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위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만 9조7000억 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방위력 개선사업’이 총사업비 증가, 집행 부진으로 예산운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원가검증체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정원가 행위에 대한 검증력이 여전히 미흡하고 시험평가 미비로 전력화 과정에서 잦은 결함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결국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생산된 무기조차도 잦은 결함으로 인해 실전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국방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인 것을 감안하면 자주적 국방을 강조하고 있는 軍이 이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예산 편성하고도 집행하지 않은 사업만 5개
방위력 개선사업 체계적 예산 관리 필요
‘군사력을 개선하기 위한 무기체계의 구매 및 신규 개발·성능개량 등을 포함한 연구개발과 이에 수반되는 시설의 설치 등을 행하는 사업’이 바로 방위력 개선사업으로 군은 이를 통해 전력증강 및 균형발전을 이뤄 자주적 군사력 건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투여되는 총사업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산처)가 방위력 개선사업을 분석한 결과 2011년 현재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은 96개로 이 중 신규사업은 14개이며 계속사업은 82개다.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의 총사업비 규모는 70조3690만 원이며, 이중 신규사업 규모는 8119억 원, 계속사업은 69조5571억 원이다. 계속사업의 경우 최초 계획 대비 12조4243억 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총사업비 수시 변경으로 비용 증가
지난 200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단안형 야간투시경 사업, 검독수리-A(PKX-A), 장보고-II(KSS-II), 활주로 재포장 사업,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사업 등은 지금까지 매년 1차례씩 변경되어 총사업비의 30% 이상이 변동되었다.
이중 해군의 수중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1800톤급의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인 장보고-II 사업의 경우 당초 1조2563억 원을 예상했으나 2010년에는 4조9179억 원으로 무려 291.4%가 증가했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세간에 잘 알려진 K-9 자주포의 경우도 2006년 3조2024억 원으로 책정된 총사업비가 지난해 8조782억 원으로 늘어 애초에 예상했던 비용보다 4조8757억 원이 증가했다. 한 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 돼버린 꼴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3일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보듯이 자주포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발사가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해 그동안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방 총사업비 관리 규정」에서 총사업비 관리대상 중 최초계획 대비 사업비 증가율이 30% 이상 되는 사업에 대해 타당성 재검증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력 개선사업의 총사업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단안형 야간투시경 사업, 장보고-II(KSS-II), K-9 자주포 사업 등 이미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증해 사업의 지속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
다만 2009년 전구작전지휘시설 등 4개 사업, 2010년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등 8개 사업 등은 모두 타당성 재검증이 면제된 사업으로 확인돼 2년간 타당성 재검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사업 간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계획을 잘 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을 경우 막대한 혈세가 계속해서 투입되 국민의 고통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예산 집행률 70% 미만 사업이 무려 13.3%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추진한 233개 단위사업 중 예산 집행률이 70% 미만인 사업은 전체 사업의 13.3%인 31개로 드러났다.
이중 대함유도탄방어유도무기(SAAM), 전술함대지유도탄, 백두체계능력보강 등 5개 사업은 아예 사업자체가 추진되지 않았으며, 지하시설 파괴탄,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급) 등 9개 사업은 예산 집행률이 5% 미만인 것으로 조사돼 거의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을 넓혀 살펴보면 31개 사업 중 예산 집행률 50% 미만인 사업은 64.5%나 돼 결국 다른 정부부처에서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그대로 묶여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방위력 개선사업의 집행부진 이유가 다양하고 사업자체가 축소되거나, 계약 또는 착수가 지연된 경우도 있으며 활주로재포장처럼 사업방식 자체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이 다각적인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선행연구, 기본전략 없기도 해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거나 원자재비용 상승에 따라 추가로 예산이 집행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검토 없이 진행되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해 및 올해 추진한 신규사업 중 일부사업에서 선행연구와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추진된 EMP방호시설의 경우 사업추진 기본전략만을 수립한 채 30억여 원을 집행했다. 이와 반대로 701사업, 전술함대지유도탄, 대함유도탄 방어유도무기 사업 등 6개 사업은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수립하지도 않은 채 선행연구만을 실시한 후 사업을 개시해 95억여 원을 집행했다.
기본전략과 선행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른바 ‘주먹구구식’으로 152억 원가량의 국민의 세금이 집행됐다.
다만, 이동형 TACAN 사업의 경우는 긴급소요 또는 시설사업 등의 이유로 선행연구를 실시하지 않고 사업추진기본전략만을 수립해 26억여 원을 사용했다.
올해도 차기경구난 차량, 이동형 해상감시레이더 차기전자장비 등 11개 사업에 선행연구 또는 기본전략 없이 396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비대상 사업이거나 긴급소요를 위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 추진과정서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없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사업은 결국 자주적인 국방체계를 갖추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사업 진행을 통해 결과물이 생산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검증체계가 없을 경우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평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예산처는 방위사업청이 사업 추진과정에서 전력증강 소요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예산처는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 중 총사업비의 30% 이상 변동된 사업을 살펴본 결과 13개 대상 사업 중 10개 사업이 소요량이나 전력화 시기가 조정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처는 안보상황이나 전력변화에 따라 소요량과 전력화 시기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조정이 너무 빈번하게 이뤄질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력 향상 및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2 소총 사업의 경우 당초 631억8000만 원의 비용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까지 2874억8800만 원으로 조정됐다. 물론 비용이 추가로 투입됨에 따라 전력화 시기는 2028년에서 2020년 앞당겨졌다.
반면에 K-10 탄약운반 장갑차 도입 사업의 경우 당초 5286억1600만 원을 예상했으나 지난해 1조8662억5200만 원으로 조정됐으나 전력화시기는 2012년에서 2019년으로 7년 연기됐다.
뿐만 아니라 정부전용기(지휘기) 도입 사업은 애초에 19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지난해 2014년 도입을 목표로 4870억3900만 원으로 조정했지만 전용기 기종이 변경되며 사업이 중단됐다.
제대로 된 준비작업과 함께 검증체계가 없어서 불러온 문제로 볼 수 있다.
무기의 국산화는 비교적 성공
국방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다름 아닌 무기체계의 국산화율이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의 국산화율은 무기체계별로 58.8%(항공)에서 85.1%(유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전력별로 살펴보면 ▲탄약 83.6% ▲기동 82% ▲항공 58.8% ▲통신 84.8%, ▲유도 85.1% ▲광학 72.5% ▲함정 77.4% ▲화생방 77.2%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현재 국내연구개발로 진행되고 있는 무기체계는 K2전차, K21보병전투차량, K11복합형소총 등 9개이다.
이중 K2전차는 77% 목표 대비 1%가 높은 78%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으며, 30mm 자주대공포, 휴대용지대공유도무기, 홍상어 등은 예상치를 4~13%를 초과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K-2전차에 사용되는 부품 중 냉각장치의 경우 국산화 80%가 목표였으나 30% 실적에 그치고 있으며, 에너지저장기의 경우 목표치 62%에 달성률 42%에 머무르고 있어 시급한 국산화가 요구되고 있다.
총사업비 관리 체계 갖춰야
예산처는 방위력 개선사업의 경우 총사업비 변경 횟수가 많고 아울러 총사업비 변동규모 또한 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총사업비 관리 시스템 자체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총사업비 관리대상 82개 계속사업 중 방위사업청이 조정을 요구한 내용 중 기획재정부가 최종 조정한 결과를 보면 증액을 요구한 41개 사업 중 약 70%에 해당하는 28개 사업의 총사업비를 별도의 조정 없이 그래도 수용했다.
물론 기획재정부가 무기체계의 소요량, 전력화시기, 작전운용성능 수정·보완 등의 분야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이를 조정하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예산처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여되는 사업인 만큼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의 사업비 조정이 필요한 경우 전력소요검증위원회가 이를 반드시 검증해 그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총사업비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방위산업을 위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해야만 대한민국은 자주적 방위력을 가진 국가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