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 연말 부회장 승진설 ‘모락모락’
이재용 사장, 연말 부회장 승진설 ‘모락모락’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11-08 15:58
  • 승인 2011.11.08 15:58
  • 호수 914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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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리더십’ 공고화 차원

<뉴시스>
삼성 연말 정기인사가 주목된다.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거나 더 무게감 있는 보직을 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그의 주변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삼성그룹의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잡스의 죽음을 통해 본 위기관리 경영’보고서도 그 중 하나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CEO 유고 시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이건희 회장(69)을 빗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이 사장의 승진이 이뤄진다면 이에 맞춰 임원진의 세대교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후속인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2012년도는 이재용의 시대가 개막될 지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연말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사장이 승진할 경우 임원급에 대한 세대교체 태풍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69세의 고령인 만큼 이 사장으로의 중심 이동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때가 됐다”는 전망과 이 회장이 매주 두 차례 정기 출근하는 등 경영일선을 지키고 있어 “아직 승진은 이르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로 인해 미묘한 파장이 관측되고 있다.


뛰어난 CEO 유고 시 대책 마련 ‘시급’

지난달 27일 삼성경제연구소는 ‘잡스의 죽음을 통해 본 위기관리 경영’이란 보고서를 통해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잡스의 리더십 부재로 애플사의 위기에 대한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잡스의 죽음과 애플의 리더십 위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과거 잡스가 병가를 냈을 때에도 애플의 최고경영진은 의사 결정에 허둥지둥했으며, 이는 경쟁사인 구글, MS 등 경쟁업체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CEO 유고 때 경영악화로 진행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월트 디즈니는 지난 1966년 디즈니 사망 이후 리더십 공백으로 경영 정상화까지 20년이 걸렸고, 소니는 1999년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가 지병으로 사망한 후 디지털 시대에 맞는 혁신제품을 내놓지 못해 경영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에서도 CEO 승계 문제가 경영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보고서는 “현재 오너경영 체제를 구축한 일부 대기업은 제한적이나마 2·3세 CEO 승계의 성공 경험을 축적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승계 계획을 체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최소한 4~5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인재풀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창업자 2·3세를 포함해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한 CEO 승계 계획을 사전에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보고서를 두고 “삼성이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의 경영승계를 염두에 두고 논리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이 사장과 비슷한 연배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의 오너 3세들은 이미 회장 또는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또한 이 사장의 승진을 통해 후계구도 다지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종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인사개편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연내에 이 사장이 승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리더십 연착륙 ‘과제’

다만, 이 사장이 승진을 할 경우 ‘하나의 삼성’을 추진해 왔던 이건희식 ‘위기탈출 리더십’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하나의 삼성’은 이 사장이 여동생 이부진, 이서현과 함께 상생해 나선효과(스파이럴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글로벌 강자’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런데 승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면 여동생들과 ‘역할분담’으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는 이른바 ‘한지붕 세가족’의 계열분리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생전 시 발생한 ‘1차 형제의 난’이 삼성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 

이는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경영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내(家內) 경쟁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부진 사장은 에버랜드 외에도 삼성석유화학 지분의 33.19%, 삼성SDS의 지분 4.18%, 삼성자산운용 지분 5.13%를 갖고 있다. 또 이서현 부사장은 에버랜드와 함께 삼성SDS 지분 4.18%, 삼성자산운용 지분 2.57%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의 매부로는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이부진 사장의 남편)와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이서현 부사장의 남편)이 있다. 그러나 임 전무와 김 사장은 그룹 계열사 지분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시 말해 남매 간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우리나라 재벌 형성 과정에선 형제 간 싸움으로 한동안 냉각기를 갖은 오너가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그랬고, 현대차그룹 최근 들어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집안싸움으로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올 12월에 사장단 인사개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재용 사장의 승진여부는 알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장은 지난달 18일 팀 쿡 애플 CEO와 단독으로 만나 삼성 반도체의 장기공급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그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과거 아버지 뒤에서 그림자 수행을 하던 모습과는 다른 행보다. 때문에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이 사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삼성의 대변화가 어떻게 인사쇄신으로 접목될 지 각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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