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당권 ‘OUT?’ … 民 전대“손학규-정동영 2강구도로 정리된다”

민주당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7·28 재보궐선거 패배는 민주당으로서는 충격 그 자체다. 선거 직전 민간인 불법사찰,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등 여권에 악재가 겹치면서 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기 때문이다. 재보선에서 5곳을 한나라당에 내준 민주당은 권력지형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에 제동이 걸렸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정 대표는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차기 당권 구도가 정 대표를 제외한 손학규-정동영 구도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에 불고 있는 선거 후폭풍을 따라가봤다.
이번에는 ‘정권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다. 7·28 재보선은 민주당의 완패로 끝났다.
전체 8곳 가운데 서울 은평을, 인천 계양을, 충북 충주, 충남 천안을,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5곳을 한나라당에 내줬다.
이 가운데 서울 은평을과 인천 계양을 패배는 차기 민주당 당권 주자들로서는 정세균 대표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릴 충분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당 내부에서 끈임없이 제기돼 왔던 쇄신요구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주의로 대처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이다.
은평을에서의 선거 패배는 정권 2인자로 알려진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화려한 정계복귀의 발판을 마련해 준 꼴이 됐다. 은평을 선거는 이번 재보선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으로 분류했다.
정 대표는 당초 MBC 신경민 선임기자를 전략공천 하려 했지만 불발되면서 장상 후보를 대안카드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낡은 카드’라면서 패배를 미리 점치기도 했다. 민주당의 인물부재론이 이 전 위원장의 ‘나홀로 선거’ 전략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의 지역구였던 만큼 패배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당초 민주당은 5~6곳에서의 승리를 예상했다.
6·2 지방선거가 끝난지 두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등 여권발 악재가 호재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내 비주류 세력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 미래는?
민주당의 선거 참패는 차기 당권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정동영-손학규로 이어지는 당권주자들이 정동영-손학규 2강 구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보선 패배로 인해 정 대표는 ‘무난한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은 것은 물론 전당대회 출마 여부도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일단 정 대표는 지난 7월 30일 대표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전대 출마 가능성이 낮아졌다.
반면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 당권 도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의 경우 쇄신연대 발족으로 정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내전을 중단하고 선거 승리라는 대의명분에 충실했다. 손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여 동안의 춘천 칩거를 정리하고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정 대표와는 달리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을 비껴 갈 수 있다. 당 내 비주류 세력 위치에서 필사적인 선거 지원을 한 이들로서는 오히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며 목청을 높일 수 있는 명분까지 생겼다. 실제 7·28 재보선 직후 쇄신연대를 주축으로 한 당 내 비주류 인사들은 정 대표를 향해 거센 비난의 화살을 퍼부어 댔다.
쇄신연대는 지난 7월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대표 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며 지도부 총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6·2지방선거 승리에 도취해 오만하게 제대로 된 전략과 정책도 없이 재보선에 임한 지도부는 분명히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쇄신연대 사무총장인 문학진 의원은 7·28 재보선을 ‘민주당의 참패’로 규정하고 “그동안 당의 변화와 쇄신, 공정한 전당대회를 위해 임시지도부 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변화와 쇄신이 민주당의 살 길이라는 것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대 불출마 하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 대표의 당권 도전에 대해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대세다. 정 대표가 이미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전대 불출마 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쇄신연대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측 인사들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기류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 도전이 확실시 되는 정동영 의원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번 재보선 패배는 당 구성원 입장에서 보면 악재이지만 당권 유력주자 입장으로 돌아서면 호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또 정 대표의 사임은 이미 여의도 정가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정 대표가 사임의사를 표명하기 전인 지난 7월 29일 “정 의원이 선거 이후 전대와 관련된 거취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전대에 나올 사람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워낙 (선거)결과가 안 좋으니까 정 대표가 당권을 접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라면서 “차기 당권은 정동영-손학규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 측도 정 대표의 당권 도전이 불투명 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같은 날 “정 대표의 입지가 이번 선거를 통해 많이 좁아졌다”면서 “차기 민주당 당권은 정동영-손학규 2강 구도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오는 8월 말 또는 9월 초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전대 무대에 오를 차기 당권주자들의 행보는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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