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발칵’…친이 vs 친박 전운 흐른다
한나라당 ‘발칵’…친이 vs 친박 전운 흐른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8-10 10:18
  • 승인 2010.08.10 10:18
  • 호수 85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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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가 ‘친박 47명 탈당’ 괴문서 파문
지난 7월 29일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7·28대보선에서 당선된 이재오 의원에게 당선축하 꽃을 달아주고 있다.

‘왕의 남자’ 이재오 국회의원의 정치권 복귀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외형상 친이, 친박간 격한 감정 대결은 자제하고 있지만 물밑으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외곽 조직로 알려진 ‘국민희망포럼’에서 탈당 및 분당을 대비해 친박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사타진을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치권이 잔뜩 긴장했다. 특히 친박 성향의 47명의 국회의원 실명을 담고 있어 그 진위를 두고 정치권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또한 박세일 한반도 재단이사장과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이 신당 창당 움직임마저 나오고 있어 친이 후보군과 함께 차기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박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MB 정권 ‘2인자’ 이재오 의원의 등장으로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겉으로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지만 친박 인사들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박근혜-이재오 두 인사간 대격돌을 두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패한 이후 만든 국민희망포럼이 지난주 구설수에 올랐다. 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고 이성헌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만들어졌다. 2008년말에 여의도 한 빌딩에 소재한 박근혜 전 대표 후원회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국민 희망포럼이 계속 사용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비용문제에다 큰 규모의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이 마치 사조직을 관리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당시 폐쇄를 주장했었다. 박 전 대표 역시 포럼 사무실로 사용하는 데 대해 “포럼은 포럼 그 자체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한때 관심을 모으기도 한 단체다.


47명 탈당 명단? 세종시 수정안 반대 명단!

이 희망포럼에서 친박 의원들을 상대로 탈당 및 창당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서 재차 주목을 받았다. 내용인 즉 지난 6월 29일 세종시 수정안 찬반투표가 벌어진 이후 친이 친박 성향이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친박 의원들을 대상으로 탈당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희망포럼 관계자들이 일대일 접촉을 통해 빠르면 올해 11월 하순 박근혜 신당 창당을 위해 의사타진을 하고 있다는 해석마저 나왔다.

무엇보다 탈당 가능성에 의사 표시를 한 친박 의원 47명의 원내 인사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면서 신빙성을 더했다. 하지만 이를 바로 보는 친박 인사들의 반응은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본지는 사실 파악을 위해 친박 의원실에 확인작업에 들어가자 “희망포럼을 들어보지 못했다”(김정, 조원진 의원실), “우리 의원은 서명을 하지 않았다”(서상기 의원실)는 등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편 친박 한 의원실에서는 “이성헌 의원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말은 들었다”며 “그러나 서명운동이나 날인까지 받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희망포럼’을 잘 알고 있는 친박 의원실의 한 인사는 “희망포럼 자체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사조직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박 전 대표가 용납할 사람도 아니고 얼굴마담격인 박영식 전 총장이 자의적으로 그런 일을 할 분도 아니다”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시기적으로는 내년 중반쯤 돼야 일어날 일이지 지금 탈당이나 신당 창당 운운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에 정통한 한 인사 역시 “서명을 받고 했겠느냐. 이재오 의원의 복귀가 이뤄져 친이계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대비책으로 술좌석 등 사석에서 나눈 대화가 와전됐을 것”이라며 “오히려 친박 인사들이 이 의원의 복귀를 견제하려고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제로 합류의사를 밝힌 47명의 친박 의원들 상당수가 지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한 명단과 흡사해 이런 의혹을 뒷받침했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한 친박 의원이 43명이었고 이달 말 합당을 앞두고 있는 미래희망연대 7명 등 대다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박근혜, 정운찬, 김문수, 임태희 다자구도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격인 유정복 의원이 최근 세종시 수정안 찬반 리스트를 재검토하면서 상황은 미묘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유 의원이 지난 8월 4일 보좌진에게 수정안 찬반 리스트를 작성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친이 진영에서는 이재오 복귀 및 김무성 원내대표의 박근혜 비판 발언 등과 맞물려 내부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친박 진영 역시 세 결집을 위한 모종의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친이 진영이 이 의원을 구심점으로 해 세 결집에 나서는 만큼 친박 진영 역시 ‘집안 단속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편 친이 친박간 세결집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제 3지대에 있는 인사들까지 2012년 총선, 대선을 대비해 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개각에서 총리, 장관 등 하마평에 오른 박세일 한반도재단 이사장과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이 ‘세계화와 지방화’를 명분으로 정치 결사체에 준하는 단체를 만들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외곽조직인 ‘한국의 힘’(구 국민성공실천연합)의 한 관계자는 “희망포럼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서도“하지만 친박, 친이, 제3후보 등의 출현으로 당이 사분오열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 조직도 과거 MB 외곽조직에서 당 외곽조직으로 탈바꿈한 배경 역시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며 “당이 여러 개로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조정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재출범 배경을 밝혔다.

이 인사는 박세일 이사장과 윤여준 이사장이 정운찬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하는 신당 창당 정황마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 전 총리가 세종시 총리로 재직하면서 흠집이 많이 난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박세일-윤여준 두 인사는 정 전 총리가 안될 경우 제 3후보까지 염두에 두고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내 대권 구도는 좀 더 복잡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부동의 대권 후보인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오-정두언 등 친이 직계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김문수 카드’와 이상득-박영준 등 원로파에서 지지하고 있는 ‘임태희 카드’를 차기 잠룡으로 내세울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친이 진영의 기저에는 ‘박근혜 대항마’로 키우기위한 ‘몸집키우기’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차기 대권은 아직도 2년반이나 남았지만 물밑에선 ‘잠룡 몸집 만들기’가 한창인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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