 감추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측은 당시 “사적 장면을 무단으로 촬영했고 몰래 엿들은 대화 내용을 보도해 취재방법도 위법하다”며 기사 삭제와 위자료 2억 원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통 경영 위축될까

이 같은 잦은 사생활 노출로 인해 정 부회장의 경영 트레이드 마크였던 ‘소통 경영’이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8만 명에 육박하던 팔로우들과의 소통이 끊겼다. 정 부회장이 은둔형 CEO는 아니지만 이번 일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 팔로어는 “총수이기 전에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듯해 소통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시간이 돈인 그룹 오너로서 길에다 버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니버스를 구입한 것으로 안다”며 “트위터에서 탈퇴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 글을 올리는 등의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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