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백화점 ‘과천농협’
비리백화점 ‘과천농협’
  • 김장중
  • 입력 2011-11-08 15:08
  • 승인 2011.11.08 15:08
  • 호수 914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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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농협 조합장 구속 … 대출이자 수십억 부당이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민 금융기관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 비리를 파헤쳐 온 검찰이 이번에는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지역 단위농협을 대상으로 한 ‘메스’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과천농협은 서민대출과 관련해 조직적인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폭넓은 수사를 받고 있다. 전국 각지의 단위농협은 본점만 1167개, 지점까지 합치면 4426개다. 이들 농협의 대출 잔액은 현재 142조4000억 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과천농협은 대출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가산 금리를 인상,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은 이곳 조합장 김모(57)씨, 상임이사 이모(55)씨와 신용상무 채모(55)씨를 구속하고, 신용팀장 김모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관계자는 “서민의 등을 쳐서 이익을 챙기는 죄질은 매우 나쁜 범죄행위”로 “이와 비슷한 대출비리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어 드러나는 대로 모두 엄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구속된 김 조합장 등 주요 임원들이 상급 감독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단위농협 내부에 범행에 가담한 직원이 더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또한 과천농협 외 대출 관련 비리를 저지른 단위농협들이 더 있다는 첩보를 입수,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위농협 대출, ‘수술대’ 오른다
‘일방 금리 인상’ 농민 등 피해 속출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9년 1월 한국은행이 변동 금리를 내리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자 과천농협은 2.5%의 가산 금리를 4%로 임의적 인상, 47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당시 과천농협은 20억 원 정도의 적자 상황이었지만, 가산금리 인상으로 18억3000만 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여신 약관에는 금리를 변동할 경우 고객의 동의를 얻거나 한 달간 공고를 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그러나 과천농협이 절차 모두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윤만 추구하다가 일이 커졌다. 부당하게 대출 이자를 낸 피해자는 모두 719명, 피해계좌는 1069계좌다.

농협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과천농협의 가산 금리 인상 부분절차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 가산 금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따라 조정되지만, 과천농협이 이를 무시해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 등으로 이곳 농협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가운데 조합장 등 3명만 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에 이어 단위농협 대출비리에 손을 댄 것은 국민 경제의 근간이 돼야 할 서민금융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판단에 따른다.

‘빙산의 일각’ 지적 잇달아

과천농협의 대출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위농협은 농민 등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 서민금융이지만, 농협중앙회와는 달리 감시·감독 권한이 금융감독원이 아닌 농림수산부에 속해 사실상 전문적인 감독 역량을 가진 금융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단위농협 역시 일부 저축은행 불법대출 비리와 같은 부당한 영업 관행이 오랫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방치돼 왔을 가능성이 크다.

시중 금융기관들은 기준이 되는 한국은행의 정책금리에 연동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에 일정한 가산 이율을 더해 대출 금리를 정하기 때문에 대출 이자는 크게 보면 기준금리에 따라 변동이 된다.

비리가 적발된 과천농협처럼 대출기관이 가산 금리를 마음대로 올리게 되면 서민 대출자는 어쩔 수 없이 이자를 더 물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 역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천농협의 불법적인 가산금리 인상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금융정책 효과가 경제 전반에 원활하게 미치는 것을 방해하는 범죄행위 시각으로 볼 때,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결국 단위농협의 비리는 자금 융통의 상당 부분을 농협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진다.

돈 뜯어 ‘성과급 잔치’, “사후약방문” 지적

검찰은 이번에 구속된 임원들이 간부회의 등을 거쳐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 농협중앙회 감사 등 상급 감독기관에 로비를 벌였는지 등을 집중 추궁 중이다.

과천농협이 가산금리 인상으로 얻은 수익금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흑자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조합장을 비롯 전 직원에게 100%씩의 성과급이 돌아갔다. 부당하게 얻은 수익금 47억 원 가운데 26억 원을 순수익으로 계산해 12억 원은 조합원들에게, 나머지 14억 원은 임직원들이 성과급으로 나눠 가진 것이다.

이번에 구속된 김 조합장은 지난 2001년 12월 제13대 조합장으로 뽑혀 2005년 재선과 2009년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2월 조합장 3선에 성공을 거둔 김 조합장이 금리 인상에서 얻은 부당이득으로 선거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당시 김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대의원으로 활동 중이어서 이와 연결해 보는 시각도 크다.

이번 사고에 대해 과천농협은 뒤늦게 수습책을 내놨다. 가산금리 인상으로 생긴 이익금 47억여 원을 모두 돌려주기로 최근 이사회를 통해 결정했다. 과천농협은 오는 7일 임시총회 승인을 거쳐 8일부터 대출자들에게 모두 환급할 예정이다.

지역농협 대출비리 ‘불똥’

검찰이 이번 사건과 비슷한 비리 척결에 대해 수사 확대 여부를 검토하자, 전국 단위농협을 중심으로 바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단위농협에서 비슷한 대출비리가 터져 전국 일부 농협은 물론 수·축협 등지에서도 검찰 수사 의지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경의 바쁜 움직임이 곧 단위농협 등의 금융권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짙다.

경북권 일부 지역에는 벌써 검·경이 단위농협을 대상으로 한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다.

농협중앙회 포항시지부는 산하 각 조합에 대출 이자율 등의 담당업무를 정확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내부 단속 및 감사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 역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포항수협은 지역 조합 관련 업무 직원들을 불러 관련 규정에 대한 교육 강화는 물론 회계장부 재점검 등의 발 빠른 대처에 들어갔다.

수협 관계자는 “대출 등과 관련한 감사를 수시로 진행 중”이라며 “지역조합에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중 기자> kjj@ilyoseoul.co.kr

김장중 k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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