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 ‘한투證 IB’ 그 이후는?
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 ‘한투證 IB’ 그 이후는?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11-08 15:52
  • 승인 2011.11.08 15:52
  • 호수 914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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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빅5 기싸움

유상호(왼쪽)와 김남구 <뉴시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타 경쟁사들이 자기자본확충을 위해 제각기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할 때 침묵을 지키던 한국투자증권이 마침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금융지주가 출자한 자금으로 증자를 단행하겠다는 것. ‘빅5’로 불리는 5대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은 유일하게 지주사가 100%의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의문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7300억 원의 출자를 결의했으며 재원은 5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사장 유상호)은 같은 날 정기 이사회를 열어 7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한국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종합투자은행(Investment Bank, 이하 IB)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개정안에 따라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6월말 기준 자기자본인 2조2700억 원에 한국금융지주에서 출자하는 7300억 원, 그리고 2분기 순이익 등을 합하면 3조 원이 넘는다. 이번 한국금융지주 출자에 의해 한국투자증권은 자통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 종합금융투자업 라이선스 획득 후 내년 6월부터 투자은행업무가 가능할 전망이다.


김남구 부회장, 경영권 방어 손 놓다가는 큰일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에 지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 대신 CP 발행이라는 길을 택했다.

사측은 밝힐 수 없다고 하지만 이번에 한국금융지주가 발행하는 5000억 원 규모의 CP는 만기 91일물에 금리는 3.6%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한국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2300억 원의 보유금 역시 3년 만기 회사채 등으로 조달한 것이다. 

타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는 유상증자 시 최대주주인 김 부회장의 지분 희석을 우려해 증자 대신 CP 발행을 택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경영권 위협 수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향후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로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동원그룹은 지난 2003년 식품 분야와 금융 분야로 계열이 분리돼 식품 분야는 김재철 회장이 경영하며 금융 분야는 아들인 김 부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김 부회장이 보유한 한국금융지주 지분은 지난 6월말 기준 20.23%이며 특수 관계인들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20%대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외국계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가 가진 지분을 모두 더하면 두 배에 가까운 45%에 달한다.

때문에 향후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 빅5 중 선도적인 IB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M&A 전문가는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이 20% 안팎이라는 것은 경우에 따라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면서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비상장이고 지주사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한국금융지주가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IB로 가는 길… 한국금융지주 합법적 꼼수(?)

한편 대우·우리투자·삼성·현대 등 이른바 ‘빅5’에 속하는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IB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두 유상증자 방식을 택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9월 1조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우리투자증권은 6000억 원, 삼성증권은 4000억 원, 현대증권은 59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아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추측이 난무했다. 타 증권사 관계자들은 “한국투자증권 역시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유상증자를 할 것이다”라는 입장과 “유상증자보다는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다”라는 입장이 맞서기도 했다.

이에 한국금융지주가 돌연 CP 발행과 이를 바탕으로 한 출자 지원계획을 발표하면서 증권가는 다시 “한국투자증권이 지주의 100% 자회사라는 점과 비상장이라는 점을 잘 활용한 한 수였다”라는 평가와 “합법적 꼼수(?)다”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발표는 한국투자증권의 입장에서는 유상증자지만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증자가 아니다.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낮아질지라도 주당순자산가치(BPS)가 증가해 주가 희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한국투자증권은 IB로서 날개를 달더라도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출자로 인한 부채 증가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CP 발행과 출자로 인해 한국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0%에서 145%로 솟구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45%로 치솟는다 하더라도 배당 등으로 인해 다시 내려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출자와 증자는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한 후 결정한 것”이라며 “외국인 지분율은 원래 동원증권일 때부터 높았던 것이고 경영권 방어는 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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