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사람이 金에게 몰려든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김 지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소리가 정가 주변에서 들리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인 김 지사가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 지사가 극비리에 대권 캠프를 가동 중이며 대기업들이 김 지사의 대권사냥에 동참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지난 6·2지방선거는 김 지사를 위한 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선거를 통해 김 지사 파워를 실감하고 놀라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오 시장은 사선을 넘나들다 겨우 당선됐지만 김 지사는 달랐다. 김 지사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지사가 박근혜 전 대표와 대권을 놓고 접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뿐 아니라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김 지사의 영향력강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들 중 가장 큰 폭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여권 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 지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승추세라면 머지않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32.3%)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
또 이재오 전 의원이 7·28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김 지사에 호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 전 의원의 행보는 김 지사의 대권도전 시나리오에 변수로 꼽혀왔다. 김 지사와 이 전 의원은 1990년 민중당을 함께 창당했고, 이후 줄곧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 전 의원이 당내 구심점 역할을 자청하게 되면 김 지사가 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같은 목표 다른 생각
김 지사의 대권 쟁패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면서 김 지사의 움직임을 놓고 여러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김 지사 주변으로 돈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문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
한 일간지가 지난 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6·2지방선거에서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걷은 광역단체장은 김 지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지사는 모두 94명으로부터 4억6880만 원을 받았다.
또 “김 지사의 후원금 기부자 목록에는 SKC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이 올라와 있다. 각각 500만 원씩을 기부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김 지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와 모 기업의 밀약설도 돌고 있다. 김 지사가 대권 도전을 위해 대선 캠프를 극비리에 가동 중이며, A사가 김 지사의 캠프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A사가 김 지사를 지원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지난 DJ정부시절 A사는 차세대 사업의 전략적 기지로 꼽혔던 계열사 B사를 매각하면서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현재 김 지사가 B사의 주력 사업에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향후 경기도를 첨단기술특화도시로 만들려면 B사에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원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이라는 것이다.
A사는 현재 B사를 M&A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가 B사를 인수할 경우 김 지사의 지원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A사의 김 지사에 대한 지지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게 재계의 이야기이다.
A사는 김 지사에 지지에 대한 공식적 논평을 회피했다.
A사의 관계자에 의하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 뒤 “우리 회사는 정치권과 거리가 멀다. 더구나 김 지사와 그룹은 전혀 관계없다. B사 M&A건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언론에 밝혔듯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금하고 있는 사업에 총력 매진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 회사가 정치인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가끔 돌기도 한다. 대부분 터무니없는 루머”라며 “다른 기업에 비해 우리 그룹은 정치권과 거리가 멀다. 이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속 뜻 노출?
김 지사 측도 A사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 지사 측은 “최근 정치권에서 많은 루머들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실무근”이라며 “대권 캠프 가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 지사님은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서만 고민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바쁘다”라며 “불과 몇 일전에 취임식을 했다. 벌써 대선 캠프를 차리고 운영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현재 김 지사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김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가 미래권력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설적으로 이 같은 루머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경계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김 지사가 주변정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과의 건전한 협력도 자칫 유착설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김 지사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 지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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