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아스날 데뷔 골로 ‘한국시리즈 1차전’ 물리치고 스포츠면 독식
박주영, 아스날 데뷔 골로 ‘한국시리즈 1차전’ 물리치고 스포츠면 독식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10-31 12:10
  • 승인 2011.10.31 12:10
  • 호수 913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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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의 인사이드 킥을 기억하라

아스날 NO.9 박주영(27)이 팀 레전드 ‘티에리 앙리’ 뒤를 이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입단 두 달여 만에 프리미어리그(1군) 팀과의 경기에 처음 출전한 박주영은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데뷔 골로 그동안의 비난과 조롱을 몰아냈고 찬사를 끌어당겼다. 박주영 플레이를 탐탁지 않게 국내외 언론들의 검증 요구, 마케팅용 선수라는 의문을 ‘원 샷 원 킬’로 잠재운 것. 벤치 멤버 전락 후 임대, 방출된다는 예견은 쏙 들어간 지 오래다.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 네티즌들도 박주영의 ‘볼튼 원더러스’전 골을 치켜세우고 있으며 잉글랜드 일간지들은 박주영의 경기를 스포츠면 헤드라인으로 내보내고 있다. 박주영이 그라운드를 누볐던 90분과 그 직후, 아스날이 앞으로 박주영에게 바라는 기대를 알아봤다.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지로 둔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팬들은 맨유 못지않게 아스날에 열광했다. 아스날의 전설 티에리 앙리가 방한했을 때도 수백 명의 팬들이 공항까지 마중 나왔고 앙리는 그 인기에 힘입어 MBC ‘무한도전’ 게스트로 출연했다. 국내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럽 러쉬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지만 소속 구단 명성으로 따지면 박주영은 박지성 바로 다음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대중들 입장에서는 데뷔 골 하나에 열광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특히 다소 운이 따랐거나, 상대방의 실수를 거친 골이 아닌, 그 자체로 ‘클래스’가 엿보이는 골이라면 더 그렇다.

박주영은 지난 10월 26일 잉글랜드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턴 원더러스’와의 ‘2011~2012 칼링컵’ 16강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해 아르센 벵거 감독과 홈팬들을 흡족시켰다.

이날 선발 출전은 박주영에게 있어서 절체절명의 기회였다. 벵거 감독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축구 팬들과 국내외 언론들은 두 달 이상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큰 위기로 여겼기 때문이다. 출장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공중볼에 강할 뿐 아니라 세컨드 스트라이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어떤 포지션에서도 잘하며 기술적으로 좋다”라는 감독의 말은 ‘립서비스’ 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이 쇠약해진 아스날이 당장의 성과를 위해 신뢰를 받는 선수 위주로 내보내는 점 또한 박주영이 넘어서야 할 산이었다. 한동안 아스날은 에이스 반 페르시의 대체 공격수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많은 공격수들은 벵거 감독을 안심시킬 수준이 못됐다.


제르비뉴, 마리아네, 샤막에게 뒤졌던 입지 역전

볼턴과의 칼링컵 16강은 전반전 내내 시소게임 양상으로 흘러갔다. 박주영은 아르샤빈, 요시 베나윤과 함께 수차례 골문을 두들겼지만 득점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실패했다. 그래도 박주영은 전반 24분 아르샤빈과 2대 1패스에 이은 슈팅, 전반 41분 역습상황에서의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켜 자신의 컨디션이 상승세임을 알렸다.

선제골을 터뜨린 것은 볼턴이었다. 후반 2분 아스날 선수의 공을 가로챈 파브리스 무암바는 침착하게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6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아르샤빈의 골이 터졌다. 후반 8분 오른쪽에서 드리블해 들어간 아르샤빈은 반대편 왼쪽 골문을 향해 정확하게 슈팅을 연결시키며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한 아스날은 후반 11분 박주영에 의해 역전에 성공했다. 패널티 지역까지 돌파한 아르샤빈이 오프사이드 트랙을 뚫고 돌아 들어가던 박주영에게 패스했고 박주영은 이를 오른발로 정교하게 감아차 골을 터트렸다. 프랑스에서 검증받은 그의 골 결정력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골이었다.

다급해진 볼턴은 매섭게 반격해 아스날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스날 골키퍼 파비앙스키가 선방 쇼를 펼친 끝에 승리를 지켰다.


아름다운 곡선으로 골 망을 흔들다

경기 직후 벵거 감독은 박주영을 크게 칭찬했다.

벵거 감독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마무리는 환상적이었다. 매우 좋은 선수라는 것을 오늘 내게 보여줬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박주영은 리그경기에 출전할 준비가 됐다. 첫 출전에는 긴장한 듯 보였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였다”면서 향후 중용할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지난 10월 27일을 기준으로 박주영은 아직 프리미어리그 시즌 경기를 뛰지 못했다.

잉글랜드 언론에서도 박주영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중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는 이날 경기를 “아스날이 한국에서 금맥을 캤다”고 표현하면서 이슈화했다. BBC는 “벵거 감독은 박주영과 아르샤빈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박주영의 플레이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시사했다.

결승골의 주인공 박주영은 팀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볼턴전 최우수선수 투표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안드레이 아르샤빈(47%)에 이은 2위(41%)를 차지했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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