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유력인사 ‘BOOK 마케팅’ 전략
정치권 유력인사 ‘BOOK 마케팅’ 전략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8-10 10:55
  • 승인 2010.08.10 10:55
  • 호수 850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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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비전 메시지 전달…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다

정치인은 책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전달하기도 한다. ‘책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선거 직전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종종 여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다. 일부에서는 ‘목적’을 위해 그저 그런 내용을 가져다 붙인 ‘짜집기’에 불과하다면서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비판에도 정치인은 꾸준히 책을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자신이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책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과 책의 관계를 풀어봤다.

정치인에게 책은 자신의 정책 의지를 알리는 일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 팔공산의 한 암자로 휴가를 떠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두 권의 책을 싸들고 떠났다.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맥그리거 번스는 리더십 분야의 독보적인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이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술가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리더십을 학문으로 인정받게 한 발판을 마련했으며, 리더와 추종자(follower)의 개념을 통해 올바른 리더십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자신의 서적을 통해 ‘거래적 리더’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는 거래를 통해 추종자를 움직인다면, ‘변혁적 리더’는 뛰어난 비전과 도덕성으로 추종자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법과 도덕 사이의 고민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공동체주의 이론의 대표적인 4대 이론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 책은 7000명 가량의 학부생 가운데 1000명의 학생이 수강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샌델 교수의 ‘JUSTICE (정의)’ 강의를 바탕으로 저술됐다. 저자는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도덕적으로 살인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가’ 등의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안상수, ‘리더십’과 ‘정의’ 필요?

처음으로 당 대표 직을 맡은 안 대표는 이 두 책을 통해 당 대표직 수행에 있어서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과 ‘정의’는 신임 당 대표에게 있어서는 꼭 필요한 필수 자질이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휴가까지 반납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김대중 자서전’을 열독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1961년 8월 4일 아프리카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와 하와이 등을 오가며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낸 오바마 대통령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서전 형태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또 분열된 미국을 화해와 통합의 길로 이끌 주역으로 성장하게 된 저자의 인생과 철학을 담고 있으며, ‘정치인 오바마’가 아닌 자신과 세상, 그리고 생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회복해가는 ‘인간 오바마’를 통해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박지원, ‘김대중 자서전’ 강조 까닭은?

‘김대중 자서전’은 박 원내대표에게는 특별한 서적일수 밖에 없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김 전 대통령의 막대한 신임을 받았다.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했고 김 전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의 정치적 ‘아버지’와 다름없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7·28 재보궐 선거 패배로 인해 지도부가 총 사퇴하는 등 내홍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에 한달 동안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되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최근 김 전 대통령이 안장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당의 위기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휴가에 전자책 단말기를 가지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책 목록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이 대통령이 읽었던 ‘넛지’는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 내용은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잘 맞아 떨어진다. 남자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넣었더니 남자들이 ‘일’을 볼 때 파리를 조준해 소변을 흘리지 않았다는 내용 등의 외국 사례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설명한 책이다. 평소 중도실용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의지를 이런 책 홍보를 통해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보는 책은 정국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종종 공개가 되곤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의 도서목록이 대부분 보좌진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자신의 도서목록을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 전달 매개체로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다.

가령 대구 팔공산 암자로 휴가를 떠나는 안상수 대표의 도서목록을 보좌진이 꿰고 있다는 사실은 안 대표가 언론에 알려지길 바라면서 일부러 일러두고 갔다는 말이 아니던가.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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