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에 시원한 일갈과 풍자가 있다
뉴스 속에 시원한 일갈과 풍자가 있다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11-08 14:10
  • 승인 2011.11.08 14:10
  • 호수 914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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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개그프로의 중흥기, SBS ‘개그투나잇’이 1년 안에 이룩

2000년대 중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로 많은 유행어를 창조했던 개그맨들이 새로운 공개 개그 프로그램 ‘개그투나잇’을 내놨다. ‘웃찾사’는 한 때 ‘그때그때 달라요(미친소)’, ‘행님아’, ‘서울나들이’ 등의 히트 코너로 KBS ‘개그콘서트’이상의 인기를 누린 프로그램이다. 2003년부터 7년간 전통을 이어갔지만 후반 시청률 부진으로 종영됐다. ‘웃찾사’의 주역들은 ‘개그투나잇’을 통해 명예회복과 개그콘서트와의 경쟁을 선포했다. ‘개그콘서트’가 지향하는 사회 고발, 풍자 또한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자세다. ‘개그투나잇’은 뉴스의 틀을 갖춘 시사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회와 관련된 불만, 씁쓸함을 대담한 유머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다. 메시지와 웃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개그투나잇 출연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SBS ‘개그투나잇’ 개그맨들은 지난 1일 제작발표회를 열면서 ‘웃찾사’ 폐지 이후의 슬럼프와 새로운 프로그램 구상에 따른 고충을 풀어놓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개그맨 황영진, 박준형, 정용국, 최은희, 손민혁 등과 안철호 PD, 이창태 CP가 참석했다. 안 PD는 과거 ‘웃찾사’를 연출해 30%의 시청률을 이끈 장본인이다.

지난해 10월 2일 ‘웃찾사’ 폐지 후에도 SBS 개그맨,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의 부활을 바라면서 매주 3~4일씩 대학로를 찾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13개월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안 PD는 “시사적인 내용을 선두에 두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후련함 이외의 웃음을 주기 위해 버라이어티한 개그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견해를 밝히면서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안 PD는 “한 주간의 뉴스를 토크로 풍자하는 데스크 코미디, 무대 개그와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 등은 웃음의 질을 더 높일 것이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개그투나잇’ 제작진은 사회 반영적인 개그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시사평론가를 찾아가기도 했다.

평론가의 견해를 전해들은 안 PD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예전과는 다르게 변한 것 같다”며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긁어줄 때가 됐다는 말과 와 닿았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 형식은 우리 프로그램의 그릇이다”면서 “스스로 이에 맞는 개그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신했다. 


유치한 말장난은 그만

제작진의 도전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시청자들은 이슈화된 사건들을 개그맨의 아이디어와 유머감각이 추가된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로그램 코너는 ‘한줄뉴스’, ‘적반하장’, ‘더 레드’, ‘우리말 차이점’, ‘하오&차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줄뉴스’는 한 주간의 뉴스를 재해석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긁어주는 코너로 박준형과 강성범이 앵커로 변신한다.

‘적반하장’은 지하철이나 영화관 등 장소에서 겪을 수 있는 황당한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내며, ‘더 레드’는 자아도취에 빠진 여자가 사회고위층에게 응징을 가하는 모습을 전한다. 소시민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목적. 그리고 ‘우리말 차이점’은 건달·깡패·양아치처럼 비슷하게 쓰이는 단어들의 차이점을 재미있게 전달한다. ‘하오&차오’는 중국관광객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그리고 있다.

웃찾사의 원년 멤버 정용국은 땀의 결실인 ‘개그투나잇’이 재미없던 ‘웃찾사’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정용국은 “‘웃찾사’의 폐지는 안 웃겼기 때문이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웃기지 않으면 기꺼이 비난감수

정용국은 “‘웃찾사’ 출연 때 모니터를 했지만 전혀 웃기지 않았다”며 “초반 호흡을 맞추던 선배들이 빠져나가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개그맨도 반 이상이었다”고 분석했다. 대학로 무대와 공중파 공개 방송이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것.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터전을 잃은 개그맨들이 공백기 내내 새로운 아이템 구상에 시간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웃찾사’ 폐지 후 돈벌이를 위해 풀빵 장사, 주차 요원 등으로 전환한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개그맨들의 그간 고생을 알고 있던 이창태 CP는 “‘개그투나잇’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1년의 시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토요일 심야시간대(오전 12시)라는 점과 출연진 대부분이 무명인 점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개크콘서트 외에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개그 프로가 없는 점과 버라이어티, 토크쇼에 비해 시청률 확보가 힘든 점은 출연진들을 절실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공백기의 아픔 때문인지 손민혁은 눈물을 보였다. 제작 발표회에서 손민혁은 “‘개그투나잇’이라는 음식점이 오픈했다. 맛보지도 않고 맛없다고 소문내지 마시고 딱 한 번만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맛 없으면 맛 없다고 이야기 해주셔도 된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결의를 나타내기도 했다.

뒤늦게 합류해 힘을 보태는 박준형도 ‘개그투나잇’의 시작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박준형은 “한국 코미디가 살아나려는 징조 같다. 힘을 보태게 돼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했다. KBS, MBC, SBS 공개 개그 프로그램을 모두 거친 박준형은 ‘갈갈이 패밀리’로 유명 개그맨 반열에 올라, 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 왔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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