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이순철, 이승엽 “고향만한 데가 없지”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감독을 중심으로 프로야구에 고향 복귀 바람이 불고 있다. 구단으로부터 퇴진 당했거나 계약이 만료된 감독, 선수들이 전성기를 누렸던 친정팀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서 최근 ‘KIA 타이거즈’로 옮긴 선동열 감독을 필두로 지난해 말부터 삼성 감독을 맡은 류중일 감독, ‘두산 베이스’의 김진욱 감독 등은 프로야구의 ‘순수혈통’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오릭스 버팔로스’를 끝으로 일본 활동을 청산한 이승엽과 부적응을 이유로 ‘치바롯데 마린스’에서 사퇴한 김태균도 친정팀이었던 삼성, ‘한화 이글스’로의 복귀를 모색하는 중이다. 순혈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연고지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흥행보장이다. 최근 이슈화된 프로야구 ‘순혈주의’ 열풍의 중심은 선동열 감독이다. ‘해태 타이거즈’의 상징이었던 그가 ‘KIA 타이거즈’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광주 시민들은 물론 야구계의 큰 화제였다.
KIA의 사령탑을 맡게 된 선동열 감독은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16년 만에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어 무척 설레고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전통을 이어가겠으며 KIA의 팀 컬러를 살려 최강의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KIA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김성한 전 감독을 기아의 수장으로 둔 적이 있다. 현재 프로야구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김성한 전 KIA 감독은 1982년부터 2004년까지 ‘타이거즈’에 몸담은 야구계 전설이다.
구단이 해태 선수였던 선동열을 감독으로 임명한 것은 김성한 전 감독 이후 8시즌 만이다. 그리고 KIA 연고지인 광주 출신을 감독으로 임명한 것은 ‘타이거즈’ 30년 역사상 선동열이 처음이다. 선동열은 광주일고 때부터 광주의 자랑이었다.
구단은 선동열과 함께 이순철 전 ‘LG 트윈스’ 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했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는 선동열과 81학번 친구이자 해태 시절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였다.
연고지 야구팬들이 바라는 것은 물론 타이거즈 영광의 시대 재현이다.
이번 소식을 접한 광주 팬들은 “무등산 호랑이가 다시 돌아왔다”는 반응으로 선동열 감독을 반겼다.
특히 80년대 야구를 경험한 이들은 “선동열이 마운드에 오르면 ‘그날 경기는 이겼다’고 생각 할 정도로 추억이 많다”면서 “해태 전성기의 주역이 다시 돌아와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릭스와의 재계약을 예상했던 이승엽의 삼성 복귀 선언도 프로야구 순혈주의에 불을 지폈다. 연봉 20억 원이 보장되는 1년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지만 일본 리그에서 8년간 단맛과 쓴맛을 맛본 이승엽은 한국행을 택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승엽의 삼성행을 두고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활동 시절 이승엽은 국민타자 이전에 라이온즈의 얼굴, ‘라이언 킹’이었다. 이승엽의 복귀를 전해들은 타 구단 야구팬들도 “이승엽은 모든 구단이 탐 낼만한 선수지만 삼성에 있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반응으로 친정팀 복귀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삼성은 이승엽의 복귀 타이밍과 맞물려 다른 구단 이상으로 순혈주의 색깔이 강해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계약기간을 4년 남겨놓은 선동열 전 감독을 해임시키자마자 경북고 출신의 류중일 감독을 선임했다. 대구 출신인 류중일 감독은 1987년 삼성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삼성 유니폼을 벗지 않은 ‘올드 라이온’이다. 코치진 역시 김성래, 장태수, 김태한, 김용국, 김현욱 등의 삼성 선수 또는 대구 출신으로 구성했다. 지역 출신을 극대화해 연고지 팬들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올 시즌 삼성의 순혈주의가 KIA에 자극을 줬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KIA로 옮겨간 배경 또한 삼성에서의 퇴출과 무관하지 않다.
순혈주의 색깔이 두드러지는 구단은 KIA와 삼성 외에도 한화, 두산을 들 수 있다.
김태균의 복귀가 예정된 한화는 대전 출신 한대화 감독을 필두로 상당 코치진이 팀 레전드 출신들이다. 두산도 ‘OB 베어스’의 김진욱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해 순혈을 추구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OB에서 8시즌을 선수로 뛰었으며 이후 두산 코치를 역임했다.
구단들이 점점 순혈주의를 선호하는 데에는 프로야구의 상업성과 관련됐다는 주장이 많다. 구단 운영의 무게가 성적 위주에서 흥행 위주로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 예로 한화는 한대화 감독을 영입해 팬들의 응집력은 물론 마케팅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한화의 올 시즌 성적은 공동 6위 였지만 관중은 지난해 39만7297명에 비해 17%증가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순혈주의와 둘러싼 팬들의 열광적 지지는 과거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배타적 지역주의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 야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감독들이 구시대 전통에 눌려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역성을 기반해 성장했다. 지역 출신이냐 아니냐 여부는 골수팬들의 열렬한 지지 기준이기도 하다.
물론 지역 라이벌 구도와 지역 스타의 존재는 프로야구의 인기를 위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순혈주의가 몰고 오는 다양한 결과는 내년 시즌을 통해 확인해보면 되겠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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