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꽉 잡고 있는 스포츠, 여자골프가 있었지!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이 미국 LPGA 투어 100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1988년 구옥희의 LPGA 첫 우승부터 지난 16일 최나연에 이르기까지 23년 7개월 동안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것. LPGA 선수의 상징 박세리와 뒤를 잇는 신지애, 김미현, 스타성으로 화제가 됐던 미셸 위(위성미)등 많은 선수들은 한국을 여자골프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한국 선수들의 독식 때문에 LPGA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조항까지 만들 정도. 100승의 주인공 최나연은 얼짱 골퍼로 골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기복 없는 플레이가 강점이다. 우승한 최나연을 중심으로 한국 여자골퍼들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LPGA 한국 프로여자골퍼 100승 주인공 최나연(25)은 지난 16일(한국시간)말레이시아에서 열린 LPGA 투어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최나연의 우승은 지난 7월 12일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100승의 대한 부담 때문에 한국선수들은 9개 대회 동안 아깝게 우승을 놓쳐왔는데 최나연은 이런 압박을 이겨내고 불과 1타 차로 대회에서 우승했다.
최나연의 이번 대회 우승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최근 ‘하나은행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세계 랭킹 1위 청야니의 돌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최나연은 3라운드에서 단독선두로 올라섰지만 지난 16일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2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6번과 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타수를 줄여나갔고 후반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를 꾸준히 기록해 최종 홀까지 3타를 더 줄였다. 청야니는 7개의 버디를 낚아 6타를 줄여가며 최나연을 추격했지만 2번 홀에서의 보기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청야니는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준우승에 그쳤다.
최나연은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의 우승으로 상금 28만5000달러를 챙겼다.
우승을 기쁨을 만끽한 최나연은 100번째 우승자로 기록되는 것에 대해 “그동안 통산 100승 달성이 많이 부담됐다. 이젠 깨졌으니까 200승을 노려야겠다”면서 “모든 한국선수들이 축하받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스포츠 골프…한국 여자들 대단
최나연은 대원외고 1학년인 2004년 국내 프로대회인 ‘ADT·CAPS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박세리 등 선배들을 누르고 우승해 신데렐라로 오른 선수다. 2008년부터 미국 LPGA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LPGA 첫 승을 차지했다.
이후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국 골프선수의 간판 자리를 넘봤다.
최나연의 우승으로 한국 여자골프는 1988년 구옥희(55)가 ‘스탠더드 레지스터 터쿠오이스 클래식’에서 우승한 후 23년 만에 100승을 쌓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LPGA 투어에서 100승 이상을 달성한 국가는 미국과 스웨덴뿐이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은 구옥희 이후 꾸준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우승자가 배출되지 못하다가 1994년과 1995년 고우순의 ‘도레이재팬퀸스컵’ 연속 우승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그리고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은 코리아 우먼파워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한국의 골프 여왕들이었다.
박세리 등장으로 세계와 격차 극복, 추월
박세리는 1998년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2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제이마파크로거클래식’, ‘자이언트이글클래식’ 등에서 4승을 수확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 중 ‘US여자오픈’에서의 맨발 투혼은 박세리를 국민 골퍼로 등극시키켰다.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가 허벅지를 드러내고 친 샷이 IMF로 어려움을 겪던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은 심어준 것. 이 장면은 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애국가 영상에 실리면서 오랫동안 기억됐다.
박세리는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5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1998년(4승), 1999년(4승), 2003년(3승), 2004년, 2006년, 2007년, 2010년에 1승씩을 거둬 통산 25승을 챙겼다. 2007년 11월 13일에는 LPGA 통산 23번째로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외에도 박희정, 한희원 등은 우승 승수를 쌓아가며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는 LPGA 태극군단의 전성기로 불려도 무방했다. 김주미와 이미나, 임성아, 이선화, 장정, 홍진주가 차례로 우승했던 2006년에는 한해 11승을 달성해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2008년부터는 이른바 ‘박세리 키드’들의 화려한 등장이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 박세리의 맹활약을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이 LPGA 투어에 진출해 당당히 우승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
신지애를 필두로 박인비, 오지영, 김인경 등은 어릴 때부터 L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신지애는 비회원 자격으로 2008년에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그해 3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LPGA 투어에 데뷔했다. 또한 2009년에도 3승을 기록하며 LPGA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 쌓기에 큰 공을 세웠다. 2009년 LPGA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은 2009년 12승, 2010년 10승을 기록하며 영광을 시대를 이어갔다.
비록 올해는 ‘US여자오픈’의 유소연과 최근 최나연의 우승이 전부지만, 기념적인 100승 달성 때문에 전환점을 맞는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자골프의 아시아 최강국 한국. 선수들의 슬럼프가 100승 달성을 통해 깨트려지길 바란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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