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카드 만지작 “성향은 보수, 행동은 진보… ”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유죄판결로 주가가 상승하는 인물이 있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다. 엄 전 사장은 지난 7·28 재보궐 선거 직전 한나라당의 영입대상자로 거론됐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전 사장은 이 때 태백·영월·평창·정선 후보직을 제안 받았다. 이 때문에 이 지사의 형이 확정돼 강원지사 선거가 다시 치러질 경우 여권에서는 엄 전 사장이 또 다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엄 전 사장의 강원지사 도전 여부를 알아봤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를 만나면서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원지사 출마를 염두하고 한 말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7·28 재보선에는 출마하지 않았지만 강원도지사 선거가 다시 치러질 경우에는 출마를 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도 그럴 것이 엄 전 사장은 강원도 평창군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춘천고를 졸업했고 영월 엄씨여서 강원도에 연고가 있는 인물이다. 지난 7·28 재보선 직전에는 한나라당으로부터 태백·영월·평창·정선 후보직을 제안 받았지만 본인의 고사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핵심관계자도 언론에 “이광재 지사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내에 엄 전 사장을 지사 후보로 영입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히면서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강원지사에 출마할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한나라당 캠프 들른 이유는?
실제로 엄 전 사장은 7·28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 중 한나라당 소속인 철원·화천·양구·인제의 한기호 후보와 태백·영월·평창·정선의 염동열 후보를 찾아 격려한바 있다. 이에 대해 엄 전 사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재보선 때) 방문은 모임에서 알고 지내는 후배들의 사무소를 들렀을 뿐이다. 강원도지사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엄 전 사장측은 “강원도를 위해 일하고 싶은 건 맞지만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그는 “강원도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실이 중요한데 사람들의 관심은 한나당을 택하느냐, 민주당을 택하는냐에 쏠려있어 아쉽다”고 말해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하지만 엄 전 사장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는 9월 27일까지 이광재 지사의 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정치권의 ‘엄기영 잡기’ 물밑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3일 엄 전 사장을 향해 “과거 여러 가지 점으로 볼 때 민주당으로 오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훌륭한 방송인이고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앵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한나라당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보도를 보고 본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니까 저희 민주당으로서 특정인에 대한 거취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엄기영 전 사장은) 우리당하고도 가까운 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여·야, ‘엄 사장 모시기’ 경쟁 치열
한나라당도 강원지사 재선거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현재, 엄 전 사장 영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엄 전 사장의 정치성향까지도 알려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할 만큼 물밑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지난 8월 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엄 전 사장이 MBC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한나라당 영입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치 않다”면서 “MBC 사장이었기 때문에 진보 성향을 보였던 것이지 실제로는 한나라당(보수) 성향으로 알고 있다. 엄 전 사장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엄 전 사장은) 보수성향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엄 전 사장의 강원지사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원래가 한나라당 성향이었기 때문에 출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민주당 후보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당으로는 절대 갈 사람이 아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엄 전 사장에 대해 ‘보수성향’ 이라고 말했다는 엄 전 사장의 지인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엄 전 사장의 정치성향을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요지부동이다. 엄 전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엄기영 영입 정치권 반응
박지원 “영입은 하고 싶지만…”
엄기영 전 MBC 사장의 영입문제를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광재 강원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을 경우를 대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 전 사장이 강원지사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여야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지도부측에서는 엄 전 사장 영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과거 엄 전 사장의 MBC 이력과 ‘성향’을 문제 삼아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한 전직 의원 의원측 관계자는 “MBC 시절 정부와 한나라당을 힘들게 해 놓은 사람을 영입하는 것은 너무 당선위주로 하는 것 아니냐”면서 “한나라당은 보수당인데 그런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엄 전 사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변 상황이 녹록치 않아 부정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영입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엄 전 사장은)우리하고 가까웠으니까 민주당으로 왔으면 하는 바램은 있다”면서 “과거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금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구체적으로 얘기를 한 것이 없어 지금으로썬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입 의사가 있지만 엄 전 사장 본인의 ‘의중’을 확신할 수 없으니 두고 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한편, 엄 전 사장의 한나라당 영입설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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